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뛰는 고양인>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 회장

적은 예산 대한민국막걸리축제
기획부터 살림살이까지 총책임
“고양팔현 삶 더듬을 공간 없어”
문봉서원 복원은 꼭 해야할 일

대한민국막걸리축제 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서 지난 8~9일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은 다소 피곤해보였다. 기획부터 업체섭외, 크고 작은 살림살이까지 적은 예산으로 막걸리축제를 꾸리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2010년부터 대한민국막걸리축제 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맡아 축제의 총괄책임을 짊어진 안 회장은 “빠듯한 예산으로 축제를 위해 뛸 사람을 섭외하고 움직이게 하는 일이 힘들었다. 또한 안전문제에다 청소 문제도 겹쳐 고심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한민국막걸리축제에서는 문화제로 선정된 송명섭주·지평막걸리·한산소곡주·감홍로주·안동소주 등 5개 업체를 포함해 36개 업체에서 100여종의 브랜드가 선보여졌다. 

“술을 마시는 축제에서 사고가 날 듯 하지만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는 것은 시민의식이 성숙했다는 겁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막걸리를 체험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다시 내년을 기다리게 하는 이만한 축제는 국내에서 찾으려고 해도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막걸리축제는 지금은 축제위원회와 고양시가 공동주관하지만 원래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가 주관해오던 축제였다.

안재성 회장은 사무국장을 맡아오다가 이은만 회장에 이어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으로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의 주사업은 5월에 열리는 송강문화제, 10월에 열리는 공양왕릉제, 11월 열리는 고양팔현제 등 제사를 지내는 사업이 주를 이룬다.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은 “고양팔현의 위패를 모시는 문봉서원의 복원을 꼭 해야 하는 일”로 꼽았다.

“‘고리타분한 제사를 왜 지내냐, 안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이 온 겁니다. 제사를 지내는 일이 아름다운 일이라고 목청 높이는 사람 없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 아닙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 사람들의 정신의 뿌리가 되는 문화를 하나라도 더 보존하고 발굴하는 일은 고리타분하다고만 볼 수 없습니다. 제사는 지금 사람들이 뛰어난 옛 선현과 만나는 숭고한 일이죠.” 

안 회장은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 회장으로서 문봉서원의 복원을 ‘언제가 꼭 해야 할 일’로 꼽았다. 문봉서원은 남효온·김정국·기준·정지운·민순·홍이상·이신의·이유겸 등 이른바 조선조 ‘고양팔현’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고양의 문봉동에 위패를 모셔놓은 서원이었는데 1870년 훼철됐다.  

“고양팔현이 왜 현인인가를 알려면 이 사람들의 사상이 담긴 글을 보아야 합니다. 고양팔현이라 말은 하면서도 고양에서 현재 이들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우선 이들 현인을 기리는 문봉서원이 건립이 이뤄져야하고 이들이 남긴 문집을 국역하는 편찬사업이 이뤄져야합니다.”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을 기리는 송강문화제를 매년 열어오는 것도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의 중요한 사업이다. 송강문화제는 14회째 덕양구 신원동 송강마을에서 열어오고 있다.

“기축옥사로 많은 선비들이 죽어갔는데 그 책임의 중심에 송강이 있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학적으로 보면 한글을 문학어로 활용해 최고의 경지로 올린 사람은 송강이었습니다. 송강의 작품은 현재 러시아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고 있을 정도인데 송강과 인연이 깊은 고양에서 송강을 기리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송강 정철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고양의 송강마을에 살았고, 부모가 별세하자 3년씩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공양 올리는 시묘살이를 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수년간 살며 작품활동을 한 곳도 고양이었다.

“소멸해가는 전통문화를 하나라도 더 보존하고 발굴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죠. 고양시 향토문화보존회의 사업은 멀리 보면 문봉서원을 복원하는 일이고 가깝게는 송강문화제를 내실있게 꾸려 송강을 알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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