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민주 고양시갑 지역위원장으로 선임된 이재준 도의원

▲ 이재준 더민주 고양시갑 지역위원장은 “고양시갑 지역구를 방치하지 말고 이제는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중앙당에 호소했다”고 말했다.

반발 있었을 중앙당도 어려운 결정
당원들이 합의하는 구조 만들 것        
심상정 의원과 경쟁은 복 받은 일

지역위원장은 지금까지 중앙정치의 영역이었다. 지역위원장은 주로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역 관리 차원에서 중앙 정치권과 직접 연결된 인사들이 맡아왔다. 지방 의원으로서 지역위원장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선례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에서 활동하던 이재준(더민주·56세) 도의원이 지역위원장이 된 것은 일종의 ‘정치적 사건’이었다.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고양시갑 지역위원장은 중앙정치의 인맥에 의해서라기보다 지역에서 실력 하나로 지역위원장이 됐다는 점에서 중앙정치와 지역정치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인물로 기대를 모으게 한다. 다음은 이재준 지역위원장을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고양시갑 지역위원장과 도의원을 겸할 수 있나. 
그렇다. 이번을 계기로 중앙의 정치인만이 지역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틀이 깨진 것이다. 지역위원장이 된 것의 의미는 앞으로 지방의원을 그만하겠다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역위원장에 선임되기 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나.
처음에는 선임이 되더라도 기껏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방 정치인이 중앙정치로 진출한 사례가 없었고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도의원으로서 지역위원장에 도전한 것에 대해 당 내부에서도 분명히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 차원에서 이를 받아준 것은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의원의 지역 위원장 도전에도 용기를 필요하지만 그것을 받아주기 위해서는 당 역시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도의원으로서 지역위원장에 도전하게 된 배경은.
정치계는 훌륭한 정치인을 받아들임으로써 발전할 수 있다. 정치계가 예전에는 학생운동과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로 많이 채워졌지만, 언제부터인가 학생운동 그룹보다 전문가 그룹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가령 변호사나 성공한 기업인들이 정치계에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문가 그룹이 이념지향적인 정치를 할 수 있느냐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래서 정치이념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도 지방정치를 통해 단련된 정치인이 중앙정치로 나아가는 것도 우리 정치계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의원, 도의원, 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정치로 진출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현재 정치계 변화에 일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역위원장이 갖고 있는 지나친 권력에 의존하기보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민주적 절차를 따르도록 하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또한 지역위원장을 단지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교체하겠다는 당 대표의 발언도 있어서 용기를 내 지역위원장에 도전했다.

이 의원이 지역위원장이 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고양시갑 지역구의 특수성도 작용했다고 본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열심히 했겠지만 상대적으로 이전 지역위원장의 경쟁력이 약했다는 특수성 말이다.
그런 측면을 보고 도전한 것이다. 더민주의 중앙당 차원에서도 정의당의 거물 국회의원을 이길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했을 것이다. 더민주 중앙당도 이제 고양시갑 지역구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중앙당에서 선택했지만 지역 기반이 없는 정치인보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도의원을 2번 한 정치인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중앙당이 판단한 것 같다. 저도 지역위원장 선임을 위한 면접을 볼 때 고양시갑 지역구를 방치하지 말고 이제는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정치인은 ‘국회의원 하수인’이라는 말까지 떠돌 정도로 국회의원이 지방 정치인에 갖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그 중심에는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역위원장이 공천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것이 아니라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고 이 절차에 따라 공천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지역 정치권 내 민주성을 확보하려면 우선 당원이 많이 확보돼야 한다. 

현실정치에서 지역위원장이 공천권을 행사하는데 정당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위원장으로서 버려야 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역위원장이 뭔가를 버려야 한다는 문제라기보다 마음을 열어야 하는 문제다. 지역위원장도 지역 정치에서 도의원이나 시의원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각 도의원이나 시의원이 열심히 일하고 당원을 확보한 만큼의 정치적 입지가 강해질 수 있다. 이렇게 정치적 입지가 강해지는 것은 지역위원장에게 잘 보여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 위에서 그 도의원이나 시의원의 노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정치를 하는 분들에게도 기회를 줄 것이지만 이 분들도 기존 시의원 도의원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지역위원장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반발에 부딪히고 만다. 앞으로 2년 동안 지역위원장으로서 지역 내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에 모두 승복하고 합의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통해 정당공천제를 대체할 적절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총선에 나가게 되면 현역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대결하게 될 공산이 큰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심상정 의원은 경기도민이면 누구나 아는 훌륭한 정치인이지 않은가. 저도 6년 동안 도정 활동을 하면서 국회의원 못잖게 법 개정도 많이 하고 도 정책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책대결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지역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상정 의원같은 분과 경쟁을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복 받은 일이다. 오히려 나쁜 정치인과 대결하는 것이 일일이 신경 써야 하고 치졸한 싸움이 될 수 있으니 저로서는 갑절로 힘들 수 있다.

고양시갑 지역 주민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가.
지역주민들도 지역위원장을 선거 때만 이용하지 말고 평상시에도 항상 지역위원회와 상의하면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무원에게 민원을 제기해도 문제가 풀리지 않으니까 마지막으로 정치인에게 호소한다. 사실은 공무원보다 더 가까운 것이 지역위원회다. 주민들이 항상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여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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