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족발' 보승식품 정의체 대표

족발과 순대로 중국시장 강타한 고양의 기업인
‘미스족발’ 보승식품 정의채 대표이사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족발과 순대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기업이 있다. 비빔밥이나 불고기 등 그동안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식요리는 많지만, 족발과 순대가 세계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리라는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보승식품은 지난해 12월 중국 상해에 1호점을 낸 이후 바로 저장에 2호점을 냈고, 지금 3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현지 반응은 뜨겁다. 족발이란 음식이 낯설지 않은데다, 중국 전통 족발 요리에 비해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중국에서 예상외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보승족발을 그대로 응용해 만든 체인점인 ‘미스족발’의 인기몰이에 있다. 미스족발 본점인 홍대점은 매일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줄 선 고객들의 30% 이상은 중국 관광객들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찾는 관광코스가 바로 ‘미스족발 홍대점’ 이란다. 현재 추세라면 보승식품은 최단기간에 중국 시장에 진입한 한국 기업으로 기록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뿐만 아니다. 미국의 중견 식품체인기업에서도 시장 진입을 요청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다. 보승족발과 순대가 빠른 시간에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메뉴얼이 정확하고, 맛의 포인트인 소스 공급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최적화된 상품 경쟁력을 갖고 있다.

보승족발과 순대는 이마트와 편의점을 통해 대량 유통되는 대한민국 대표식품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화된 식품이다. 보승식품은 빨간순대와 빨간족발 등 대표 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소비자의 입맛을 다양하게 공략하고 있다. 단 한 해도 매출이 주춤한 적이 없다. 누구나 보승식품을 부러워하지만, 쉽게 경쟁 상품을 내놓지 못한다. 27년 맛의 노하우와 단 한 번의 위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던 대량생산시스템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가운 점은 한식요리의 세계화에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보승식품의 정의채 대표가 고양시 덕은동 사람이라는 것. 조상대대로 400년을 살아온 덕은동 토박이로 고양을 떠난 적이 없다. 이제는 국내 중견식품업계를 대표하는 큰 규모의 기업을 이끌고 있지만, 정의채 대표는 여전히 덕은동 마을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 지난 2년 동안 덕은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을 맡았고, 지금은 마을 향우회 회장을 맡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회사가 커졌지만, 고향 친구들이랑 밥 먹고, 술 먹고, 운동할 때가 제일 즐겁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항상 고양 이곳저곳에 머물러 있어요. 덕은동을 위한 일이라면 가능하면 하려고 합니다. 덕은동에 아파트가 생기면 두 아들도 호출할 겁니다. 400년을 살았는데 다른 동네서 살 수 있나요.”
정의채 대표는 직원 600명이 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운전기사도 없다. 양복도 즐겨 입지 않는다. 이웃 아저씨처럼 수수하지만, 그의 기업은 세계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식품기업이 된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덕은동 마을일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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