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수 소설가
몇 달간 집에서 달걀껍데기를 모았다. 어림짐작으로도 이백 개는 넘어 보인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달걀껍데기를 텃밭으로 내오면 훌륭한 자원이 된다. 잘게 부숴서 두둑에 뿌려줘도 좋고, 난각칼슘으로 만들면 두고두고 유용하다. 난각칼슘은 잘게 부순 달걀껍데기에 1대 10 비율로 식초를 부어주면 일주일 뒤 칼슘액비로 쓸 수 있다. 300대 1의 비율로 물에 희석해서 엽면시비를 해주면 작물성장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특히 장마 직전 토마토에 배꼽썩음병이 오기 쉬운데 미리미리 난각칼슘을 뿌려주면 예방이 가능하다.

음식물쓰레기도 몰라서 그렇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쓰레기가 될 수도 있고 훌륭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물에 헹궈서 염분을 빼낸 뒤 낙엽이나 왕겨와 섞어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자가 퇴비를 만들 수 있다.

오줌을 모아서 웃거름으로 쓴다고 하면 십중팔구는 농담으로 알아듣는데 잘 발효시킨 오줌은 그 어느 거름보다 효과가 탁월하다. 5대 1에서 10대 1 비율로 물과 희석해서 텃밭에 뿌려주면 작물들은 한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반응을 보인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부쩍부쩍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오줌을 웃거름으로 사용하다보면 지속가능한 삶이 어떻게 가능한지 몸으로 고민할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해마다 가을이 되면 구청 청소과에 전화를 해서 낙엽을 잔뜩 받아놓는다. 낙엽은 흙을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텃밭에 낙엽을 덮어놓으면 풀과 씨름할 일이 없어서 농사가 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흙이 살아난다. 3년간 낙엽을 잘 활용하면 딱딱했던 흙이 살아 숨쉬면서 폭신폭신하게 변한다. 그런 흙에서는 어떤 작물을 키워도 잘 자란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소각해야 하는 도시의 골칫덩어리 낙엽도 관점만 바꾸면 자연을 살리는 소중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농약도 손쉽게 만들어 쓸 수 있다. 은행껍질 우린 물을 잘 걸러서 사용하거나 돼지감자를 솥에 넣고 삶아내기만 해도 탁월한 살충효과를 볼 수 있다.

그간 농사를 지어오면서 국가 차원에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거나, 공원마다 생태뒷간을 지어서 똥과 오줌을 모아 역시 퇴비로 만들어 전국의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무시로 해왔다. 자연에서 얻은 추출물로 농약을 만들어 나눠준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나 이 땅의 현실을 생각하면 공상이나 다름없는 바람이다.

한때 모 국회의원이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섬진강을 바라보며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개탄한 코미디가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원을 활용한다는 미명하에 전국의 산과 들과 강과 바다가 신음을 앓고 있다. 그렇게 자연이 죽어 널브러진 자리에서 누군가는 콧노래를 흥얼거려가며 배를 두드린다.

그래서 달걀껍데기로 난각칼슘을 만들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정말로 자원을 활용한다는 게 무엇이고 자원을 낭비한다는 게 무엇인지.

자원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생활 및 경제 생산에 이용되는 물적 자료 및 노동력, 기술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활용의 사전적 의미는 이리저리 잘 이용함을 뜻한다.

그렇다면 자원을 활용한다는 의미는 우리 사회가 지닌 노동력과 기술을 잘 이용해서 뭇 생명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사람이 됐건 자연이 됐건 삶의 터전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해서 소수의 탐욕을 채우는 일이 자원 활용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생각할수록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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