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출간

[고양신문] “아침에 집에서 출근을 서두르는데 머리 속에서 왱~하는 모터 소리가 들리더니 몸이 넘어가는 거예요. 겨우 목욕탕 변기를 잡고 주저앉았는데 그래도 몸이 바닥으로 향하더라고요.”

전영관<사진> 시인은 그 길로 중환자실로 실려갔다. 뇌졸중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지난해 9월 병원에 입원해 그해 11월 퇴원하기까지 꼬박 두 달간은 완전한 의식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시간이었다. 전 시인은 “뇌 일부가 현재 기능하지 못하지만 다른 쪽 뇌가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하던 의사의 등짝이 완전히 다 젖을 정도로 어려운 수술을 받으면서도 그는 시를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시인은 두 번째 시집『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실천문학사)을 최근 출간했다. 첫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이후 4년 만이다.

이 시집의 발문을 쓴 김태형 시인은 ‘그가 잡으려 한 것은 분명 허공이 아니었다. 저 먼 곳을 향한 손짓이 아니었다. 긴 팔로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온힘을 다해 뭔가 힘껏 움켜쥐려고 했다. 이 세상이었다’라고 했다. 기다린다는 것은 앓는 일 / 한 자리에서 끝장나도록 / 뿌리를 스스로 결박한 것들 / 그리움 따위를 병으로 간진한 것들 (시 ‘서어나무’ 중에서)

▲ 뇌졸중이라는 큰 병마를 딛고 펴낸 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시인에게 사는 일 자체가 ‘앓는 일’이 아니겠는가.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에 사는 전영관 시인은 건설회사에서 반평생 일해왔고 국민 TV 이사로 활동하며 현실의 이치를 돌아보며 틈틈이, 그리고 성실히 시를 써왔다. 그도 역시 시를 단순히 ‘쓴다’기보다 시를 ‘앓는’ 시인이었다. 전 시인은 “시가 나를 공격해요. 어쩌겠어요. 쓸 수밖에…”라고 말했다.

죽음 문턱까지 간 경험 이후에 시인은 삶에 관한 열망을 가까운 곳으로부터 찾는다. 그곳은 아내의 자리이기도 하고 자식의 자리이기도 하고 남편으로서의 자리와 아버지로서의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 죽은 세월호 아이들의 시간이기도 하고 부모의 시간이기도 하고 노동자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공간과 시간 속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되새김 속에서 ‘사랑’ 혹은 ‘인간애’라고 부를 만한 것을 새 시집에서 발굴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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