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0일 특별 기고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어느덧 1000일이 지났건만, 아픔이 무뎌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보냈다. 상처 치유도, 진상 규명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세인들의 기억속에서 또다시 덧없이 침몰하도록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이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삶속에서 세월호를 호출한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녘교회 김경환 목사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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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름다운 이유

                                                              김경환 (동녘교회 담임목사)


세월호 참사 1000일째도
일산문화공원의 촛불은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후 거의 한 달 동안
멍하니 앉아서 울기만 했고
무기력한 한숨만 몰아쉬던 그 때에도
님들 중 누군가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 거리로 나왔고
서명대를 설치하고 진상규명의 길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제정신을 차리고 나서
함께 시작한 광장에서의 서명운동은
해가 두 번이나 바뀌고
그 날 수가 네 자리 수를 넘어가는 그날에도
여전히 흔들림 없는 열정으로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의 국회 농성, 십자가 행진, 삼보일배
심지어 삭발, 단식 등 피눈물 나는 절규가 외면을 받고
350만명의 유례없는 특별법 제정 서명이 조롱당하고
특조위 진상규명 활동이 조직적으로 방해를 받는 그 순간에도
광장의 촛불은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에도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의 불볕 더위에도
주말에, 휴가조차 반납하면서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그 약속과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늘 그렇게 성실한 몸으로 살아온 세월들

서명 용지에 정성을 다해 이름을 적고
수시로 바뀌는 홍보지를 마음으로 받아 읽어주고
때로는 음료수와 떡으로
때로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으로
“이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해요”
몸둘 바 모르며 손잡아 주었던 수줍은 양심들

광장의 진정성이
바람을 타고 마음을 타고 연대의 힘을 타고
노란리본공장으로 가족치유밥상으로
북 콘서트와, 공동체 영화상영으로
노란우산프로젝트와 나눔 김장축제
각종 추모와 진실규명을 위한 행사로 이어지는 그 순간에도
진실을 위한 걸음을 더 힘 있게 해준 님들

여전히 마를 길 없는 세월호의 눈물들
부패와 무능과 욕망과 탐욕으로 억울진 이 땅의 세월호들
진실과 책임, 변화와 생명을 위한 선택 없이 결코 오지 않을 새 하늘과 새 땅

어느 누구 한사람도 삶의 무게가 쉬운 사람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는 자와 함께 우는 심정으로
정의가 이기는 그날까지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성실한 몸이 진실의 세상을 열어감을 삶으로 보여주시는 님들

결과보다 값진 건 님들이 걸어온 길입니다.
촛불시민혁명의 더 큰 세상을 향한 전진은
성실한 한 걸음이 만들어낸 세상입니다.
역사는 결코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세월호 참사 998일째 광장에서 펼쳐진 서명홍보전(2017년 1월 7일).

세월호 추모 그림전시회를 시작하며(2014년 5월 25일).

일산문화공원에서의 첫 서명운동(2014년 5월 26일).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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