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과 8월이 지났다. 그러나 9월이 왔는데도 여전히 여름 기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름은 생장의 계절이지만 이번 여름은 가문데다 폭염으로 인해 동식물이 다 살기 힘들었다. 그마나 냉방기 덕을 볼 수 있었던 난 다행이었다. 사무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면 숨이 턱턱 막혀 냉방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누진세를 걱정하며 에어컨 보기를 굴비 보듯 하며 살던 때이니 나라고 불안한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여름의 습한 더위를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안방에 에어컨을 설치한 게 몇 해 전이다. 그나마도 아침 출근시간에만 켜고 잘 지냈는데 올해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씻고 나오기 무섭게 다시 땀이 솟아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밤에도 더위로 편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나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는 게 참 힘든 때 기후마저도 사람을 힘들게 한다. 잘난 사람들이야 서민들의 이런 궁상맞은 여름나기를 알 리 없을 터이다. 아파트 몇 번 사고 팔며 몇 십억 차익을 챙기고, 본인은 장관 자리에 오르는 사람임에도 어머니는 극빈층으로 나라의 보호를 받으며 산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계속 견디며 살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는지 누군가 답을 좀 해주면 좋겠다.

한여름에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을 두고도 쳐다만 보고, 결국 더위를 피해 백화점으로 피서를 간다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누군가 좀 알고 도와주는 게 정치 아닌가. 그런데 정치를 하겠다는, 나라 살림을 맡겠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투기세력이고 법망을 교묘히 피하여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이들 뿐이다. 우리의 희생과 인내(세금을 착실히 내고 있으니)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고 싶다.

예로부터 국록을 받는 이들의 미덕은 청렴결백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록을 받는 이들이 청렴결백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일들은 옛날이야기 책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을 설치한다면 그 장소가 어디가 되었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에겐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적이다.

그러나 이젠 좀 달라진 것 같다. 미사일보다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더 우선하게 된 것이다. 이런 때 건강을 위해 냉방을 해야 할 상황에도 전기료가 무서워 전전긍긍하며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기막히다. 사람을 기본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 준 후에 희생을 말해야 할 텐데 혜택과 복지는 몇몇이 누리고 애꿎은 서민들의 주머니만 쥐어짜며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서민들이 다 살기 어렵다고 하는데도 20조가 넘는 세금이 더 걷혔다고 한다. 대부분 간접세로 거두어들인 세금이라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서민들의 주머니를 얼마나 살뜰히 쥐어짰는지 알 수 있다.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세금을 많이 냈으니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진 건 당연한 일일 터이다. ‘살기 어렵다’, ‘힘들다’는 얘기가 공연한 엄살이 아니란 말이다.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오너는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에 회사 돈을 쓰고, 정부는 그런 회사에 각종 혜택을 몰아준다. 기업은 갈수록 부자가 되고 서민은 갈수록 가난해진다. 이런 현실을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건지, 여전히 국민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세력이 야속하기만 하다.

공적인 자리에 갈 사람들에게는 도덕성이 요구되는 게 상식이다.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꼭 건전한 성의식이 아닐진대, 어찌된 일인지 성 추문만 없으면 아무리 큰 비리가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잣대가 계속 되는 한 우리 사회는 더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무더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하늘은 미세먼지로 가득하고 외교적으론 고립되어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숨쉴 구석이 없다. 무더위가 지난 후 나타날지도 모를 맑고 파란 가을 하늘이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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