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느티나무 3일에 걸쳐 이식 “나무 잘 자라고 마을 평안하길”

▲ 대형 크레인이 130여톤에 달하는 느티나무를 들어올리고 있다. 250년 된 이 나무는 향동지구가 개발되면서 조성되는 인근 호수공원으로 옮겨졌다.
덕양구 화전동 향동리에 있던 수령 250여 년의 느티나무를 옮기는 노거수(오래된 거목) 이식공사가 지난 21일 이른 아침부터 시작됐다. LH공사가 마을 어귀에 있던 이 나무를 400m가량 떨어진 향동지구 호수공원 조성지로 옮겨심는 작업이 3일에 걸쳐 진행된 것.

나무에 술을 부어 모든 작업과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원하는 일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다. 이어 뿌리를 감싸는 흙을 지름 6.5m 크기로 분을 만들었다. 그물과 굵은 동아줄로 흙을 덩어리째 붙잡았다. 나무의 크기도 컸지만 뿌리 부위도 거대했다. 총 무게가 130여 톤.

이 거대한 나무를 대형 차량으로 운반했다. 나무를 심을 자리에는 이미 물이 빠져나갈 굵은 관을 묻고 그 위에 잡석을 깔아놓았다. 나무에 굵은 쇠밧줄을 연결해 500톤 크레인에 걸어 적당한 자리를 잡는 일이 시작됐다. 하지만 거대한 나무의 자리를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크레인이 나무를 들고 있는 동안 인부들이 굵은 밧줄을 나무에 매서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고, 끌어당기는 동안 포크레인은 나무가 놓일 자리를 정돈했다.
작업의 총감독을 맡은 한강나무병원의 이규범 부원장은 “이렇게 큰 나무를 옮기는 일은 전국에서도 몇 번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아침부터 커다란 분을 보호하고 있던 H-빔을 용접으로 해체했다. 이후엔 덤프트럭 10대 분량의 품질 좋은 배양토를 나무 주변에 뿌리고, 분 주변의 흙을 정리하는 토공정리 작업을 했다. 이어 오후부터 16톤 물차 4대가 나무에 물을 붓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다. 

23일에는 나무줄기에 옷을 입혔다. 겨울을 대비해 굵은 가지마다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나무가 원체 크다보니 인부가 크레인을 타고 작업을 했다. 이를 끝으로 3일에 걸쳐 나무 옮기는 일이 끝났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일이었다. 이규범 원장은 “수백 년 세월을 함께해온 이 나무는 마을주민의 소중한 자산이며,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귀한 가치가 있다”며 “이 나무를 옮기는 데 억대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호수공원이 들어오는 이 일대 조경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두초등학교를 나와 덕양중학교를 다녔던 이 마을 출신 김영주(47세)씨는 “덕양중에 다닐 때 이 나무를 지나쳐서 빈들고개를 넘어다녔다”며 “나무를 보존할 수 있게 돼서 너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60여 년을 살아온 박순례씨는 “간밤에 꿈자리가 뒤숭숭해 나와보니 이 나무를 옮기고 있길래 술이라도 부어놓으려고 했는데, 일하는 분들이 벌써 부었다”며 “다 옮기면 간단하게라도 술을 부어 나무가 잘 자라고 마을이 평안하기를 기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50여 년간 이 곳의 삶을 지켜본 느티나무가 더욱 든든히 뿌리내려 향동지구 역사와 함께 하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