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역 상대적으로 낮아져 홍수 위험

불과 몇달 전만 해도 농지 바닥은 사진 속 사람이 서있는 장소의 바닥 높이었다. 하지만  매립이 계속되면서 일부 구간(사진 왼쪽)은  높이가 4m를 넘었다. 법률이 정한 객토 높이인 2m를 초과하고 있어 담당구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객토 제한 높이인 2m를 훌쩍 넘겨
담당구청, 뒤늦게 경찰에 수사의뢰
"매립지 농민과 토건업체 유착의심"

[고양신문]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634-87번지 일원. 비닐하우스 옆 농지의 바닥이 반년 사이 4m나 높아졌다. 한눈에 봐도 성인 남자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흙이 농지에 매립되면서 주변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집중 호우라도 오면 토사가 무너지고 낮은 지대로 물이 고여 홍수가 날 텐데, 이렇게 무작정 흙을 매립하면 우린 어쩝니까.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아지고 매립공사로 흙먼지가 비닐을 덮으면서 햇빛이 안 들어와 농사를 망치게 됐다”고 하소연 했다.

인근 주민들은 진행 중인 매립 작업이 지력(地力)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반적인 객토(토지 개량을 위해 다른 곳에서 흙을 파다가 논밭에 옮기는 일) 수준을 넘어섰고 작업기간이 길어지자 담당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관련 법률이 정한 객토 제한 높이인 2m를 훌쩍 넘고 있어 불법성을 문제 삼았다.

한 주민은 “일방통행만 가능한 작은 농로를 덤프트럭 4~6대가 수개월 동안 줄지어 다녀서 위험했던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3만 평에 달하는 넓은 지역이 2~4m 이상 높아지면 주변지역이 침수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당장 매립 작업을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매립 지역은 모두 국유지로 면적이 3만 평에 이른다. 이곳이 모두 논농사를 지었던 농지였다는 사실을 사진으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농지에 흙이 매립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토건업체가 킨텍스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터파기 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바로 옆 장항동 농지에 매립해 왔던 것. 매립 면적은 약 3만 평으로 규모가 상당하다. 또한 이곳 매립지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국유지로 농민들이 캠코를 통해 임대를 받아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이다.

이에 일산동구 건축과는 현장을 방문하고 토건업체에 원상복구를 명령했다. 또한 객토 제한높이를 무시한 채 매립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 26일 경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담당구청이 매립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과 토건업체는 쏙 빼고 부지 관리기관인 캠코만을 고발하면서 민원을 제기했던 주민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임대계약서만 써주는 캠코가 현장을 어떻게 알 수 있겠냐”며 “당장 매립작업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토건업체와 이를 허락해준 해당 농민들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현재 경찰고발이 있고난 뒤에도 토건업체는 매립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부지 관리기관이자 피고발인인 캠코는 “담당구청에서 구체적인 부지를 알려줘야 해당 대부자들에게 연락하거나 현장을 방문해 사건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데 구청에서 정확한 부지를 알려주지 않고 있어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비산먼지가 비닐하우스 위에 쌓여 햇빛을 가리고 있다.

일산동구청 건축과 담당자는 “흙이 매립된 곳이 100% 국유지라 우선 캠코를 고발한 것이고, 높이 2m를 기준으로 원상복구 할 것을 통보했다”며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으니 결과에 따라 행정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매립지가 워낙 넓고 매립으로 논두렁을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한 필지 구분이 어렵다”며 “부지가 정확히 파악되는 대로 캠코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토건업체 대표는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평탄 작업 마무리를 위해 흙을 더 가져오는 것뿐”이라며 “2~3일 내에 매립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고 덤프트럭으로 인한 도로 파손 등은 보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한 “농지 객토작업은 무상으로 하는 것일 뿐 국유지 임대농민들과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매립지에서 수년간 농사를 지어온 한 임대농민은 “올 봄까지 객토작업이 마무리되면 모내기를 하려고 했지만 토건업체가 평탄작업을 핑계로 지금까지 매립을 지속해와 올해 농사를 짓지 못했다”며 “우리 또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을 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을 제기한 농민들은 “담당 공무원이 캠코만을 고발하면서 토건업체에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됐다”며 “추석 전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불법 매립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담당공무원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토건업체가 2~3일만 기다려 달라고 한 지는 이미 한 달이 훌쩍 지났다”며 “국유지 임대농민들과 토건업체의 유착관계에 대한 수사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립지 주변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아져 홍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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