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막걸리축제

▲ 지난 8일 막걸리축제를 찾은 한 외국인이 전통주 제조시연에 참여해 전남 진도의 ‘동방주’를 빚고 있다.

14년째 축제, 시민도 익숙하게 즐겨
36개 업체 106종, 명주 무료시음
“안전담보 위해 시 보조금 늘려야”

[고양신문] 홍보가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시민들에게 깊게 각인된 대한민국막걸리축제(일산문화공원, 10월 15~16일)는 이제 국내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 전통 명주가 총 출동해 풍성하게 열리는 축제이다 보니 축제 내용의 큰 변화 없이도 해마다 축제를 찾는 시민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부스를 돌다보면 올해는 지난해에 맛보지 못한 막걸리를 발견했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난해에 맛본 막걸리지만 올해 마셔보니 또 다르다며 그 술을 다시 사가는 시민들도 있다.

축제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했다. 매년 찾는 단골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스스로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를 터득해 가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무대 주변 막걸리 부스를 먼저 공략하면서 공연과 술을 함께 즐기고, 차분한 축제를 원한다면 종이컵 하나 들고 무대 반대편 부스를 방문해 가면서 맛에 집중하기도 했다.

시음을 끝내고 자신에게 맞는 막걸리를 정하고 나면 장터(먹거리 부스)에서 빈대떡과 홍어무침을 하나씩 사들고 공원 가장자리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앉으면 그만이다. 반나절 이상 축제장을 지키며 막걸리를 원 없이 마시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잠깐 들러 막걸리 한 병 쭉 들이키고 나서 주변 상가에서 만남을 이어가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 어린이 치어리딩 엔젤킹의 공연모습.

막걸리가 놓인 돗자리마다 각양각색의 풍경도 축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과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들도 있었지만 가장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는 이들은 단체모임을 막걸리축제에서 하는 시민들이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아리모임, 오랜만에 만나는 동창회와 향우회, 동별로 활동하는 각 시민단체 회원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일산문화공원을 찾았다.

안재성 대한민국막걸리축제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우리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역시 다양한 지역의 전통 명주들을 한꺼번에 시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음이 모두 무료라는 점이 여타 축제와 다르고, 참여 업체 수 또한 여느 막걸리축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가 대한민국막걸리축제를 벤치마킹해 축제를 열기도 했지만 14년이란 전통과 노하우가 없어서인지 대개는 실패하기 마련이었다. 오직 고양시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막걸리축제만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 먹거리 장터에는 안주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 긴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15만 명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축제장을 찾는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민안전. 취객이 생길 수밖에 없는 축제이다 보니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하지만 안전요원은 12명을 배치하는데 그쳤다. 공원엔 화장실이 부족해 길게 줄을 서야 했고, 먹고 남은 음식과 쓰레기 처리도 미흡했다.

윤주한 대한민국막걸리축제위원회 회장은 “15만 명이 찾는 행사가 단돈 4000만원의 시 보조금으로 치러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당장 내년부터라도 축제 보조금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화장실 불편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이용한 간이화장실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고, 쓰레기를 정리하는 데도 인력을 더욱 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제를 지원해온 정종현 고양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시민들의 참여가 예상외로 많았지만 사고 없이 질서 있게 행사가 마무리 된 것은 높은 시민의식 때문”이라며 “지역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과 고양시 이미지를 높였다는 것 또한 막걸리축제만이 갖는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고양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관광콘텐츠를 막걸리축제와 연계해 볼 생각”이라며 “매년 10월 초에 열리는 대한민국막걸리축제에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막걸리 빨리 마시기 대회 참가자들. 가장 먼저 마신 참가자가 힘차게 막걸리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 먹걸리를 마시기 위해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소나무 그늘에 둘러 앉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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