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구 57% 감사청구에 동의
입찰심사 과정에서 점수조작 의혹
입대회의 “입찰 비리 아냐” 결백 주장

[고양신문]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 A아파트단지(8개동 692가구)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찰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고양시에 감사를 요청했다. 고양시는 아파트 전체 세대의 30% 이상 서면동의하면 감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단지는 무려 57%의 가구가 감사청구 신청서에 서명했다.

주민대책위(위원장 유기수)가 그동안 입찰 비리로 의심한 사례는 10여 건에 달한다. 주민대책위는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회의)가 입찰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점수 조작을 상의하는 등의 녹취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니깐 B업체를 낙찰되게 하려면 어떻게 우리가 짜야 되느냐 이 얘기죠.”
“C업체를 10점을 주고 D업체를 6점을 주면….” 
입주자대표회의 대화내용(주민대책위가 확보한 녹취자료)

이에 대한 감사청구는 지난달 31일 접수됐다. 주민대책위는 ▲각종 공사의 입찰 선정 과정에서 비리로 의심되는 점이 다수 발견된 점 ▲아파트 관리업체(Y개발)가 직무를 유기한 정황이 확인된 점 등을 들어 일사동구청에 정식으로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시는 해당 관리소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최근 3년간의 회계자료와 관련서류를 요청했으며, 이후 주택관리사와 회계사,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감사팀을 꾸려 3월 중에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기수 주민대책위원장은 “입대회의 회장이 특정 업체가 공사하는 게 좋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동대표들이 이에 따르는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됐고, 점수를 어떻게 줘야 특정 업체가 선정될 수 있는지 회의 도중 공개적으로 논의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공사에서는 잔금 지급 과정에서 서류도 작성하지 않고 업체에 미리 송금하고 10일이 지나고 나서야 서류를 작성해 이후에 결제한 것처럼 꾸민 사실이 발견됐다. 내부 결제 없이 1500만원의 돈이 아무렇게나 지출된 것은 회계상 중대한 과실이며, 관리소장이 송금을 눈감아 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측은 입대회의 회장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G아파트신문’이 입찰비리에 이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매월 발행되고 있는 이 신문에는 아파트 공사와 관련된 업체의 광고가 실려 있는데, 문제의 아파트단지에서 입찰에 선정된 업체가 대부분 이 신문에 광고를 의뢰한 업체들이었다.

주민 M씨는 “지난해 12월 발행된 G아파트신문을 살펴보면 10여 개 업체의 광고가 실려 있는데, 그중 우리 아파트 공사입찰에 성공한 업체가 5개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문에 광고를 준 업체들이 주로 입찰에 성공한 이유가 우연은 아닐 것이란 주장이다.

주민들은 이런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입대회의 측에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회의록을 요구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받은 회의록은 A4 1장에 써놓은 결과 정리에 불과했고,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아파트 관리소장은 “요구한 회의록을 복사해 드렸지만 자료가 미흡하다고 해 녹취자료를 추가로 드렸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입주민들은 “관리소 측이 일부 녹취자료는 없다며 지금까지도 주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입대회의 측은 “일부 입주민들이 주장하는 입찰비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신문광고에 나온 업체들은 광고 전에 이미 입찰에 선정된 것이며,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를 밀어 준 사실은 전혀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감사 준비가 더디게 진행 되고 있지만 3월 중에는 감사를 진행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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