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탑 설립 예산 5천만원 의결

올해 3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양유족회’는 유족들이 직접 기금을 모아 추모비를 금정굴 입구에 세웠다. 사진은 유족들이 지난 3월 추모비를 세우고 절을 하는 모습.

김영환 도의원 “위령탑 예산 5천만원 통과”
고양시 의회, 금정굴 관련 예산 전액 삭감

[고양신문] 경기도의회가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고양시 ‘금정굴’ 민간인 희생자의 위령탑 설립 예산 5000만원을 신규 편성해 의결했다. 반면 고양시는 금정굴 추모예산이 시의회에서 전혀 통과되지 않아 유족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김영환 도의원(더민주·고양7)에 따르면 안전행정위원회 차원에서 신규 사업으로 편성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긴 금정굴 희생자 위령탑 건립비용 5000만원이 지난 13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이 도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위령탑이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 입구 부근이나 근린공원 등에 세워질 예정이다. 제막식은 위령제가 열리는 내년 10월 가질 것으로 보이지만 위령탑을 어디에 둘 것인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정확한 시기는 유동적이다.

올해 경기도가 금정굴 관련 예산을 통과시킨데 반해 고양시는 수년간 관련예산을 책정했으나 시의회에서 번번이 삭감되면서 예산집행이 불가능했다. 고양시가 그동안 올린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평화공원 조성비’과 ‘금정굴 유해 발굴지의 토지매입비’ 등을 시의회가 수년간 무산시킨 것. 내년 예산안을 조정하는 이번 예산결산특별위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열린 고양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문화제 행사 운영비’ 80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사설납골당에 봉환된 금정굴 유해 안치비용 1년 예산인 1100만원만 의회를 간신히 통과했고 추모예산은 올해도 편성되지 못했다.

금정굴 담당 부서인 고양시 평화인권팀 관계자는 “이번에 집행부가 편성해 올린 8000만원은 ‘과거사 문제를 되짚어보고 이념갈등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세운 예산으로, 민간인 희생자(금정굴)와 관련해 집행될 예산은 8000만원 중 약 10%에 불과했다”며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에 아쉬워했다.

김영환 도의원은 “그동안 일부 단체 등이 희생자들을 소위 ‘빨갱이’로 규정하며 위령사업을 반대해왔는데 이제는 갈등 없이 관련 사업들이 추진되길 바란다”며 “위령탑이 좋은 곳에 설치돼 고양시 평화인권의 상징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령탑 예산이 통과됐다는 소식에 유족 측은 크게 반겼지만 한편으로 아쉬워하기도 했다. 신기철 금정굴평화인권연구소장은 “유해 안치비용을 제외한 어떠한 예산도 고양시에서는 통과되지 않았는데 오히려 경기도의회가 위령탑을 세워주겠다고 나섰다”며 “시의회가 반대하더라도 시가 의지를 강력히 보였다면 충분히 사업이 가능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위령탑 예산이 확보됐지만 금정굴이 있는 황룡산 입구가 사유지라 부지가 마땅치 않다”며 “고양시가 위령탑을 세울 부지 확보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정굴사건은 1950년 10월 9일부터 약 20일간 고양경철서의 지휘아래 북한군 부역혐의자와 그 가족 등 주민 153명을 재판 없이 총살한 후 매장한 사건이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6월 이 사건을 경찰이 불법적으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로 규정하고 평화공원 조성을 포함한 위령사업을 정부와 지자체에 권고했지만 지금까지 관련 추모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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