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획자 홍유진 미메시스 대표

좋은 아이템으로 멋진 책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독자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읽어내야 하며, 좋은 필자를 발굴하고, 표지 디자인과 내지 디자인, 홍보전략, 마케팅 전략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것이 출판기획자다. 책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며, 좋은 아이템을 찾아내는 직관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출판계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1인 출판사도 늘어가고 있다.

‘미메시스’의 홍유진 대표

예술서를 주로 출판하는 ‘미메시스’의 홍유진 대표를 만나 출판기획자의 세계를 알아봤다. 미메시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출판한 ‘열린책들’의 자회사다. 홍유진 대표는 출판기획자, 번역가, 문구기획자 등 타이틀이 많다. 무엇보다 그녀는 직원 15명을 책임지는 경영인이기도 하다.

문구사업으로 출발했다던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은 경영대학원을 다녔다. 어릴 때부터 문구에 관심이 많아서 문구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아버지(홍지웅 열린책들 대표)께서 1000만원을 꿔주시고 회사에 책상 하나 내주셔서 26살에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문구디자인을 종이에 그려 디자이너에게 부탁하고, 그 그림을 들고 공장에 가서 주문하고 제품이 나오면 서점의 MD를 만나 입점하고, 문구류를 놓고 판매할 가구도 직접 디자인해 맞춰 밤 12시 넘어 서점에 직접 들고 가서 설치했다.

아버지가 사장님인데 안 도와줬나
아무 것도 안 가르쳐주셨다. 기본적인 개념이나 이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몰라 애먹기도 했다. 한마디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주변사람 아무나 붙들고 물어봤다. 서점에서 타 브랜드 영업사원을 만나면 그 사람 붙들고 물어보기도 했다. 거래처와 터무니없는 계약을 해오기도 했다. 나중에 회사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사장님 딸인데 그 정도는 알겠지’하고 알려줄 생각도 안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1년을 뛰어다니며 수익을 냈다.

출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미메시스는 열린책들 안의 브랜드였다. 아버지께서 예술책을 꾸준히 내고 싶어하셨는데 전담할 인력이 없었다. 2012년 열린책들 내에서 미메시스 디자인, 출판, 아트 뮤지엄을 통합하면서 그때부터 기획을 맡게 됐고, 열린책들에서 별도 법인으로 완전히 분리가 된 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출판기획과 뮤지엄 운영 등 경영을 하게 됐다.

어떤 책들을 내나
건축서, 디자인서, 예술서 등을 출간하고 있는데, 이 책들은 모두 예술서라고 불릴 만한 장르다. 『반 고흐』, 『거대한 수염을 가진 남자』 등의 그래픽 노블(그림 소설)을 출판하고 있다. 그래픽 노블 역시 예술서로 분류된다. 미메시스는 예술서라는 큰 틀 안에 나올 수 있는 많은 책들을 내고 있다. 앞으로 포토에세이, 소설 등 출판 장르를 다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홍유진 대표가 기획한『스칸디맘』, 『시호와 러스티』
 

직접 기획한 책은 어떤 것이 있나
최근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포토 에세이 『스칸디맘』을 기획하고 직접 번역도 했다. 『스칸디맘』은 스웨덴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인 헬레나 슈츠의 블로그를 토대로 직접 기획하고 구성한 책이다. 프랑스에 가서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녀의 블로그를 책으로 엮었다. 같은 엄마로서 그녀와의 만남도 재미있었다. 번역도 하면서 즐겁게 작업했다.
최근 나온 『시호와 러스티』도 직접 기획한 책이다. 한 여성이 결혼을 한 후 남편과 반려견 러스티와 함께 갓 태어난 아기 시호를 키우는 2년여 동안의 육아일기를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인데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더 그런 쪽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신간기획은 어떻게 하나
출판기획에는 기획자의 관심사와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 직원들은 물류팀을 제외하고는 다 평균연령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결혼, 육아, 출산에 관심이 많고 모두 예술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성취향, 육아, 그런 책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 회사는 2주마다 전 직원이 기획회의를 한다. 신문, 잡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직원마다 한두 가지씩 맡아서 기획 아이템이나 눈길이 가는 인물을 스크랩해서 회의 때 발표한다. 나는 일간지 15개의 헤드라인을 보고 기획할 만한 아이템을 스크랩한다.
우리 직원들은 평소에 많이 보고 경험하고 많이 돌아다닌다. 세상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은 다 가보고 해본다. 세상을 읽고 아이템을 찾는 것은 전 직원이 함께하고 그 가운데 발굴된 소재는 기획자가 진행한다. 연락하고 섭외하고 만드는 일을 맡는다. 요즘은 정보의 소통이 빨라서 괜찮은 인물이다 싶어서 연락해보면 그 사이 다른 출판사와 계약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빨라야한다.

출판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출판기획자의 전망은
이제 베스트셀러 개념이 사라졌다. 다품종 소량생산 추세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인터넷으로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더 고민해서 기획해야 한다.
대형출판사는 어려워지고, 1인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가 유리해졌다.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찾으면 성공한다.

회사의 대표로서 기획자를 뽑을 때 어떤 점을 보나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인성과 열정을 본다. 학벌 좋고 토익점수 높은 것은 기획자로서 의미가 없다. 전공도 크게 상관없다. 혼자 잡지를 발행하거나 웹사이트를 운영해본 사람, 예를 들면 웹툰 리뷰 사이트를 운영했다든지 이런 친구들에게 더 관심이 간다. 그 분야의 트렌드는 그 친구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기획은 평소 관심 갖는 것이 쌓여서 나오는 것이다. 특화된, 전문화된 관심이 필요하다.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사람보다는 나중에 1인 콘텐츠 기획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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