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동아리> 안곡고등학교 ‘아시아의 친구들’

(사진 왼쪽부터) 정여정 지도교사와 A반 '행동대장'으로 불리는 김주호‧윤하비군.

안곡고등학교의 ‘아시아의 친구들(이하 아친)’은 올해로 2년차인 인권동아리다. 그런데도 학교로부터 ‘꿈꾸는 동아리’에 실릴 학교 대표 동아리로 추천을 받았다. 정여정 지도교사는 “지난 6월 아친 부원들이 기획하고 진행한 ‘인권의 날’ 교내 행사가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의 날 행사는 6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열렸다. 인권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 ‘인문학에서 나온 인권’ 전시, 위안부 할머니에게 편지쓰기, 인권영화감독과의 대화 등 모든 프로그램을 부원 60명이 여러 날 고민하고 짜냈다. 부원 각자의 역할도 회의와 의견 조율을 통해 자율적으로 분담했다. 마지막 행사인 ‘인권영화 감상과 영화감독과의 대화’에는 재학생 90여 명 외에도 지역 시민단체 회원, 학부모가 자리를 함께해 더욱 훈훈했다.

정 교사는 “인권이란 게 친근한 듯하면서도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원들이 많다”면서 “그럼에도 기대 이상으로 인권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와 활동을 이끌어낸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부원들을 기특해 했다.

아친은 지난해 45명으로 출발해 올핸 부원이 60명이나 되는 ‘초대형’ 동아리가 됐다. 인원이 많아 3개 반으로 나눠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부원들의 의견을 모으거나 학교밖 활동을 할 때 버겁기도 하다.

“인권 동아리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내칠 수 있나 싶어 지원자를 다 받아준 내 책임”이라는 정 교사의 말에 윤하비(2학년 반장)군은 “머릿수가 많아 뭘 해도 든든하다”며 “그래도 후배들 면접 보는 걸 못해봐서 아쉽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친은 이번 2학기 땐 학생회와 함께 인권 관련 교내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학생회가 지난 인권의 날 행사를 보고 아친에게 먼저 제안을 해왔다. 아직 기획단계이지만 아친 부원들에겐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이다. 아친이 인권의 날 행사를 치르면서 쌓은 노하우를 제공하고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나서면 그만큼 많은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하비군은 “그동안 이주노동자, 위안부할머니 등 학교밖 인권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이번 학생회와는 학생인 우리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호(2학년 부반장)군도 “솔직히 별 생각 없이 선택했던 동아리인데 그래도 지금은 인권 뉴스에 눈길을 한 번 더 줄 정도로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다른 친구와 후배들도 인권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활동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개념이 더 모호해진다”는 윤군은 “각자의 인권이 충돌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란 의문이 들 때도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정 교사는 “동아리 활동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하비와 같은 고민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며 더 깊숙이 들어가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이 인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단초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줘 설령 교사가 바뀌어도 동아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곡고 ‘아시아의 친구들’=지난해 권도형 교사를 비롯해 교사 3명이 주도해 만든 교내 인권동아리다. 학생들이 정규수업에서는 접할 수 없는 노동, 생태, 평화, 환경 등 각종 인권 관련 주제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관련 활동을 한다.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아시아의 친구들(일산서구 대화동)에서 이름을 따왔다. 현재 총 60명(1학년 39명, 2학년 21명)이 부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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