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방문해 노래 봉사... 노래방 기기 설치하고 직접 연주도

 

▲ 요양원을 방문해 직접 색소폰, 기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노래 봉사를 하고 있는 신가현, 김용문, 임지목, 한영연, 김정기, 이춘자, 김재준 어르신(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양신문] 일산서구 일산동에 있는 에바다 요양원에서는 지난 16일 한바탕 노래잔치가 벌어졌다. 이날 노래잔치의 주인공인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도 70~90대였고, 흥을 돋우며 봉사하는 이들도 70~80대의 어르신이었다. 이날 행사는 마침 올해 92세 생일을 맞은 김모 할머니의 생일잔치를 겸해 치러졌다.

여생을 요양원에서 보내고 있는 38명의 어르신은 이날만큼은 생기를 되찾은 듯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들 요양원의 많은 어르신들은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고 대부분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다.

노래 봉사를 하는 어르신은 흰돌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버 노래 봉사단(이하 노래 봉사단) 단원들로서 모두 7명이다. 가장 젊은 71세의 임지목, 김용문 어르신부터 가장 나이 많은 84세의 김정기 어르신까지 7명의 노래 봉사단원들은 하나같이 붙임성 있고 활기차다. 무엇보다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하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신가현 어르신, 전자 기타를 연주하는 김재준 어르신, 아코디언뿐만 아니라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멋들어진 노래실력을 뽐내는 한영연 어르신 등 모두 ‘풍류’에 관한 한 한가닥 하는 어르신들이다. 사회를 맡은 유일한 여성 봉사단원인 이춘자 어르신을 제외하고 나머지 남성 봉사단원 6명은 흰 와이셔츠에 검은 양복바지를 맞춰 입고 나비 넥타이 매 흡사 악극단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처음 무대에 나선 김정기 어르신이 ‘고향무정’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자 이를 이어받아 임지목 어르신이 ‘울고 넘는 박달재’를 열창했다. 이어 '불효자는 웁니다', '꿈에 본 내 고향’, ‘강촌에 살고 싶네’ ‘나그네 설움’을 노래 봉사단원이 돌아가며 불렀다.

이날 생일을 맞은 김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는 웅얼거리는 수준이었지만 노랫말을 거의 따라 부르자 한 봉사단원은 “이 할머니는 ‘나그네 설움’ 가사를 다 아시는 것 같아”라며 감탄했다. 일명 ‘함평댁’이라는 최모(84세) 할머니는 흥에 겨운 듯 하이파이브를 봉사단원과 나누기도 했다.

 

▲ 노래 봉사를 하는 어르신은 흰돌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버 노래 봉사단원들로서 모두 7명이다. 이들은 지난 16일 일산동의 에바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에게 노래봉사로 흥을 돋구었다.


“내일이나 모레 죽을 수도 있고, 몸도 편찮고 정신도 오락가락하지만 우리가 노래 봉사하러 가면 어떻게든 알아보고 반겨요. 어떤 어르신은 목욕도 하고 어떤 어르신은 화장도 하며 우리를 기다려요. 이걸 알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가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한영연(75세) 어르신의 말이다. 한영연 어르신은 노래봉사뿐만 아니라 7년째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산동구 백석어린이교통공원에서 노고산으로 오르는 산책길을 가꾸고 있다. 그는  “이 나이가 돼 봉사를 한다면 아들, 딸들이 먼저 말려요. 봉사하다가 다칠 수 있고 건강도 해칠 수 있다면서요. 하지만 건강할 때 봉사할 수 있는 나를 보면 스스로 장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들 노래 봉사단은 파주시에 있는 힐링요양병원과 고양시 일산동에 있는 에바다 요양원을 매달 방문한다. 노래봉사단은 방문할 때마다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고 약 1시간 30분 동안 아코디언, 기타, 색소폰 등을 직접연주하고 노래 부르며 편찮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각자 사연을 가진 어르신들을 이날 하루 한 시간 남짓이나마 묶어주는 것은 혈육도 돈도 아닌 한 소절 흥겨운 노래가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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