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중징계자 대거 ‘무죄’... “허위제보에 시가 놀아난 꼴”

 [고양신문] 고양문화재단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나섰다가 감금·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고양문화재단 전직 간부들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6단독(심판 판사)은 지난 9일 K 전 본부장·J 전 실장·K 전 실장의 모욕·명예훼손 혐의, K 전 실장(앞과 동일인)·L 전 차장의 공동감금·공동강요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 

공교롭게도 이번에 무죄를 선고받은 4명 중 3명은 고양문화재단 이사회(이사장 최성 고양시장)로부터 지난 2월 중징계 대상자였다는 점에서 향후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당시 고양문화재단의 징계결정이 고양시 감사에 따른 결과를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3개월에 걸쳐 진행된 시 감사도 잘못됐음이 드러났다. 고양시의회 박시동 문화복지위원장은 “이번 법원 판결은 고양시의 재단에 대한 인사조치가 재단의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고 문제해결의 실마리와 동떨어졌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P가 A와 L로 하여금 시의회 의원들과 기자들에게 허위 내용의 제보를 지시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P 등이 그 위험을 자초하였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고양시가 재단 인사개혁의 일환으로 중징계를 내린 최초의 시발점이었던 제보가 사실상 ‘허위제보’였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허위제보의 유력한 지시자로 P, 즉 현 P본부장을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또한 감금·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고양문화재단 전직 간부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판결문에서 ‘이 사건 기자회견 및 유인물 배포의 주된 목적은 고양문화재단 및 그 임직원들의 명예 회복, 직원들의 복리후생, 시의회와의 관계 개선 등 재단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행하여 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나타내고 있다.

판결문에서 말한 ‘이 사건’은 2014년 12월 시의원들에 대해 비하발언을 했다고 제보한 것에 대해 재단 간부들이 허위제보로 보고 제보자 배후 색출을 위한 직원 소집, 집단 서명, 자체 감사 등을 한 사건이다. 재단 이사회가 이러한 행위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면서 ‘항명’, ‘일탈’로 본 반면 이번 법원 판결은 이러한 재단 직원들의 일련의 행위를 ‘재단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행하여 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재단 이사회는 지난 2월 허위제보를 한 배후로 지목되는 P본부장에게 정직 2개월, P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A과장은 정직 1개월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반면 허위제보자 배후 색출을 위해 나섰던 K 전 본부장은 파면, J 전 실장·K 전 실장·K 전 팀장은 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징계결정을 내린 직후 고양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재단 혁신을 위한 뼈를 깎는 전방위적 노력’, ‘재단의 관리·감독 강화를 통한 청렴성 강화’ 등의 표현을 썼다. 반면 고양시의회와 재단 직원들은 ‘P본부장을 위한 한쪽 편들어주기’라는 거센 비난이 나왔었다. 현재 P본부장은 정직 후 재단에 복귀를 한 반면 K 전 본부장·J 전 실장·K 전 실장·K 전 팀장은 재단에서 내쫓겼다.  

소위 ‘시의회에 대한 막말파문’은 재단 직원들의 집단행동 이전인 2014년 12월 2일 고양시의회 예산심사에 대비하기 위한 재단 간부직원 리허설 회의 자리에서 일부 간부가 시의원들에 대한 막말을 했다는 내용이 의회와 언론에 제보됨으로써 문제화됐던 사안으로 이번 법원 판결로 제보 내용 자체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재단의 한 직원은 “P본부장이 허위제보를 한 것은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다른 재단 간부들을 몰아내기 위한 부하 직원을 시켜 일으킨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재단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고양시가 ‘왜 P본부장을 감싸고 이와 대립했던 간부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았을까’라는 의문이 모아지고 있다. 재단 인사에 정통한 한 직원은 “고양시가 허위제보인 줄 몰랐다면 허위제보를 한 배후에 놀아났다는 꼴이 된다. 반대로 고양시가 허위제보인 줄 알았다면 허위제보를 한 배후를 감싸고 허위제보를 가려내려는 정당한 재단 직원들에게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내린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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