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구청 버스정류장 지정정차제 도입

광역버스와 시내버스 승하차 구간 구분
이용자 안전과 승하차 질서 개선 기대

한 이용객이 앞차에 막혀 광역버스 승하차 구간에 임시 정차한 시내버스의 앞문을 두드리며 승차 의사를 밝히지만 버스기사는 문을 굳게 닫은 채 연신 앞쪽을 향해 손가락질만 한다. 의아해하는 승객에게 주변의 다른 승객들이 말한다. “시내버스는 저 앞쪽에서 타셔야 해요. 여기는 광역버스 승차구역이거든요.” 그제서야 ‘광역버스, M버스 전용 정류장입니다’라고 적어놓은 주황색 현수막을 발견한 이용객은 서둘러 앞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지난해 11월부터 버스 노선별 지정정차제가 시행되고 있는 일산동구청 앞 버스정류장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정류장 뒤편의 광역버스 전용 정차구역. 바닥에도 붉은 색으로 구간 표시를 해 놓았다.

노선별 지정 정차제란 광역버스와 일반버스의 정차 위치를 구분해 지정된 구역에서 승하차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통과하는 노선이 많고 길이가 긴 승강장에서 버스들이 무분별하게 정차를 반복하는 현상을 없애고, 이용자들이 대기 공간에서 바로 탑승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일산동구청 앞 정류장은 광역버스와 일반버스, 좌석버스, 마을버스 등 모두 45개 노선의 버스가 통과하는 고양시 최대의 교통 집중지역이어서 가장 먼저 지정 정차제를 도입 운영하게 됐다.

일산동구청 지정 정차제 승차장은 정류장 앞쪽에 일반버스와 마을버스가, 뒤쪽에 광역버스와 M버스가 정차하도록 구간을 구분해놓았다. 기존 50m 길이의 정류장 길이도 80m로 늘려 총 6대까지 동시 정차가 가능하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이 중 4개 면이 일반버스 구역으로, 2개 면이 광역버스 구간으로 할애된다. 그러다보니 종종 제도 시행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일부 승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류장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승객들은 지정 정차제 시행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직장이 신촌이라 매일 정류장을 이용한다는 한 승객은 "초기에는 좀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면서 "정해진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니까 질서가 잡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뒤편에 정차한 버스를 놓칠까봐 조바심치며 정류장 구간을 달리는 풍경은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제도 시행 이전에는 버스들이 뒤섞여 추월차로에 정차하고 승객을 승하차시키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지정 정차제 시행 이후에는 일반버스의 추월차로 진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추월차로에서의 위험천만한 승하차도 당연히 사라졌다. 질서와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제도 도입의 타당성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정류장 앞쪽의 일반버스 전용 정차구역. 추월 차로인 2차로는 뒤편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는 광역버스에게만 허용된다.  

버스 기사 입장에서는 어떨까? 시행 초기 일반버스와 마을버스 기사들로부터 원성이 쏟아졌다. 오랫동안 시내버스를 운전하다 지난 해부터 대화동에서 광화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박인태(46세)씨는 "시내버스 기사들은 앞에 정차한 광역버스에 막혀 일반버스 정차구역으로의 진입이 늦어져 이전보다 정류장 통과시간이 길어진다는 불만이 많다" 고 전했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에는 정류장 진입을 기다리는 버스의 줄이 롯데백화점 사거리까지 길게 늘어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은 제도 시행 초기의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시 대중교통 정책 담당자의 설명이다. 그는 “제도 시행의 가장 큰 이유는 승객의 편의와 안전 확보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승하차시간이 단축돼 정류장 통과시간도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대중교통과는 지정 정차제의 취지와 제도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제도 운영 성과를 면밀히 분석해 신호체계, 횡단보도 운영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류장 곳곳에 부착돼 있는 구간 구분 안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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