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차제 규칙·조례 신설 어려워

▲ 가정집에서 바라본 동물화장장 예정지. 사업자는 노인과 어린이가 사는 가정집과 불과 10m 정도 되는 건물에 화장장 설치를 신청했다. 인근에는 빌라와 전원주택 단지가 몰려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차제 규칙·조례 신설 어려워
고양시 “상위법 개정 요구할 것"

고양시 고양동에 동물화장장이 들어선다고 하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이미 고양동은 서울시립묘지, 납골당, 폐차장, 장의차·버스차고지, 요양원 등의 기피시설로 넘쳐나는데 이제 ‘개’화장장까지 들어선다고 하니 기가 찰 따름”이라며 “주택가 바로 옆에 화장장을 짓는 것은 우리의 생존권 문제”라고 호소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6월이다. 고양동에서 중고차매매업을 하는 A대표는 6월 1일 동물화장장을 조성하겠다며 덕양구청에 용도변경 신고서를 제출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고양동 주민들은 ‘동물화장장 반대 추진위’(위원장 김정현)를 구성하고 주민반대 운동에 들어갔다. 김정현 위원장은 “동물화장장 반경 2㎞에 주민 1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길 건너 10m도 안 되는 거리에 가정집이 있는데 어떻게 화장장이 들어올 수 있냐”며 하소연 했다.

그뿐만 아니라 화장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는 일부 분양을 끝낸 전원주택단지가 58세대나 들어설 예정이어서 자연부락 주민들뿐만 아니라 전원주택 입주예정자들까지 반대운동에 합세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관련법이 바뀌고 나서부터다. 올해 1월 동물보호법에 동물장묘업이 신설되면서 동물화장장에 대한 설치근거가 마련됐다. 기존에는 동물을 화장할 때 ‘폐기물관리법’에 따랐지만 올해부터는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동물장묘업에 대한 등록 기준이 완화됐다.

시 담당 공무원은 “올해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과 관련해 법제처에 이미 문의를 해봤지만 ‘동물화장장과 주택과의 거리제한과 관련한 내용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만한 제한사항을 둘 수는 없다’는 해석이 내려왔다”며 “민원이 있지만 관련법이 이러니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양시 규칙에 화장장과의 거리제한을 세부조항에 담으려 했지만 법제처는 ‘상위법에서 위임하지 않는 조항은 만들 수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기 때문에 법제처의 사전심의를 받는 지자체 차원의 규칙과 조례 제정이 당장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걸린 동물화장장 반대 현수막.

주민들은 “등록제인 동물화장장은 요건만 갖추면 장묘업을 할 수 있어, 등록을 막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관련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동 주민들은 파주시 오도동에서도 같은 문제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파주 주민들과 연대해 투쟁할 계획이다.

김정현 위원장은 “개정된 법 조항이 허술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단 경기도와 농림부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할 것이며, 파주 주민들과 함께 경기도청 앞 반대 시위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양시는 고양동 동물화장장 건물(2개 동) 중 1개 동에 대해서는 ‘주민과의 갈등해소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시의 보완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 이달 11일자로 반려한 상태고, 나머지 1개 동에 대해서도 보완촉구를 요구한 상태다.

19일 시 관계자는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동물화장장 건축허가를 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원 해결을 위해 다음주 중으로 농림부와 국회의원실을 방문해 상위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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