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자치공동체 운영자모집공고 보완을 요구하며

자치란 무엇인가.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좀 모자라도, 좀 더디더라도 스스로 해내는 연습을 통해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치의 핵심은 ‘누가’에 집중된다. 크고 작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 당신, 우리가 자치의 주체인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전문가라 할지라도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면 주체가 아닌 지원자, 코디네이터의 위치에 서야 맞다.

고양시가 최근 발표한 고양시자치공동체지원센터 운영자 모집공고를 보면 자치에 대한 이해 혹은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자치의 주체인 지역주민이나 지역단체는 아예 배제하기로 작정을 했다. 전국에 있는 누구에게나 ‘고양자치’를 맡긴단다. 고양시가, 고양시민이 얼마나 모자라고 우습게 보였으면 ‘고양자치’를 남에게 맡기나. 망신스러운 일이다.

최성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고양형 자치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해외사례를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수없이 많은 타운미팅이 열렸고, 다양한 자치조직이 만들어졌다. 올해 초에는 자치공동체위원회까지 만들어졌다. 고양시와 최성 시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자치에 관한 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진적이라고 자부했고 상도 많이 탔다. 그러나 고양자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하는 첫 공식기구인 ‘고양자치공동체지원센터’ 운영자 선정문제는 밀실에서 엉뚱하게 결정해버렸다. 자치공동체위원회 등 자치관련 주민조직 누구와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 아니 공유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양시는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최성 시장의 측근이나 측근 단체에게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운영권을 주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어 지난해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그간 자치운동에 함께 했던 시민단체들이 각각 흩어져 어디 하나 맡게 되면 갈등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인다.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만든 것이 이번 모집공고다. 공고문 곳곳에는 ‘지역단체는 빠져주시고, 대학이나 연구소 등 전문기관만 오세요’라고 단호하게 표기되어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는 고양자치의 훌륭한 지원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고양자치공동체지원센터는 그간 고양자치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온 고양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해야 한다. 그들이 대학이나 연구소를 활용하며 자치를 성장시켜 가야 한다. 자치공동체 운영예산은 4억원 좀 넘는다. 대학이나 연구소가 이번 고양시 공고문이 자치에 역행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문가로서의 원칙을 버리고 운영자가 되겠다고 신청한다면 아마 용역 한 건 하는 마음일 것이다. 제대로 집행력을 갖기 어렵다.

고양시가 이미 발표까지 해버린 공고문을 되돌리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보완은 반드시 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가 신청한다면 고양지역 자치관련 단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운영의 핵심주체는 당연히 고양시지역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이유도 이 원칙을 넘어설 수 없다. 최성 시장이 고양자치를 외부의 누군가에 떠맡긴다면 그간 고양자치를 위해 협력해온 많은 시민들은 자신들이 최성 시장의 언론플레이를 위한 들러리였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자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니다. 스타도 좋지만, 자치는 이웃이고 공동체여야 한다. 자치는 희로애락이 끊임없이 번복되는 삶터에서 토론하고 설득하고 갈등하고 협상하며 성장하는 고된 과정이다. 고되지만 한번 뿌리를 내리면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군가 이 고된 일에 헌신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기꺼이 권한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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