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땅꺼짐’ 8일 만에 또 발생, 차 때보다 심각, 100m 주저앉아

 

백석동 ‘땅꺼짐’ 8일 만에 또 발생
1차 때보다 심각, 100m 주저앉아 
전문가 “빠른 복구가 능사 아니다
정확한 원인파악 후 대책 세워야”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두 차례나 도로가 움푹 꺼지는 사고가 일어나 단순 임시복구가 아닌 고양시의 총체적인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백석동 업무용 빌딩 신축현장과 주거용 오피스텔 사이 왕복 8차선 중앙로에서 1차 땅꺼짐 사고가 일어난데 이어 14일에도 땅꺼짐 사고가 발생한 것. 2차 땅꺼짐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동일한 공사현장과 고양종합터미널 사이 왕복 6차선 도로다(지도 참조).

▲ 지난 6일과 14일, 8일 간격으로 연이어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땅꺼짐 현상이 일어났다. 고양시는 두 차례 모두 28층 높이의 업무용 빌딩 터파기 공사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차 사고로 편도 3개 차선 중 2·3차로 구간 100m가 주저앉았고, 반대편 3개 차선도 2·3차로에 길이 20m의 균열이 생겼다. 꺼진 도로와 보행로 사이의 철제 울타리가 엿가락처럼 휠 정도로 2차 사고는 1차 사고 때보다 심각한 편이었다. 주변에는 고양종합터미널과 대형마트가 있어 시민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추가적인 땅꺼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안전정밀진단을 통한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는 한편 이 일대 6차선 도로에 대해 교통통제를 하고 있다. 

고양시는 두 차례 땅꺼짐 사고 모두 업무용 빌딩 터파기 공사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공사중지를 명령했다. 28층짜리 고층 업무시설을 짓기 위해 시공사는 터파기 공사의 일환으로 땅 밑으로 20m의 ‘차수벽’을 설치했는데, 이 차수벽의 부실함이 사고 원인이라는 것이다.

차수벽은 지을 건물 밑으로 지하수가 흘러들면 건물이 내려앉을 수가 있기 때문에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땅속 시설물이다. 차수벽으로 둘러싼 안쪽의 흙을 파내고 그 속에 콘크리트 등으로 지반을 단단히 다져야만 지상의 건물이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 고양시 시민안전과 담당자는 “차수벽에 틈새가 생기면 지하수와 함께 흙이 흘러들고 이에 따라 주변 땅속에 빈공간이 생기면서 땅꺼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1차 사고는 차수벽에 틈새가 생겨 일어났고, 2차 사고는 차수벽에 대한 보강공사의 영향으로 기존 차수벽이 또다시 문제를 일으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차수벽에 대한 보수공사마저도 문제를 일으켰으니 시공사인 요진건설에 다른 차원의 대안을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요진측이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현재 안전건설협회에 분석을 의뢰했고 결과는 3월 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바라본 2차 땅꺼짐 사고 현장. 땅꺼짐이 발생한 도로 건너편에 28층 높이의 업무용 빌딩을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 현장이 보인다. 고양시는 “정밀안전진단 후 복구대책을 세운 다음 착공이 이뤄지기 때문에 도로가 언제 다시 개통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고양시는 1차 사고와 달리 2차 사고의 경우 사고가 일어난 도로의 지하에 매설된 구조물들도 손상됐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 시민안전과 담당자는 “6차선 도로 아래에 하수관로, 오수관로, 통신선로의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단순히 도로를 복구하는 것을 넘어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의 안정화에 힘을 쏟아야하기 때문에 2차 사고의 복구공사는 길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1차 사고에 대한 임시복구 공사는 하루 밤샘 공사로 마무리되어 다음날 중앙로의 교통통제를 해제시킨데 비해, 2차 사고 복구공사는 근본적 대안이 마련된 다음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공사가 차수벽을 부실하게 설치한 것 외에 사고현장 주변이 지질학적으로 지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두 차례 사고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양시에 따르면, 이번 두 차례 사고 훨씬 전인 고양종합터미널 공사를 하던 2007년, 백석역에 인접한 오피스텔을 건설하던 2004년에도 땅꺼짐 현상이 일어났다. 고양 토박이인 한 시민은 “백석역 인근은 저지대로 원래 한강물이 드나들던 뻘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백용 단장도 “백석역이 한강지류에 영향을 받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질학적 지반이 취약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땅꺼짐 사고가 한 가지 원인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시설안전공단 윤태국 공학박사는 “1차 땅꺼짐 사고 때 제대로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 주변 교통 체증만을 우려해 임시복구를 한 것이 2차 땅꺼짐 사고를 불러왔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땅꺼짐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땅꺼짐 사고의 원인이 복합적일 수 있다”며 “현장의 양태와 지질적 특성, 지하공사의 특성 등 여러 가지를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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