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앵그리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

반지하방 꼬마들과 옥탑방 할매의 신기한 겨울밤
산타 신화에 딴지 거는 발랄한 상상력 펼쳐

“나 진짜 화났다구!”
주인공 병두는 생김새도 성격도 잔뜩 화가 난 '앵그리 버드'를 닮은 꼬마다. 병두는 산타의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 아침이 무척 화가 나 착하고 소심한 누나 자두에게 괜히 신경질을 부린다. 그런 병두의 섭섭함에 맞장구를 쳐주는 고마운 어른이 딱 한 명 있다. 옥탑방에 사는 꽃할매다. 산타를 '인정머리 없는 영감'이라고 흉보기를 주저하지 않는 꽃할매는 한술 더 떠 산타에게 복수를 하자고 아이들을 꼬드긴다. 병두와 자두는 설레는 맘으로 꽃할매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 커다란 가마솥을 걸고 산타를 재채기로 골려줄 마법같은 약물을 달이기 시작한다. 산타에 대한 복수를 마친 세 사람은 흰 쌀을 볶아 달콤한 눈송이를 만들기도 하면서 신기하고 행복한, 기똥찬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다.
 
병두가 사는 반지하방은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자두와 병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 등 가난한 한부모가정 아이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런 자매에게 산타클로스로 상징되는 '풍족함을 전제로 한 판타지'는 위로는커녕 초라한 현실만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아이들의 결핍된 마음을 다독여주는 이가 폐지를 주우며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독거노인이라는 설정도, 약자들끼리 어울리며 기존의 가치관에 딴지를 건다는 상상도 유쾌하고 참신하다.

 

옥탑방에 사는 꽃할매는 폐지를 줍는 독거노인이지만, 엉뚱하면서도 따뜻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야기는 옥상으로 장소를 옮기며 현실의 영역에서 환상의 영역으로 바통을 넘긴다. 그곳에선 한겨울인데도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기도 하고, 옥탑방보다도 큰 솥단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신기한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옥상은 지은이의 상상력이 비로소 날개를 펴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들만의 비밀 공간인 옥상에서 꽃할매와 함께 산타 따위는 필요 없는 신기한 겨울밤을 보내며 화가 났던 병두는 마음이 풀리고, 소심한 자두는 좀 더 씩씩해진다. 그런데 어린 병두는 그렇다쳐도 다 큰 어른인 꽃할매가 대체 왜 산타 영감을 미워하는 걸까? 사실 꽃할매는 산타에게 큰소리칠만한 자격이 충분한 존재다. 꽃할매의 정체가 궁금하면 꼭 책을 펼쳐보시길.

 

산타 영감을 골탕먹일 신기한 약물이 다려지기를 기다리는 병두와 자두, 꽃할매의 모습.

 

 

병두와 자두, 꽃할매가 신비한 옥상에 하늘에서 달콤한 눈송이가 쏟아지는 기똥찬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다.

 

책은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7~8세 아이들을 겨냥한 사계절 출판사의 기획인 '웃는 코끼리' 시리즈의 19번째 책이다. 색연필과 수채물감을 섞어 그린 김효은 작가의 삽화도 무척 정겹다. 사이즈도 가격도 소박해 자녀들은 물론, 주변의 친해지고 싶은 꼬마들에게 성탄이나 새해 선물 삼아 부담 없이 건네기에 딱이다.

 

 

(사진제공 : 사계절 출판사)

--------

“마법의 물약 같은 이야기 계속 쓸거예요”

발랄한 상상력 펼치는 동화작가 성완
고양 청소년들에 애정과 관심도 지속

성완 작가는 두 아이를 고양에서 길러낸 오랜 이웃이다. 고양신문 기자로 활약하기도 했던 그는 2013년 제2회 비룡소문학상을 수상하며 오래 전부터 품고 있던 작가의 꿈을 이뤘다.

김선주라는 본명 대신 아버지가 지어주신 ‘성완’이라는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는 이후 『내 동생이 수상하다』, 『축구왕 차공만』, 『다락방 명탐정』 시리즈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을 버무리는 솜씨는 성완 작가만의 주특기다.

성완 작가는 창작활동을 펼치면서도 지역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고양신문이 처음 시도했던 ‘책으로 꿈을 응원하는 도서관의 친구들’ 사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고, 역시 고양신문이 주관한 ‘나의 꿈 페스티벌’의 실무를 진행하며 헌신적인 수고를 보여주기도 했다. 

책 날개 인사말을 통해 크고 작은 시련들을 씩씩하게 이기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어린 마법사들'이라고 부르는 성완 작가는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마법의 물약 같은 이야기들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조금 늦은 나이에 동화작가로 등단했지만 왕성한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는 성완 작가. 『앵그리병두의 기똥찬 크리스마스』는 그가 펴 낸 여섯 번째 책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