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앓았던 고양문화재단 내년 예산
재단대표·부시장 예결위에 읍소
내년 정상화 약속 후 예산 증액
정상적인 운영이 이뤄지지 않아 조직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고양문화재단(이사장 최성 고양시장)의 내년 예산(출연금)이 99억원으로 결정됐다.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는 고양문화재단(이하 재단)의 내년 예산을 재단이 당초 제출한 122억1000만원에서 50% 삭감해 61억500만원으로 결정해 예결위로 보냈다. 그러나 예결위는 지난 13일 계수조정을 거치면서 재단의 내년 예산을 99억원까지 회복시켰다. 99억원은 재단이 내년 예산으로 당초 제출한 122억1000만원의 약 80% 수준.
재단의 내년 예산은 예산심사 전부터 많은 관심이 모아지던 사안이었다. 예산심사 전인 행정사무감사에서 재단은 직원 간 고소고발, 불합리한 조직 개편, 부실한 경영 등으로 시의원들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아왔다.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재단 임원들은 시의원들로부터 ‘전원 사퇴하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재단의 이러한 난맥상을 고려하면 재단의 내년 예산의 대폭 삭감은 충분히 예상됐다.
상임위 “혈세 낭비보다 대폭 삭감”
실제로 해당 상임위였던 문화복지위는 전례가 없는 ‘제출 예산액의 50% 삭감’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시민에게 문화적 편익을 제공한다는 재단의 존재 의미를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다. 상임위에서 결정된 61억500만원 중 인건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재단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20억원도 되지 않는다.
고양문화재단의 한 해 지출 내역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 ▲고양아람누리와 고양어울림누리의 운영과 관리 비용 ▲공연·전시를 위한 사업비 등 3가지다. 재단의 지출 내역에서 이 3가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다.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재단이 2015년 지출한 예산 총액은 123억7500만원으로 이중 인건비는 41억3800만원이다. 이 외 공공운영비·시설관리용역비 등 일반운영비는 53억1400만원, 공연사업비 7억5800만원, 전시사업비 2억500만원, 교육사업비 3억9100만원, 축제사업비 8200만원, 홍보비 8200만원 등 사업비가 18억6100만원이다.
재단이 2016년 10월까지 지출한 예산 총액은 107억700만원으로 이중 인건비는 29억2000만원이다. 이 외 시설관리용역비 25억3900만원, 공공운영비 12억3700만원, 공연사업비 8억5400만원, 전시사업비 2억5500만원, 교육사업비 3억400만원, 축제사업비 4억7400만원, 홍보사업비 1억5700만원이다.
예결위 심사 이전 문화복지위의 한 위원은 “재단의 비정상적인 현재 상태로는 내년 예산의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시의회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재단 예산을 책정하면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복지위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예산심사권을 가진 시의회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예산을 가볍게 취급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고양시의 한 공무원은 “재단 제출 예산액의 50% 삭감은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며 “재단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효과가 있다손치더라도 예산을 가지고 위협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계수조정 직전 ‘혁신계획안’ 제출
제출 예산의 50% 삭감까지 가는 위기로 몰린 재단과 고양시 집행부는 예결위의 계수조정이 있던 지난 13일 예결위원들 앞에서 읍소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이진찬 고양시 제1부시장, 박진 재단 대표이사, 심광보 교육문화국장 등은 대폭 삭감된 재단 예산의 회복을 요구했다.
박진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날 4쪽 분량의 ‘고양문화재단 혁신 계획안’을 읊고 난 후 “고양시의회가 재단에 요구한 권고안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한 점, 또한 이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시의회와 소통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한 번만 더 기회를 준다면 재단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찬 고양시 제1부시장도 이날 ‘박진 대표가 재단을 개혁하고 시의회와 함께 소통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박진 재단 대표이사가 예결위원들에게 제출한 ‘고양문화재단 혁신 계획안’에는 ▲강등제도 신설을 통한 징계처분 강화 ▲채용시스템 개선 ▲진정한 연봉제 도입 ▲식음료 사업 전면 중단 ▲희망보직·순환보직 시스템 도입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예결위는 재단이 정상화를 실천한다는 것을 전제로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에서 37억5000만원을 증액해 결국 99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선재길 예결위원장은 “문화복지위가 책정한 예산으로는 인건비만 받고 일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재단을 해체하라는 의미와 같다”라며 “재단이 마지노선으로 가져온 혁신 계획안을 내년에 실천하지 않을 경우 시의회가 내리는 어떠한 요구도 받아들이겠다는 확답을 받고 99억원까지 예산을 회복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