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윤 자유청소년도서관장
전쟁의 전문가 손자(孫子)는 『손자병법 』에서 군사상의 정책결정과 지도방향의 중요성을 논쟁하면서 오사(五事), 즉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그 으뜸으로 도(道)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도란 무엇인가? “그것은 백성이 지도층과 더불어 뜻을 같이하게 하는 것이니, 함께 죽을 수 있고 함께 살 수 있기에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도를 도모했는가?

 

현실에 대입해보자. 북한 핵문제를 대응하는 전략으로 사드도입이 떠들썩하다. 그런데 그 사드의 배치를 두고 현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성주를 낙점하자, 성주는 갑자기 가장 강력한 집권여당의 반대지역으로 변해버렸다. 성주주민들은 지도층과 더불어 같을 죽을 의사도, 뜻을 같이할 의사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면 제2의 후보지인 김천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이와 같은 반대는 님비현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우리 지역만 아니면 된다가 아니라 대한민국 어느 곳에도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도 치르기 전에 민심이 이반된 것이다. 전통여당지역의 이러한 반발과 분노는 집권여당으로서도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왜 그럴까? 지금은 군주(君主)의 시대가 아니라 민주(民主)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민주의 핵심 절차는 토론과 합의인데, 사드배치 이전에 사드도입 문제에 대해서도 어떠한 토론과 합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배치지역의 결정은 그야말로 벼락에 콩 볶아먹듯이 무절차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잔치와 같은 길사(吉事)도 마땅히 상의가 있어야할 터인데, 전쟁과 같은 흉사(凶事)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현 정부가 결정했으니 반대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다시 손자로 돌아가 보자. 최고의 군사전략가 손자가 생각하는 최선의 전쟁은 무엇인가? 그는 말한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최선이다.” 이른바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이다. 군사행동을 통한 승리가 아니라 외교와 정치를 통한 승리다. 전쟁전문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치곤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지혜가 담긴 명언이라 할 만하다. 현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도 실패하였다. 그러면 이미 전쟁도 하기 전에 전쟁에서 진 것이다.

천하를 통일하고 중국대륙을 장악했던 진나라는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은 것으로 유명하다. 튼튼한 방어력을 갖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진나라의 패망은 오랑캐를 막는 외치가 아니라 국론을 통일하는 내치의 실패에 기인한 것이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를 들여오면 뭐하겠는가? 나라의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고, 정부 또한 국민들을 불신하여 대립하고 있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말이다. 북한의 핵무기보다 무서운 것은 민심의 이반이다.

전쟁의 최상전략은 승전이 아니라 평화다. 현대전쟁은 이기든 지든 최악의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그리하여 노자(老子)는 <도덕경> 31장에서 말한다. “무기라는 것은 상서럽지 못한 것이므로 군자가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다. 군자가 어쩔 수 없이 무기를 사용할 때 국가안위를 제일로 삼고 승리를 거두어도 아름답게 여겨서는 안 된다. 승리를 아름답게 여기는 자는 사람 죽이는 일을 즐기는 자이다. 무릇 살인을 즐기는 자는 천하의 뜻을 이룩할 수 없다.”

전쟁이 난무하던 춘추시대에 결연히 전쟁반대를 외쳤던 노사상가의 일갈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을 예상하고 남북한이 군사력을 경쟁하는 전략이 아니라,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상호군사력과 군비를 축소하고, 영구적인 평화의 길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전쟁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자국의 국민들이 생계활동도 포기하고 머리띠를 동여매고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서게 만든다는 말인가. 지금 도대체 우리나라는 누구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김경윤 자유청소년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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