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가 소송 빌미 제공”


최초협약서 명확한 내용 표기 안돼
학교용지·업무빌딩 소송 진행 중
 
고양시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에 준공허가도 없이 입주 날짜를 통보하면서 입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겼던 요진개발. 고양시가 ‘동별사용검사’(일부 사용승인)를 승인해 주면서 입주가 가능해지자 겉으로는 사건이 일단락 된 듯 보이지만, 요진개발과 고양시의 협상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요진개발과 고양시는 학교부지와 업무빌딩 부지의 기부채납 건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현재 쟁점이 되는 부분은 두 가지로 ▲학교용지 기부채납 ▲업무빌딩(공공건물) 기부채납 건이다.

학교부지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요진개발의 지주회사격인 휘경학원이 현 학교부지에 사립초를 설립하게 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올해 5월에는 반대로 고양시가 ‘요진개발이 애초에 약속한 업무빌딩 부지의 기부채납이 시행되지 않는다’며 민사소송을 접수한 상태다.

각 쟁점에 대해 고양시와 요진개발이 각각 원고 입장에서 소송을 접수하면서, 앞으로 요진개발과의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7년 요진개발 “학교부지·업무빌딩 기부채납 하겠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문제의 발단은 2007년 요진개발이 와이시티 부지에 대해 ▲전체의 32.7%(약 1만 평)에 해당하는 학교 용지를 고양시에 기부채납 ▲연면적 2만 평에 달하는 업무빌딩을 신축해 기부채납 하겠다는 자체안을 제안하면서다. 결국 고양시가 나중에 이를 받아들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분쟁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원래 와이시티 부지는 출판도시를 목적으로 도시계획관리상 유통업무시설로 지정돼 있었다. 이를 요진개발이 LH로부터 643억원에 1998년 매입했지만 출판도시가 파주로 건너가면서 무산됐고, 요진개발은 해당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고 토지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이익이 특혜로 작용하기 때문에 고양시는 ‘해당부지의 약 50%를 기부채납 한다면 요진개발에 뜻대로 변경해줄 수 있다’는 연구용역 내용을 요진에 제시했다.

이에 요진이 2007년 ▲학교부지와 ▲업무빌딩을 기부채납 하겠다고 역제안을 하고 고양시가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
 
행정 착오로 휘경학원에 학교부지 넘겨
요진개발과 고양시의 첫 번째 공식적인 협약은 2010년 2월(강현석 시장 재임 중) 이뤄졌다. 하지만 이 협약이 굉장히 허술했다. 첫 번째 문제는 ▲법적으로 학교부지를 지자체에 기부채납할 수 없지만, 그런 내용을 협약에 넣은 것, 두 번째는 ▲업무빌딩 기부채납에 대한 내용 중 ‘2만 평’이라는 구체적인 명시는 협약서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허술했던 1차협약 내용 중, 특히 학교부지의 기부채납에 대한 내용이 법적 근거가 없음을 확인한 고양시는 두 번째 협약을 2012년 2월(최성 시장 재임 중)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지자체가 학교부지를 (법적 근거에 의해)소유할 수 없으므로, 요진개발의 지주격인 ‘휘경학원’으로 부지를 무상 이전하겠다는 내용이다. 단 요진개발이 최초 협약에 명시한 ‘자사고’ 추진이 무산되면 ‘고양시와 협의해 공공용지로 용도변경한 후 시에 기부채납 한다’는 내용이 추가로 포함된다.

업무 빌딩에 대해서는 공공주택 사용승인일 이전까지 기부채납 하기로 돼 있지만, ‘세부 용도 및 용도별 규모 등은 추후 고양시의 의견을 반영한다’라고만 돼 있을 뿐 업무빌딩 규모 ‘2만 평’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추가협약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 고양시가 기부채납 받기로 한 부지 4곳. 이중 업무용지와 학교용지에 대해 요진개발과 고양시가 소송 중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부실한 협약내용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라며 “2007년 요진개발의 제안서를 받아들임으로써 시가 짊어지게 될 부담이 사실상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차 협약에서 부족한 부분들을 2차 협약에 최대한 담아내려 했지만 협약이란 것이 상대방이 동의해야만 가능한 부분이라 시가 의도한 대로 100% 되지는 않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고양시는 2차 추가협약에 명시된 내용대로 ‘요진개발이 자사고 유치에 실패했으니 부지를 다시 고양시에 돌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휘경학원은 ‘자사고 대신 사립초를 설립하겠다’며 고양시에 3차례 신청했고 모두 반려됐다. 이에 휘경학원은 ‘사립초 설립을 허락하라’며 지난해 12월 고양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공건물에 대해서는, 와이시티의 사용승인일이 가까워졌지만 건물에 대한 공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고양시는 결국 올해 5월 30일 ‘추가협약을 위반했으므로 이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라’며 요진건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양시의 미숙한 행정, 악덕기업 이미지의 요진건설
2개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분란의 책임은 결국 최초협약과 추가협약 책임자인 두 명의 전·현직 시장에게 있다는 여론이 높다. 한 시민은 “요진개발에 막대한 이익을 주는 토지변경을 해주고 제 밥그릇마저 챙기지 못한 고양시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또한 “요진개발도 입주민을 볼모로 사용승인을 받는 등 앞으로도 악덕기업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양시와의 협상테이블에 참석하는 요진개발 관계자는 본지와의 수차례 전화통화에서 “현재 입주가 진행되고 있어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되도록 언론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고만 답하며 입장표명을 꺼려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시는 고양시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며, 요진개발은 최초 제안대로 협약을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시와 요진개발은 현재 일주일에 3~4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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