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가을은 여행하기에만 좋은 계절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가을은 흔히 책 읽기 가장 좋은 때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이런 말이 나온 것인지 유래를 알기 힘들 정도로 참 오래된 이 말은, 그러나 지금 시대에 와서는 참 무색한 소리가 되었습니다.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은 약 8500만 권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출판된 책 중에 가장 많은 발행 부수는 역시 아동 도서로서 전체에서 19.8%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는 역시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쓰는 학습 참고서(19.4%)가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학생들이 읽거나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이 2015년에 전체 출판 도서의 약 40%를 차지한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일반적인 기준에서 ‘책’이라고 말하는 도서는 매우 큰 감소폭을 보였다고 합니다. 2014년에 비해 무려 9.7% 출판 도서가 감소했고 전체 종수 역시 4만5213종으로 전년 대비 5%나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책 읽는 시대의 위기’라는 출판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통계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이 이처럼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대게는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책을 들고 읽는 사람을 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사실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이 있나 일부러 찾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반갑게도 몇 분이 책을 보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그 분 곁에 슬쩍 가서 무슨 책인가 보니, 놀랍게도 그 분들이 보던 책은 전부 성경책이 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출. 퇴근 시간에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만 봅니다. 누군가는 그것으로 방송을 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또 누군가는 전화 통화를 하고 또 누군가는 카톡 등 SNS으로 소통하는 모습만 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도 2016년에 출판되는 책은 단언컨대, 지난 2015년의 그것보다 더 낮은 결과를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은 출판되어야 합니다. 책은 시대의 정신을 담는 또 하나의 역사이며 문명의 증거입니다. 스마트폰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인류의 정신이 초라해지는 오늘이, 그래서 더 아쉬운 까닭입니다.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은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유엔이 조사한 결과와도 거의 유사합니다.
성인이 한 달간 읽는 책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은 6.6권, 프랑스는 5.9권, 그리고 일본은 6.1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0.8권에서 1.0권 사이. 그래서 전 세계 기준으로 독서량을 따져보면 전체 192개 나라 중 우리나라가 최하위층인 166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참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까요?
이 가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혹시 책을 읽으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럼 지금 서점으로 가 주십시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나도 읽고 주변에 선물도 해 주십시오. 그래야 좋은 책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문화 강국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 가을, 책 읽기 참 좋은 계절 아닙니까.
고상만 인권운동가
webmaster@mygo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