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상만 인권운동가
가을입니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그 지독한 여름 더위도 결국 ‘시간이라는 무서운 힘’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찾아온 이 10월의 가을이 무척이나 고마운 이유입니다. 한편으로는 연일 전국의 명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을 전하며 이번 주말에는 어느 산이 가장 절정의 나들이 코스인지 방송만 틀면 뉴스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여행하기에만 좋은 계절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가을은 흔히 책 읽기 가장 좋은 때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이런 말이 나온 것인지 유래를 알기 힘들 정도로 참 오래된 이 말은, 그러나 지금 시대에 와서는 참 무색한 소리가 되었습니다.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책은 약 8500만 권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출판된 책 중에 가장 많은 발행 부수는 역시 아동 도서로서 전체에서 19.8%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는 역시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쓰는 학습 참고서(19.4%)가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학생들이 읽거나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이 2015년에 전체 출판 도서의 약 40%를 차지한 것입니다.

반면 우리가 일반적인 기준에서 ‘책’이라고 말하는 도서는 매우 큰 감소폭을 보였다고 합니다. 2014년에 비해 무려 9.7% 출판 도서가 감소했고 전체 종수 역시 4만5213종으로 전년 대비 5%나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책 읽는 시대의 위기’라는 출판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통계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이 이처럼 책을 읽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대게는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불과 십년 전만 해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책을 들고 읽는 사람을 보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사실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이 있나 일부러 찾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반갑게도 몇 분이 책을 보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그 분 곁에 슬쩍 가서 무슨 책인가 보니, 놀랍게도 그 분들이 보던 책은 전부 성경책이 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출. 퇴근 시간에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만 봅니다. 누군가는 그것으로 방송을 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또 누군가는 전화 통화를 하고 또 누군가는 카톡 등 SNS으로 소통하는 모습만 볼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도 2016년에 출판되는 책은 단언컨대, 지난 2015년의 그것보다 더 낮은 결과를 남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은 출판되어야 합니다. 책은 시대의 정신을 담는 또 하나의 역사이며 문명의 증거입니다. 스마트폰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인류의 정신이 초라해지는 오늘이, 그래서 더 아쉬운 까닭입니다.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3명은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유엔이 조사한 결과와도 거의 유사합니다.

성인이 한 달간 읽는 책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은 6.6권, 프랑스는 5.9권, 그리고 일본은 6.1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0.8권에서 1.0권 사이. 그래서 전 세계 기준으로 독서량을 따져보면 전체 192개 나라 중 우리나라가 최하위층인 166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참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까요?

이 가을,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혹시 책을 읽으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럼 지금 서점으로 가 주십시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나도 읽고 주변에 선물도 해 주십시오. 그래야 좋은 책이 더 나올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문화 강국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 가을, 책 읽기 참 좋은 계절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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