전원마을이던 동산동 큰골 일대

인접주택 경계와의 법정 간격(1m)을 무시하고 담벽에 바짝 붙이는 공사를 하여 민원이 제기된 현장.

전원마을이던 동산동 큰골 일대
다세대주택 ‘우후죽순’ 들어서
방음·방진시설 않고 공사 강행
민원 제기하면 행패까지
 
1970~90년 때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살던 덕양구 동산동 일부 지역에 다세대주택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이곳의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도로, 하수도 등 도시기반 시설이 미비한 상태에서 건축허가를 내주어 기존 주민들에 불편을 주고 있는가 하면, 고양시가 세수 증대를 위해 마구잡이로 건축공사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덕양구 동산동 일대는 1970년대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개발은 제한되었지만 서울 근교의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 중에도 123골프장과 야산에 둘러싸인 큰골 일대는 그린벨트 지정 이전부터 문화예술인의 주목을 받아 방송·언론인과 작가 등 문화계인사들이 많이 살았다. 특히 방송인이 많아 방송작가 김기팔씨, 최창봉 전 KBS 부사장, 장명석 전 KBS국제국장, 성우 고은정씨 등이 살았고, 노희엽 전 고려대학 교수, 임준수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안철환 전 조선일보 주간부장 등 저명인사들이 장기 거주했다.

2000년대 들어 그린벨트가 점차 해제되면서 신축 단독주택이 늘어 큰골 주변은 아담한 전원마을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06년 말부터 개발이 시작된 삼송신도시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고 근년에는 삼송하나로마트, 테크노밸리 등 대형 상업시설이 신축되자 신도시개발에서 제외된 동산동 일부 지역에는 다세대주택이 우후죽순처럼 신축되었다.

문제는 진입로 등 도로정비가 제대로 안돼 차량 통행에 불편이 심하고 하수배출 시설도 안 갖춰 하천주변의 오염과 악취가 심하다는 것. 고양대로 2002번길 주변에는 현재 다세대주택(속칭 빌라) 20여 채가 들어서 있고 5~6채가 신축 중이다. 공사업자들은 주택가에서 신축공사를 하는데도 방음·방진시설을 않고 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 허가에도 문제가 많다. 전통적인 목조 대웅전을 갖춘 동산동 법화사는 신축 빌라들로 3면이 포위돼 옹색한 사찰이 되었다. 절에 다니다는 한 주민은 수십 년된 사찰을 고립시키는 건축허가에 불만을 터트렸다. 단독주택의 일조권을 무시한 허가가 많아 빌라 그늘에 가린 집에서 살게 된 주민들은 법적으로 항의할 경로를 제대로 찾지 못애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 신축공사에서는 기존 주택 경계선과의 건축법상 간격을 무시하여 마찰을 빚고 있다. 한 건축업자는 경계 침범의 민원을 제기한 주민의 집을 밤중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큰골을 관통하는 소하천 정비에도 고양시 당국의 무정견과 무성의를 드러내고 있다. 개천 양쪽의 옹벽 공사를 하면서 한쪽은 직선, 다른 한쪽은 곡선으로 쌓아 자연의 순리를 무시한 볼썽사나운 개천이 되었고, 신축빌라들이 쏟아내는 오폐수 때문에 동네 개천의 오염과 악취가 심각하다. 

한때 서울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고양시의 전원마을로 소문났던 큰골 마을은 무분별한 건축허가 때문에 볼품없는 빌라촌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상을 받은 이태영 전 중앙일보 문화센터국장(동산동 거주)은 은평구의 북한산 한옥마을과 파주시의 헤이리예술인마을을 예로 들며 “큰골 등 주변 경관이 좋은 동산동 일부지역을 테마 마을로 조성하면 고양시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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