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자전거 수리하는 자전거 리사이클링 센터

 

백석육교에 자리한 자전거 리사이클링 센터의 작업자들이 고장난 자전거를 꼼꼼히 손보고 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만 해도 주택가 골목마다 고장난 물건을 수리해서 고쳐주는 가게들이 골고루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조금이라도 고장난 물건은 미련 없이 버리고 새 물건을 구매하는 문화가 오히려 ‘소비의 미덕’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버려진 물건들을 매만져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느리지만 의미 있는 작업을 꾸준히 펴는 이들도 있다. 길거리에 버려진 폐자전거를 손봐 다시 멀쑥한 새 자전거로 만들어내는 곳, 백석동에 있는 ‘자전거 리사이클링 센터’다.

 

자전거 리사이클링 센터가 자리하고 있는 백석육교 하단.

 

정성스런 손길 거치면 새 것처럼 멀쑥
자전거 리사이클링 센터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은 호수공원에서부터 호수로를 따라 이어진 자전거 전용도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특이한 모양의 건축물처럼 생긴 백석육교 맨 아래에 숨어있어 웬만해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작업장으로 들어서자 중년의 작업자들이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쫓으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바큇살을 하나 하나 맞추기도 하고, 몸체에 들어붙은 녹을 철사빗으로 문질러 벗기고 있다. 다단 기어의 톱니를 정교하게 맞추는 손길은 조심스럽고 진지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7명. 일자리창출과가 추진하는 공동체일자리사업을 통해 수급된 인력이다. 2명은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한 기술자다. 정비기술 이론과 함께 풍부한 실무 경험을 겸비한 정비팀의 이재균 반장은 초보 작업자들의 강사 역할도 하고 있다.
“자전거 정비가 배우면 배울 수록 재미가 있는 일이라 초보자들도 금방 흥미와 자긍심을 갖고 일합니다.”

 

작업자들은 이곳에서 익힌 기술을 살려 자전거 정비 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

 

거리 미관, 일자리창출, 나눔 실천 1석 3조
사업의 공식 명칭은 ‘Run Again! 자전거 리사이클링 사업’이다. 사업에는 여러 가지 유익이 있다. 도시의 곳곳에 버려진 채 방치돼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폐자전거를 수거해 미관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 외에도 일자리 창출과 자원 재활용의 의미도 있다. 또한 다시 쓰임새를 얻은 자전거를 복지시설 등에 기증해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규모는 소박하지만 이래저래 칭찬받을 만한 사업임에 틀림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공공근로사업의 계약 여건상 장기 근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공공사업의 일자리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려는 취지겠지만, 기술적 숙련을 요구하는 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도 느껴진다. 도로정책과 자전거문화팀의 류영열 팀장은 “리사이클링 센터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 자전거 정비 자격증을 취득해서 이후의 구직 활동에도 도움을 얻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자전거 수거 전문업체인 '사랑의 자전거' 직원이 거리에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하고 있다.

 

새로 태어난 자전거, 꼭 필요한 곳에 기증 예정
폐자전거의 수거 업무는 ‘사랑의 자전거’라는 별도의 전문업체가 담당한다. 관내의 자전거 보관소, 도로변, 공공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방치 자전거를 파악하고 규정에 따라 수거작업을 진행하는 것. 방치 상태로 판명된 자전거에는 계고장을 부착하고 14일이 지난 후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수거해 보관소에 넣는다. 30여 일간 보관 후 공고를 통한 매각 처리를 하면 자전거는 운명을 다 한다. 하지만 선별 과정을 통해 수리 후 재활용될 수 있다고 판명되면 다시 한 번 새로운 생명을 얻을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런 행운의 자전거들이 재활을 꿈꾸며 찾아오는 종합병원이 바로 이곳 리사이클링 작업장이다. 현재 작업장 한쪽에는 올 해 상반기에 생산한 리사이클링 자전거 50여 대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 저소득층이나 복지시설 등 적절한 수요처에 기증할 계획이다. 상태를 살펴보니 버려졌던 자전거라고 믿기 힘들만큼 멀쑥하다. 어딘가에 기증을 하더라도 초라한 상태로 내 보내면 환영받지 못할 테니 최대한 새 것처럼 만들어낸다는 것이 작업자들의 자부심이다.

 

말끔하게 다시 태어난 자전거들은 복지기관 등에 기부돼 다시 거리를 누빈다.

 

건강한 자전거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
환경과 자원, 그리고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친환경 무공해 교통수단이면서 건강에도 유익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전거를 둘러싼 문화는 좀처럼 개선이 더딘 게 현실이다. 여전히 도로에 나서면 교통을 방해하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하고, 고장난 자전거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기도 한다. 류영열 팀장은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각 동 주민센터와 소공원 등을 순회하며 운영하는 ‘찾아가는 자전거 수리센터’도 그 중 하나다. 수리센터의 일정은 고양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도로정책과 자전거문화팀(031-8075-2873)으로 문의해도 된다.
“자전거는 환경을 지키고 건강을 지켜줍니다. 좋은 친구이니만큼 고장 나면 잘 고쳐서 오래 써야죠. 건강한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시민들께서도 좀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자전거 리사이클링 센터의 일꾼들. (서 있는 사람 왼쪽부터) 도로정책과 자전거문화팀 류영열 팀장, 이재균 리사이클링 작업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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