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조사

왼쪽부터 말똥가리, 독수리, 황조롱이. 모두 산황산 인근에서 발견된 조류다. 기사에 나오는 조류 사진은 모두 고파환생교 회원인 박항재, 박병삼, 김미희씨가 지난달 29일 찍은 것이다.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추가조사 하면 40종 넘을 것”
“환경영향평가 엉터리 밝혀져

[고양신문] “깜짝이야.”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멧돼지로 보이는 갈색 동물이 덤불에서 확 일어서더니 눈앞을 쌩하고 지나갔다. 다시 보니 멧돼지가 아닌 고라니였다. 조류를 관찰하기 위해 탐방한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산 주변 도촌천 덤불에 숨어있던 고라니가 몸을 일으켜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불과 5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골프장 증설계획으로 환경단체와 인근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던 산황산 자락은 다양한 종들이 풍부하게 자리 잡은 곳이었다. 지난 5일은 높은 미세먼지 농도로 하늘은 뿌옇고 햇볕이 좋지 못했다. 조류 생태를 조사하기에는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산황산 자락과 그 앞을 흐르는 도촌천을 지역 환경단체 회원과 탐방해보니 고라니와 함께 황조롱이, 까마귀, 쇠물닭, 흰뺨검둥오리 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딱새, 백할미새, 때까치.

‘환경과생명을지키는 고양·파주교사모임(이하 고파환생교)’ 소속인 박항재(49세·아래 사진)씨의 안내로 탐방한 도촌천과 산황산은 도심에서도 자연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박항재씨는 앞서 지난달 29일 고파환생교 회원 2명과 함께 산황산 인근에 서식하는 조류를 조사했고 하루 동안의 조사에서 22종의 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기자와 동행한 5일엔 추가로 2종을 더 발견했으니 이곳에서 발견된 조류만 24종이다. 발견된 조류는 천연기념물인 원앙, 독수리, 황조롱이, 멸종위기 2급인 말똥가리, 그리고 백할미새, 직박구리, 노랑턱멧새 등 참으로 다양했다.

고파환생교가 산황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골프장 증설문제 때문이었다. 골프장을 짓기 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되는데 ‘그것이 너무 허술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직접 종 다양성 조사에 들어간 것. 그 전부터 식물을 중심으로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조류만을 조사한 것은 지난 연말이 처음이었다.

박항재 환경과생명을지키는 고양파주교사모임 회원. 뒤로 산황산에 설치된 골프장 그물이 희미하게 보인다.

산황산 일대 조류를 확인한 박항재씨는 “겨울철 한 시기에만 24종의 조류가 발견됐는데, 여름 철새까지 추가하면 40여 종은 될 것”이라며 “골프장 농약이 도촌천으로 흘러들면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건강하게 살 수 없는 삭막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고파환생교는 봄, 여름, 가을에 걸쳐 3차례 조류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계절, 기후, 시간대별로 출현하는 조류가 다를 수 있으니 조사 횟수를 늘리는 게 정확한 통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

박항재씨는 “골프장 증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에선 18종의 조류만 발견됐고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등의 특이 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번에 우리가 발견한 종류만도 24종이나 된다”며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는 관계기관이 일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와 현지 주민들도 함께 현지조사를 실시하거나 민간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동행 조사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고파환생교는 앞으로 1년 동안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산황산 일대 조류생태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산황산 앞 도촌천에 숨어있던 고라니.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