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 도지사 초청 토론회

▲ 지난 27일 고양시를 방문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경제적·외교적으로 위기 처한 한국
대화하고 타협하는 구조 만들겠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27일 고양시를 방문했다. 안 도지사는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고양 갑·을·병·정 지역위원회 주관, 일산민주주의학교 주최의 ‘우리 더불어 꿈꾸다’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강연했다.

고양시 갑·을·병·정 지역위원회와 일산민주주의학교는 오는 12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내년 1월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내년 2월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고양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산민주주의학교(이사장 김현미)는 시민들의 인문·정치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현장 체험형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는 시민단체다.

안희정 도지사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이었지만 노무현 정부 5년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되면서 아무 공직도 맡지 못했다. 그렇지만 2010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에 연거푸 당선된 데 이어 현재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재호(고양을) 국회의원은 이날 안희정 도지사를 “충남에서 도지사로 두 번 당선되면서 민주당의 불모지인 충남을 옥토로 바꾼 개척자이자, 속이 꽉 찬 남자”라고 소개했다. 정재호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아 재선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날 안희정 도지사가 발제한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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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젊었을 때는 화염병 던지고 싸웠는데 어제(26일 토요일) 여러분은 촛불이 켜진 저 광화문 광장을 축제로 만들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이 광장에서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언했다. 소름 돋을 정도로 국민주권의 힘을 보여준 국민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현재의 주권자들은 헌정질서에 따라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을 하든지 의회가 탄핵을 발의하든지해서 문제를 풀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제가 젊은 시절 광장에 나가 싸울 때는 체제 자체를 거부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던 세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헌정질서를 존중하는 자세가 어제 광화문에 모였던 분들의 마음에 있는 걸 확인했다.

기업에 공적자금 투여는 과거 방식  
지금의 우리는 커다란 전환기에 있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보릿고개를 넘기고자 중화학공업 중심의 제조업 기반으로 일자리를 창출했고 성실한 국민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1위를 하던 수출품목들이 2000년대 이후 1위 자리를 위협 받기 시작했다. 조선·철강·반도체·자동차·정보통신기기 등 우리의 중요한 수출품목들이 중국 등을 비롯한 추격자들에 의해 역전될,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위기의 여파로 우리는 적절한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다. 과거 관행처럼 어려운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식으로는 미래의 먹거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대책 없이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쫓겨날 때 우리는 사회적 안정망에 대한 적절한 합의가 필요하다. 기업은 정부의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혁신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가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대기업에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미움 때문도 아니고 분배에 대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국가공동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모두가 위기에 처했는데, 대기업은 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협력체계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지도자도 이 위기의 현실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보고하고 고난과 시련에 함께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체제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정당은 당장 다음 선거에서 득표를 위해 싸울 뿐, 이 위기를 헤쳐갈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말하지 않고 있다.

 

▲ 이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을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고양시청 문예회관 1층과 2층을 가득 메웠다.

 

G2체제에서 여우같은 외교전략 필요
이러한 우리의 위기는 경제적 위기에 한정되지 않고 외교적 위기에도 걸쳐있다. 중국이 부상함으로써 나타난 G2 체제는 분단된 우리에게는 엄청난 시련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과 핵미사일 실험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다. 그런데 이 대비책이 한미일 동맹체제와 중국봉쇄 전략이라면 한반도는 과거처럼 안보를 보장받지 못한다.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헤게모니를 거머쥐었던 세계질서에서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함에 따라 과거와 다른 안보전략을 짜야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외교안보노선에서 여우같은,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의 민주화 운동이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주권자의 이름으로 막아내는 일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차원의 민주화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이제부터는 우리사회를 운영하는 가장 효과적인 체제로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야 한다. 각 정당들은 공적인 갈등을 효과적으로 대변해가면서 경쟁해야 하는데 현재는 특정 집단과 특정 지역을 대변하면서 싸우고 있다. 그 결과로 국민은 분열되거나 정치 무관심을 가지게 된다.

저는 20세기의 계급주의, 지역주의라는 모든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를 해보고 싶다. 우리가 한 배를 탄 운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이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저를 지지하지 않고 타 정파를 지지하는 사람들과도 원수가 되지 않는 정치를 해보고 싶다.  

 

▲ 토론회가 열린 27일 생일을 맞이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축하 케이크를 받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이날 사회를 맡은 박수현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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