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들, 숨가쁜 성장 목도한 증인

토박이들, 숨가쁜 성장 목도한 증인
신도시 입주자들, 도시에 새바람을
삼송·원흥 입주자들, 아직 ‘경계인’

 
[고양신문] 고양시가 100만 도시가 된 지도 이제 1년이 훨씬 지났다. 고양에 사는 시민들을 정착한 시기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고양시도 이제 도시로서 ‘역사성’을 가지게 됐다. 

2017년 새해를 맞이해 고양신문은 세대별로 나눠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의상 고양 토박이를 1세대, 일산 신도시 입주민들을 2세대, 삼송·원흥지구 입주민들을 3세대로 나눠보았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3명씩 좌담회를 열어 총 9명의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담았다. 

이들 3개 세대에게 ‘고양’이라는 도시는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고양시에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만족을 느끼며, 그들이 원하는 고양시 발전방향은 무엇일까. 세대별로 갖는 고민과 행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고양시의 역사를 가르는 분기점은 아무래도 1993년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일산신도시의 조성이다. 1980년대 후반까지 12만 명에 불과했던 고양의 인구는 신도시 입주를 앞두고는 20만 명을 넘어섰고,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쳐 오늘날 104만 명의 인구를 품은 대도시로 변모했다. 신도시 개발 이전부터 고양에 살았던 1기 토박이들은 작게는 마을공동체의 변화를, 크게는 고양의 숨가쁜 성장을 생생히 목도한 증인들이다. 현재 고양시에 살고 있는 인구 중 신도시 개발 이전부터 거주했던 토박이들의 숫자는 약 8만 명으로 추산한다.

1세대 토박이들 사이에서도 유입 시점을 중심으로 다시 세대 구분이 가능하다. 한강변으로 펼쳐진 드넓은 농경지를 중심으로 조상 대대로 자연부락을 지키며 살아온 이들이 있는가 하면, 6·25를 겪으며 월남한 이주 정착민, 그리고 1970년대 경제개발시기에 서울에서 이주해 온 세대들이 차례대로 고양의 주민으로 합류한 것이다. 이들이 품고 있는 고양의 과거와 현재를 더듬는 기억의 결은 유사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지닌다. 개발 이전의 공동체에 대한 향수가 유사성이라면, 개발 과정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겪어야 했던 삶의 변화는 서로 다른 지향과 갈망을 낳기도 했다.

한편으로 일산신도시 조성계획은 발표되자마자 1세대 토박이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들 토박이들의 일산신도시 백지화 요구를 관통하는 정서는 ‘생활터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토박이들은 새롭게 일산으로 이주한 서울 중산층과 비교하면 직업, 생활수준, 문화적 혜택 면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편 난생 처음 만지게 된 큰 보상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날리기도 했다.   

▲ 1992년 25만8000명이었던 고양시 인구는 24년이 지난 2016년(11월 기준) 103만8000명으로 약 4배 증가했다.

1993년 본격적인 일산신도시 입주 이후 고양시는 숨가쁘게 팽창했다. 입주 직전인 1992년 25만 명에 불과하던 고양시 인구가 불과 6년 후인 1998년에는 75만 명이 됐다. 6년이라는 이 짧은 기간 사이 3배 가까이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 6년 동안의 변화는 고양 땅 위에서 이뤄졌던 수천 년 동안의 그 어떤 변화보다 더 급격했다. 

2세대 일산신도시 입주민 6만1000세대는 도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주인공들이었다. 서울 등 타지에서 일산으로 처음 이사 올 때 가슴에 품었던 희망은 도시의 새로운 에너지였다. 이들 일산신도시 입주민들은 푸르른 녹지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서울로 출퇴근했다. 이들은 자족도시가 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지만 그렇다고 고양 밖 다른 도시로 이사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2세대 일산신도시 입주민들도 이제 고양을 ‘제2의 고향’이라 부를 만큼 세월이 흘렀다. 삼송지구와 원흥지구가 개발되고 입주가 시작됐다. 삼송·원흥신도시는 일산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비하면 ‘미니신도시’에 불과하지만 근 25년간 정체돼 있던 고양시 인구변화에 변수를 일으킬 만큼의 대규모 택지개발이었다. 이곳은 고양시 인구가 100만 명을 넘기는데도 기여했다.

삼송·원흥 아파트단지로 유입된 인구는 최근 6년간 6만6000여 명에 이른다. 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원신·흥도·신도·창릉동의 인구를 확인한 결과다. 같은 기간 4개 동을 제외한 덕양구의 다른 동들은 오히려 인구수가 대부분 줄었다. 덕양구 내부에서도 삼송·원흥신도시로의 이동이 있었던 것. 신도시 입주민들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일부는 경기도에서 유입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교 저학년을 자녀를 둔 세대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자녀 교육을 중심으로 한 어머니들의 모임이 지역 공동체의 대부분이다. 또한 고양시에 대한 소속감이나 애착은 그리 크지 않다. 나들이 지역으로 고양시보다는 문화혜택과 쇼핑에 더 장점이 있는 서울을 선택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경계인’이라는 표현으로 자신들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감을 높이는 것이 도시의 외향적 발전뿐 아니라, 도시 내부 발전의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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