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북한산어린이문화축제 수상자 인터뷰

고양마을포럼과 흥국사가 주최하고 고양시와 고양신문이 후원한 제3회 북한산어린이문화축제가 1200여 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1일 천년 고찰 흥국사에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동시 짓기와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다.

미술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경수 전 홍익대 교수는 “올해도 어린이만의 감성과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고, 동시부문 심사위원장 김종일 동화작가는 “글솜씨가 아닌, 어린이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동시를 고르느라 고심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제3회 북한산어린이문화축제 수상자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동시부문>>

대상 유년부 김수(고양백석초 3학년), 금상 황아정(고양백석초 3학년)

동시 대상을 수상한 김수
우린 한 반 단짝… 반 친구들에게 워터파크 선물해 신나요
동시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김수양과 금상 황아정양은 같은 반 친구다. 그것도 아주 친한 단짝 중 하나라고. 담임교사의 적극적 권유에 각각 신청을 했는데, 대회장에 와서 만나 아주 반가웠다고 한다. 나란히 앉아 글짓기를 했는데 수양은 10분, 아정양은 딱 5분만에 글짓기를 끝내고 둘이 함께 행사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단다. 오랜만에 친구와 나들이를 나온 셈이 됐으니 상이고 뭐고 빨리 놀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함께 온 아빠들은 나무 그늘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겼다고 한다.

두 친구가 쓴 동시는 닮은 듯하면서도 개성이 있다. 수양은 북한산 높은 곳에서 아래쪽과 높은 곳을 바라보는 느낌을 동시 속에 담았고, 아정양은 높이 올라갈수록 새 친구들과 하나 하나 만나는 모습을 상상했다.

수양은 가족들과 함께 북한산에 올라 본 적이 있는데, 동생이 너무 어려서 중간에 내려와야 해서 너무 아쉬웠단다. 그 아쉬움을 동시 속에서 상상으로 달랬나보다. 아정양은 북한산 정상까지 가 보았단다. 그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냐고 묻자 귀엽게 웃으며 “음··· 살짝?”이라고 답한다.

동시 금상의 황아정
둘은 호기심도 많고 잘 하는 것도 많다. 수양은 평소에 이런저런 생각을 공책에 쓰는 걸 좋아한다. 프랑스를 동경해서 나중에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고 싶단다. 하지만 최종적인 꿈은 디즈니영화사에 들어가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지 시나리오를 쓸지는 천천히 결정할 생각이란다. 한국과 프랑스와 미국의 문화를 넘나드는 명작의 탄생을 기대해보자. 아정양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재주가 뛰어나다. 아정양이 중심이 돼 친구들과 함께 만든 영상으로 학교에서 상도 받았다. 하지만 장래희망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돼 유명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단다.

“처음 쓴 시가 글자수가 너무 많아서 새 종이에 다시 쓰면서 짧게 줄였어요. 그게 잘 한 것 같아요.”(김수) “대상을 받아 반 친구들과 워터파크 가려고 신청했는데, 나 대신 수가 대상을 받았어요. 어쨌든 워터파크는 갈 수 있게 됐으니 신나요.”(황아정)    

 

 

 


 


<<그림부문>>

대상 유치부 이호찬(성아유치원 6세반)

텃밭농장 동물친구들, 예쁘게 그리는 게 좋아요 

 

이호찬(6세)
이호찬군은 네 살짜리 동생을 맡아준 아빠 덕분에 엄마와 오붓하게 대회에 참가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니 기분이 아주 좋았단다. 그림 속에서 멧돼지는 험상궂게 덩치를 자랑하고 있고, 지렁이는 꼬불꼬불, 나뭇잎과 딸기도 그려넣었다.

“나는 뱀을 예쁘게 그리는 게 좋아요. 집에서도 자꾸 그리고 싶어요.” 알고 보니 호찬이의 그림 속에는 평소 엄마 아빠와 함께 북한산 근처의 텃밭에서 주말농장을 가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딸기와 나뭇잎, 지렁이는 텃밭에서 늘 만나던 친구들이다. 상상력도 한몫했다. 딸기밭을 가꿨는데 멧돼지가 파헤쳐놓고 간 이야기, 아빠가 약수 뜨러 갔다가 뱀을 본 이야기가 호찬이의 머릿속에서 생생한 이미지로 자리를 잡았나보다.

행사날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았냐는 질문에 호찬이가 입맛을 다시며 대답한다. “엄마랑 옥수수 먹은 거. 김밥도 먹고 다식도 만들고···.” 호찬이의 해맑고 행복한 마음이 모두에게 멋진 그림 선물을 남겨줬다.





금상 유치부 김병윤(흥도유치원 7세반)

놀다 그리다… 놀거리 많아 재밌어요 

 
김병윤(7세)
“우리 아이가 상을 탈 거라곤 생각 못했죠. 놀면서 그렸어요. 윤곽선 그리다 놀다오고, 크레파스 칠하다 놀다오고, 수채물감 칠하다 놀다오고 해서 어렵게 완성했죠.” 김병윤군은 흥국사에 와서 ‘노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 그림 그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놀다 와서는 새끼 지렁이를 빨간색으로 하나 더 추가했단다.

유치부 금상을 차지한 김군은 북한산의 나무, 바위, 지렁이, 사람, 집(절) 등을 어린이가 보는 순수한 시각으로 독특하게 표현했다. 산위에는 비행기가 봉우리에 위태롭게 걸려있고, 새가 날고 있는 주변에는 스폰지처럼 구름이 잔뜩 감싸고 있다. 언뜻 보면 뭘 그린 건가 싶은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니 동심으로 관찰한 것들과 상상으로 바라본 것들이 겹쳐있어 재미있다.

“흥국사에 와보니 놀거리가 많아 좋았다”는 김군은 “소방관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김군이 빨간색을 좋아하는 이유가 소방관 때문인 게 아닌가 싶다.




금상 소년부 장윤재 (고양동산초 5학년)

한적한 절집, 그냥 맘에 들었어요

장윤재(동산초5년)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 윤재군은 대회 날 맘에 드는 장소를 찾기 위해 흥국사 이곳 저곳을 다녔단다. 그리고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한 건물을 그리기로 맘 먹었단다.

“그냥 그 건물이 가장 맘에 들었어요. 한옥이 참 멋있다고 느껴졌어요.” 윤재군은 눈앞에 서 있는 절집의 날렵한 지붕과 서까래, 붉은 나무기둥 하나하나를 아주 천천히 정성껏 그렸다. 어른들의 간섭이나 미술학원에서 배운 전형적인 구도로부터 자유로운, 각도와 시점이 자유로운 윤재군만의 한옥 그림이 완성됐다.

평소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윤재군은 자기가 큰 상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단다. “옆에 친구들이 훨씬 잘 그리는 것 같았어요.”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상 받은 사실을 말했지만, 친구들이 안 믿는 눈치였단다. 수줍어하던 윤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서자 비로소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줬다. 결정적인 한방을 숨기고 있는 기특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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