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센터,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 심포지엄 개최

22일 화정도서관에서 열린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양의 독서환경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독서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제1회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 심포지엄이 ‘고양시 독서 문화 환경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2일 오전 화정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것. 도서관 책잔치를 일주일 앞두고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도서관센터의 정책담당자, 독서문화연구자, 지역서점 관계자, 출판사 대표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발표자들이 현장에서 도출된 구체적인 목소리를 들려줬다. 박미숙 책과도서관 대표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이재준 경기도의원, 노경실 아주특별한책의도시고양 추진위원장이 축사를 했고, 고은정 시의원이 토론 및 질의응답 패널의 일원으로 참가해 논의를 경청하며 시의회 차원의 관심을 약속했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이들의 목소리 일부분을 옮긴다.

건물보다는 책과 사람이다 - 이재준 도의원
경기도 도서관의 운영실태를 들여다보며 고양시의 열악한 도서관환경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호화로운 건물보다는 순기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도서구입비를 늘리고 사서를 충원하는 일은 기본이다.

바람직한 도서관 문화와 정책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여준 이재준 도의원. 

도서관은 영혼을 위로받는 곳 - 노경실 아주특별한책의도시고양 추진위원장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기형적이다. 가장 화려한 집(도서관의 건물)에서 생기를 잃은 하녀들(사서)이 시들시들 지쳐가고 있다. 도서관의 사서들은 지역주민들을 위한 정서적 헬퍼, 또는 영혼의 위로자 역할을 하는 아주 소중한 존재다. 도서관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아주특별한책의도시고양추진위원장 노경실 작가는 고양의 풍성한 문화 자원들을  참여의 테두리로 묶어내는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특별한 책의 도시를 향한 다양한 도전 - 이선화 고양시도서관정책팀 사서
도서관 이용자의 숫자는 프로야구관객, 국립공원방문객을 훨씬 상회한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도 공공도서관은 국민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시설이다.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 고양을 만들기 위해 도서관센터에서는 매력적인 도서관 브랜딩을 시작으로 보다 폭넓은 네트워킹,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통합앱 구축, 4개의 특화도서관 운영, 접근성 높은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고양은 자생적인 토양이 시작되는 유일한 곳 -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전국에 책의 도시를 표방한 지자체는 30곳이 넘는다. 그러나 책 읽는 문화가 건강하게 살아있는 도시를 찾기는 어렵다. 고양은 독서 환경의 다양한 구성체들이 책의 도시를 만들자는 요구를 밑바닥에서 자발적으로 모으기 시작한 유일한 도시다. 고양에 거주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와 작가단이 구성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슬로건에 그치는 이벤트가 아닌, 시민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독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독서정책의 의제화,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 추진 등이 병행돼야 한다.

고양에서 시작되는 상향식 독서문화 움직임을 가치 있게 평가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지역서점은 문화의 허브다 - 오서현 한양문고 과장
서점은 더 이상 책을 파는 곳에 머물지 않고 지식과 문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에는 기업논리로 운영되는 대형 서점보다는 지역에 기반을 둔 가깝고 편안한 동네 책방인 지역서점이 가장 적합하다. 지역서점이 책을 중심으로 지역의 다양한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

지역서점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오서현 한양문고 과장.

출판사들의 홍보 욕구를 적극 활용하자 -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특정한 지역만을 겨냥해 운영되는 출판사는 없지만, 모든 출판사는 ‘홍보’에 목이 마르다. 반면 독자들은 ‘지역’을 원한다. 책 구매, 저자강연, 독서모임 등 자신이 원하는 모든 활동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충족되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접점이 생긴다. 출판사는 문화행사를 생산할 자본력은 없지만 책이 있고 저자가 있기 때문에 지역의 요청에 언제든 부응할 수 있다. 고양시를 독서문화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수렴’과 ‘확산’의 전략을 제안한다. 중앙의 다양한 출판사와 작가들의 활동을 활발히 유치한다면, 타 지역 독자까지 고양을 찾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고양에 둥지를 틀고 있는 사월의책 출판사 안희곤 대표는 출판사와 연계한 '수렴'과 '확산'의 독서문화 전략을 제안했다.

비독자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 - 김은하 책과교육연구소 대표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독서 진흥 아이디어들이 사실은 기존 독서인구에 맞춰진 경우가 많다.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을 독서인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독서실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습관적 독서인구와 간헐적 독자, 젊은 세대와 중년 이상 독자들의 둑서량 편차가 무척 크다. 독자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비독자의 현실에 맞는 타겟 정책이 요청된다. 홍보의 지점, 활동 여건의 조성, 역할 모델의 제시 등이 비독자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게 설계돼야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비독서인구를 독서문화의 일원으로 끌어내기 위한 고민을 주문하며, 전문가적인 진단과 제안을 펼쳐보인 책과교육연구소 김은하 대표.

강의에 이어 열린 질의응답시간에서 고은정 의원이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촉박한 시간 탓에 발표자들의 충분한 부가 설명의 시간이 주어지지는 못했지만, 문제의식과 지향점을 공유하는 이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각각의 발표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밀도는 무척 높았다. 강의 후에 이어진 청중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서는 고양에서 활동하는 어린이도서연구회, 작은도서관협의회, 서점연합회 활동가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의 가장 큰 의의는 무엇보다도 고양시의 독서문화 현실을 함께 진단하고,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교류와 공조에 대한 따뜻한 공감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아닐까. 물론 그러한 공감대가 구체적인 정책과 지원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열망도 가득했다. 행사는 조수환 덕양구도서관과장의 인사로 마무리됐다. “함께 가는 첫걸음을 떼었으니, 이제 시작입니다.”

심포지엄의 진행을 맡은 박미숙 책과도서관대표. 시간에 쫓기는 여건 속에서도 발표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있게 아우르는 솜씨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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