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자연생태학교 여름습지생태교실 열려

1998년 처음 열린 호수공원 여름습지생태교실이 올해도 15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자연학습원과 생태호수 인근에서 열렸다.

호수자연생태학교에서 개최하는 2016 여름습지생태교실이 7월 22일, 23일 이틀간에 걸쳐 호수공원 자연학습원과 생태호수에서 펼쳐졌다. ‘생태호수, 생물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교육에서는 민물고기교실, 육상곤충교실, 거미교실, 수서곤충교실, 수생식물교실, 습지생태교실 등 여섯 개의 전문 교실이 열려 총 150여 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교육에 참가했다. 가장 무더운 여름철에 생태교실이 열리는 이유는 다양한 생물종을 채집하고 관찰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절이 모든 생물들이 활발하게 생명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여름이기 때문이다.

육상곤충교실 강사로 나선 한반도곤충보전연구소 백문기 소장이 잠자리 관찰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업은 채집, 관찰, 기록 중심의 체험형 교육으로 진행됐다. 커다란 포충망을 들고 수풀을 누비는 그룹은 육상곤충교실 학생들. 강사가 포획된 잠자리를 채집용 비닐에 넣고 관찰하는 법을 설명하자 학생들의 눈과 귀가 집중된다.  거미교실은 전통정원 한쪽 초가로 지은 원두막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에 사는 거미, 풀밭 거미, 민가에 사는 거미를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한다. 호수에 들어가 수초 사이를 누비며 족대와 뜰채로 채집활동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은 민물고기교실 학생들이다. 물고기가 올라올 때마다 호기심어린 탄성이 연이어 터진다. 다른 교실들도 각각 강의와 채집, 기록을 순서대로 병행하며 생태호수와 자연학습원 곳곳에서 흥미롭고 진지하게 수업을 진행했다.  

유영한 국립공주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민물고기교실 참가 학생들과 호수에 들어가 채집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사로 나선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깜짝 놀랄 만하다. 한동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본부장, 최종윤 국립생태원 연구원, 유영한 국립공주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최용근 한국동굴생물연구소장 등 생물학계의 최고 전문가들이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에 직접 강사로 나섰다. 가히 국내에서 가장 수준 높은 라인업이다. 호수자연생태학교에도 실력을 갖춘 우수한 생태전문강사진이 포진하고 있는데, 지명도 높은 전문가를 따로 모신 이유는 뭘까? 교육을 주관한 (사)에코코리아의 이은정 사무처장의 답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여름습지생태교실을 여는 목적은 단순히 아이들의 생태감수성을 키워주는 단계에 머물지 않습니다. 참가한 아이들 중 한두 명이라도 미래의 훌륭한 생물학자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수강 학생들에게 생물학자로서의 꿈을 심어주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동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본부장이 습지 단면 모형을 통해 습지의 형성원리와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습지생태교실에서 사용한 조사표와 학습자료. 전문가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체계적인 방식을  청소년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문가들이 호수공원을 찾게 되면 또 다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 자체로 소중한 모니터링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호수에 들어가 생물 채집과 관찰 활동을 펼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태호수의 현 상태와 문제점에 대한 조언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목별 보조교사를 대학의 생물학 전공학생들로 꾸린 데에도 이유가 있다. 미래를 짊어지고 갈 생물학도들에게 호수공원의 생태적 중요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그것이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호수공원과 관련된 다양한 논문들이 나와 줬으면 한단다.

초가로 만든 원두막에서 열린 거미교실에서 최용근 한국동굴생물연구소 소장이 거미의 특성과 채집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여름습지생태교실이 처음 열린 해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첫 행사를 연 것이 계기가 돼 (사)어린이식물연구회가 만들어졌고, 오늘날 (사)에코코리아로 이어지며 호수공원의 생태를 모니터링하고 가치있는 대안을 고민하는 역할을 이어왔다. 초기에 참여했던 소장 생물학도들이 어느덧 생물학계의 전문가들이 돼 여전히 강사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공원관리과 호수공원팀을 중심으로 한 고양시의 적극적인 관심도 여름습지생태교실의 안정적 토대가 됐다.

20년 전 국내 최초의 도심형 인공호수로 만들어진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한 교육과 연구가 생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여름습지생태교실이다. 머잖은 미래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물학자들이 “학생시절 호수공원에서 열렸던 여름습지생태교실에 참가하면서 처음 생물학의 매력에 눈을 떴지요”라고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 보자. 

수생식물교실 학생들에게 부들과 애기부들의 구별법을 설명하고 있는 산과물식물연구소 임용석 소장.

 

수서곤충교실 학생들이 채집한 수서곤충을 세밀히 관찰하고 있다. 강사는 염진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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