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새로운 취향의 트렌드로 부상

맛도 개성도 특별한 수제맥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올 여름, 맥주 좀 먹는다는 이들 사이에서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브루어리(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에서 소량 생산하는 맥주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단순히 규모만의 구분은 아니다. 브루어리마다 각기 다른 기술과 설비, 제조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맛과 품질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공장제맥주와 달리 개성 있고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수제맥주의 매력이다. 

수제맥주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꽤 오래전이다. 90년대 후반 소개되어 하우스맥주 바람을 일으키며 한동안 주목을 받았지만, 확장성의 한계에 부딪혀 관심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다 2014년에 중소 브루어리의 설립 기준이 완화되는 등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비로소 봉인이 풀렸다. 무엇보다도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한 맥주도 타 매장으로 납품이 가능하도록 외부 유통이 허용되어 다양한 브루어리가 만들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공급의 확대와 함께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도 수제맥주 열풍의 요인으로 꼽힌다. 여럿이 어울려 폭음을 하는 회식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다보니 양보다는 차별화된 맛과 품질을 찾게 된 것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함께 증가한 혼술족(혼자 음주를 하는 사람)들의 취향에도 수제맥주가 제격이다. 가격은 좀 비싸더라도 양보다는 분위기와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경향에도 들어맞는다.

왼쪽부터 클래식 다크라거인 뮤닉둔켈, 밀과 보리를 함께 사용한 바이젠.

풍동에서 브루어리 하우스 ‘더 테이블’을 운영하는 윤재원 대표는 요즘 수제맥주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주 고객층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이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연령대에서 마니아층이 만들어지고 있단다.
“수제맥주를 맛보려면 처음엔 부드럽고 산뜻한 바이젠이나 필스너 종류부터 시작해서 점차 향취와 맛이 강하고 개성있는 둔켈, 고제, 스타우트와 같은 맥주로 미각을 넓혀가기를 권합니다.”

고양에는 현재 풍동과 법곳동, 장항동 등 세 곳의 규모 있는 브루어리에서 각각 개성 있는 맥주를 만들고 있다. 브루어리에서 수제맥주를 납품받아 판매하는 수제맥주 전문매장도 곳곳에서 개점하고 있다. 새로운 미각의 경지가 궁금하면 다양한 수제맥주의 세계로 한 걸음들어가보자. 열대야를 즐기는 돌파구가 돼 줄지도 모른다.


---------------------------------

브루어리 하우스에선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이토록 다양한 맥주의 세계

수제맥주 브루어리 하우스 방문기

수제맥주를 맛보려면 어디가 좋을까? 주요 상권마다 전문매장이 속속 문을 열고 있지만, 맥주의 생산에서부터 최종 제품까지를 한 눈에 살펴보려면 양조 시설과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기에 풍동의 한 브루어리 하우스를 찾았다. “오늘은 좀 양보다 질로 마셔보자”고 꼬드겨 맥주를 좋아하는 지인 둘과 동행했다.  

매장에 들어서니 구수한 냄새가 후각을 먼저 반긴다. 찐 보리냄새 같기도 하고, 쿰쿰한 효모 냄새 같기도 하다. 내부를 둘러보니 커다란 탱크 모양의 각종 양조 설비가 들어찬 모습이 흥미롭다. 진짜 양조장에 들어와서 갓 만든 맥주를 마신다는 설레임에 입안에는 벌써 침이 고인다.

매장에 들어서면 제법 큰 규모의 맥주 제조 설비가 첫 눈에 들어온다.

넓고 편안한 바에서 수제맥주를 즐기고 있다.

다양한 맥주 사진과 간단한 설명이 담긴 메뉴판을 살펴보며 각자 궁금한 맥주 한잔씩을 골랐다. 가장 많이 찾는다는 허니브라운은 꿀을 넣어 발효시켜 가벼운 초컬릿향과 토피향이 나는게 특징이라고. 인디아페일에일은 영국을 대표하는 페일에일에 보다 많은 홉을 첨가하여 진한 홉의 향과 맛을 강조한 맥주란다. 가장 독특한 인상을 남긴 맥주는 오렌지고제다. 독일의 고제지역에서 만든 사우어에일 맥주라는데, 직접 마셔보니 강렬한 신맛이 혀를 자극한다. 초보자가 마시기엔 약간의 모험심이 필요할 듯.   

맥주와 곁들인 모듬치즈 접시에는 10여 종의 치즈가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맥주의 다양함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안주가 맘에 들어서 또 두세 종류의 맥주를 추가 주문한다. 다양한 맛을 하나씩 골라 먹는 재미에 취해 시간이 훌쩍 흐른다. 처음 찾은 수제맥주 브루어리 매장, 자리를 함께 한 세 명 모두 점수를 높게 줬다.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마신 잔을 카운트해보니 일인당 7~8잔씩을 마셨다. 폭음이다. 가만있자, 오늘의 표어는 ‘양보다는 질’ 아니었나? 뭐지 이건?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