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상만 인권운동가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 실세’가 언급된 것은 사실 오래 전부터의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설을 믿지 않으려 했다. 그게 말이 되냐며 공박했다. 하지만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처럼 소문이 전부 다 사실로 확인되는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럽다는 사람도 많다. 별별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그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다. 그만큼 얼척 없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대의 촛불시위로 연일 기록을 갱신해 가고 있는 지금이다.

놀라운 것은 촛불집회를 대하는 국민들의 반응이다. ‘이건 아니라며’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대학로에서 출발하여 서울시청까지 행진하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인도에서 바라보는 시민들도 박수를 치고, 길이 막혀 답답한 버스안에서 내려다보는 눈빛 역시 부드러웠다. 이게 바로 민심이고 천심인 듯하다. 독재자가 제멋대로 할 수 없는 민주공화국에서 ‘이것만은 안된다’는 합의가 무섭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5% 지지율을 가진 대통령만은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고 있다. 80%를 넘나드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 앞에 스스로 약속한 검찰 수사 역시 불공정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법치국가 대통령이 ‘법치를 거부하는 초유의 오점’이 새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직위에서 물러나는 순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니 지금은 버텨 보겠다는 심산인 듯 싶은데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시기가 언제냐는 것일 뿐 국민에게 버림받은 권력이 기댈 곳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우리는 역사속에서 두 차례 민주혁명을 경험했다. 60년 4·19와 87년 6월 민주항쟁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차례의 민주혁명으로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4·19는 이듬해 5·16 쿠데타로 무너졌고, 6월 항쟁 역시 독재자 전두환의 쿠데타 친구가 권력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바르게 처벌해야 새로운 희망이 싹튼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비극은 제대로 된 역사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했든, 천문학적인 도둑질을 했든 상관없이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친일 반민족행위자가 처벌은 고사하고 해방된 나라에서 권력을 잡는 잘못이 여전한 이유다. 그래서 이제라도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9년간 스스로를 보수라 참칭한 세력이 나라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어떠한가. 22조원을 퍼부은 4대강은 전부 썩고 말았다. 자원 외교는 풍선처럼 터졌고, 방산 비리로 진짜 안보는 구멍 뚫린지 오래다. 그러더니 지금은 ‘대통령과 공모한 비선 실세’가 온갖 비리로 나라를 말아 먹을 지경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예측되었던 결과이기도 하다.

“증세없는 복지를 어떻게 실현 할 수 있냐”고 묻는 상대 후보에게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한다고 그러잖아요”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고도 대통령이 된 그는 이후 대부분의 복지공약을 일방 취소했다. 그 뿐인가. 아이들이 죽어가는 7시간 동안 사라진 대통령, 그래서 국민이 그 시간 동안 뭘 했냐며 묻고 있으나 끝까지 무시하는 대통령. 일본 아베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반면 북한과는 전쟁 불사론만 외치는 대통령. 적어도 이런 대통령을 또 뽑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몰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 뽑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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