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고양인권예술제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등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도사린 편견을 바로잡고 사람은 모두 동등하며 존엄하다는 사실을 합창·수화 공연·영화·낭독극을 통해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17일 고양인권연대·고양시민사회연대가 주최·주관하는 제2회 고양인권예술제가 ‘편견을 넘어, 당신의 마음을 여는’이라는 이름으로 마두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것.

인권평화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는 지난해 인권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했고 인권위원회를 구성했는 데 이에 앞서 시민단체 측에서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운동의 벌였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에 이어 고양인권예술제가 마련됐다.

 


시의원들 수화공연에 큰 박수
유왕선 고양인권연대 대표는 “저와 김대권 아시아의 친구들 대표, 이정아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대표, 안미선 경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신지혜 평화캠프 고양지부 사무처장 등이 모여 고양시 인권을 위한 모임을 시작했다”며 “이 모임을 시작으로 고양시 인권에 대한 실태조사와 고양인권예술제를 진행했고 이에 고양시도 인권에 대한 정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미수 고양시민사회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인권을 외치면 마치 특별한 것을 외치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상식이 통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인권운동인데 이를 편견으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대표는 “서로 다르다고 차별을 두는 대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인권이 출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첫 순서로 공감합창단과 고양시의원들의 수화공연이 펼쳐졌다. 나눔활동이 사회적 약자에게로 통할 수 있도록 하는 뜻에서 팀명을 지었으며 여성 4명, 남성 2명으로 구성된 공감합창단은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주었다. 이어 김경희·조현숙·고은정·김효금·이윤승 등 5명의 고양시의원 으로 구성된 ‘손으로 전하는 사랑’ 팀의 수화공연이 펼쳤다. 김경희 의원은 “저희는 지난 6월 모임을 구성한 이후 11월에는 경기도 공무원 수화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며 “지금까지 5회의 공연을 했는데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유는 농아인들의 의사 전달 수단인 수화를 널리 보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5명의 시의원들은 ‘사랑합니다’와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 2곡을 수화로 공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여성 인권 돌아보는 영화 상영
이날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여성의 인권, 노동, 폭력 등에 대해 되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먼저 상영된 영화는 김준기 감독의 ‘소녀이야기’다. 이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사연을 소재로 그 피해의 참상을 알리기 위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특히 작품 속 화자의 목소리는 고인이 된 정서운(1924-2004)할머니의 육성 그대로다. 일본병사들의 성 접대부인 위안부로 외딴 자바섬으로 끌려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도망칠 수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숨만을 부지하며 하루하루 치욕적인 생활을 하게 되는 소녀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당시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도록 3D이미지로 잘 표현해 냄으로써 한국 애니메이션사에서 역사다큐라는 장르개척을 한 작품이다.

이어 상영된 ‘물물교환’은 조세영 감독이 연출해 2015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특별상은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약자를 돕는 일이 일종의 금기가 되어 버린 자본주의 사회 속 소시민의 딜레마를 중년 여성 노동자의 삶을 통해 여실히 그려내고 있다.

허름한 공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여성 노동자는 노동만이 유일한 교환수단이다. 이보다 더 약자인 폐지를 줍는 노인은 폐기물 줍는 일의 대가로 얻은 귤을 이 여성에게 주고 대신 공사 현장의 폐기물을 챙기려한다. 여성 노동자는 교환의 수단이라곤 귤 한 아름뿐인 이 노인에 대해 동정하면서도 외면한다. 결국 여자는 비윤리적 권력 체제의 상징인 듯 보이는, 공사 현장의 소장 차를 부수고, 노인의 리어카에 손길을 뻗는다. 약자와의 연대를 선택하는 영화의 결말은 언뜻 희망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어카와 함께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어쩐지 개운치 않다.

이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인식개선 낭독극 ‘어떤 소풍’이 공연됐다. 윤여지 작가가 극본을 쓰고 박소윤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삼남매가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비장애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부대행사로 안곡고등학교의 인권동아리가 준비한 포스트를 전시했고 지역서점인 한양문고에서 인권 책방을 마두청소년수련관 한 켠에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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