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용 고양어린이박물관 초대 관장

“나는 티칭 아닌 코칭(coaching) 전문가”
학습보단 놀이에 무게감 둬 균형 맞춰야
적자운영 보완 위해 아이디어 구상 중

6월 7일 개관한 고양어린이박물관에 지역의 관심이 뜨겁다. 보육과 교육에 관심이 높은 고양시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개관 초에 이미 한 달치 온라인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다. 주말의 경우 현장발권은 오전에 모두 표가 동나기 때문에 예약 없이 오후에 방문한 어린이는 다음 방문을 기약해야 할 정도다.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고양어린이박물관의 관장으로 5월 16일 안상용씨가 초대 관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내홍을 겪고 있는 고양문화재단이 어린이박물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어서인지 임용 직후 안상용 관장은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자격 논란’ 때문이었다. 어린이박물관과 관련성이 적은 ‘전시·이벤트’ 분야에서의 경력이 대부분이란 이유에서였다.

자격논란 일축, “미래비전 제시로 높은 점수 받은 듯”

이에 대해 안 관장은 자신도 이번 채용에 임용될 것을 확신하지는 못했다며 "이변이었다"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외부인인 제3자가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효과적이고 날카로울 때가 있다”며 “면접 당시 기존 국내 어린이박물관과의 비차별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던 것과 어린이박물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언론을 통해 '문화재단의 이사장(최성 시장)과 대표이사(박진)와 친분이 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확실히 “아니다. 전혀 모르는 분들”이라는 답을 했다.

국내 어린이박물관 출신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 온 개척자인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안 관장. 그에게 박물관 운영 철학과 비전 등을 물었다.



고양어린이박물관의 개관 의미에 대해 말해 달라.

어린이박물관은 교육에 놀이를 접목한 체험형 공간이다. 또한 공공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박물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번 고양어린이박물관 개관으로 고양시를 비롯해 경기북부, 일부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유아·초등생 가족을 위한 교육·문화·쉼터 공간이 탄생했다. 지역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어린이박물관이 되길 희망한다.

타지역 어린이박물관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고양시 지역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을 전시관별로 녹여내려 애썼다. 예를 들어 꽃 축제, 가와지볍씨를 통한 농경문화의 역사, 첨단산업과 신한류 콘텐츠 등을 접목한 전시관 등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문을 열어주는 프로그램들로 짜여있다.

다만 국내 어린이박물관이 대체로 그렇듯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3개의 공공 어린이박물관의 시설이 대동소이하다. 고양도 마찬가지다. 5회 이상 재방문율이 매우 떨어지는 점은 새로움이 없어서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세련된 공간으로의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립대에서 음악학을 전공한 안상용 관장은 전시이벤트 연출감독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새로운 분야에서 온 개척자인 만큼 책임감이 크다"라고 말했다.

초대 관장으로 임용됐지만 정작 개관 준비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개관 준비가 다 끝난 상황에서 임용됐는데 고양신문도 고양시에 이 부분을 지적했었다. 답답한 면도 있을 텐데.

박물관의 실질적 수장인 관장이 개관 직전에 임용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행정적 관례라고 생각한다. 국내 어린이박물관의 수가 적고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교육학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개관 준비가 그들 중심으로 간 것이다. 나는 그들과는 차별된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오히려 차별화된 경력 때문에 임용 초기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전시·이벤트’ 경력자가 새로운 시각으로 박물관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거는 분들도 있다.

관장인 내가 생각한 그림으로 박물관이 초기에 운영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미 각본은 짜여 있고 프로그램 투자비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바꾸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국내 어린이박물관이 놀이보다는 교육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무리 좋은 것도 흥미롭지 않으면 호기심을 유발시키지 못한다. 어린이에게는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놀이’다. 즉 재미있는 것,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것들을 전시관 곳곳에 추가할 생각이다.

박물관 공간 활용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또한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은 어디인가.

현재 박물관 3개 층을 오르내리는 경사로 통로 벽면이 아무 것도 꾸며져 있지 않은 빈 공간이다. 경사로가 길기 때문에 공간 활용만 잘 하면 좋은 콘텐츠를 심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산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직 구상만 있을 뿐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화 하지는 못했다. 시 행정부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전시관 중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은 단연 ‘아이그루’(나무를 형상화해 아이들이 직접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물, 1~3층)다. 그 외에 ‘물빛마을’과 ‘건축놀이터’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박물관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나는 스스로 ‘티칭(teaching)’ 전문가가 아니라 ‘코칭(coaching)’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즉 하나하나 가르치기보다는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디테일과 함께 전체를 아우르는 눈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의 개념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추세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계획이다. 지난해 ‘밀라노 엑스포’에 책임자로 다녀와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고양어린이박물관의 차별화 전략을 위한 밑거름을 만드는 것이 초대 관장으로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고양시 세금이 운영비로 투입되고 매년 17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박물관이 공공재라는 점에서 적자 운영은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 공공재이기 때문에 민간시설에 비해 입장료가 싸다(어린이박물관 입장료는 5000원). 저소득층 등 많은 시민들이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도 있다. 바로 민간업체의 참여를 통해서다. 입장료는 그대로 유지하고 더 다양한 전시관을 확보하는 길이다. 민간 기업이 이벤트 전시에 참여하게 되면 박물관 후원을 통한 수익과 함께 시설 리뉴얼에 대한 부담을 더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시행할 수는 없다. 조례 개정 등 의회와 시 행정부와의 합의가 선행돼야 하고, 절차상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도 더 따져봐야 한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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