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엽어린이도서관, 올해 첫 작가의 방 열어
최덕규 작가 ‘여름이네 집…’ 3월 9일까지 전시 

 

최덕규 그림책작가가 꾸민 작가의 방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개구쟁이 여름이의 모습.

 

[고양신문] 한쪽 벽면에 물안경을 쓴 개구쟁이가 신나는 표정으로 수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쪽 엄마 아빠는 얼떨결에 물에 빠진 듯 난감한 표정으로 물방울을 내뱉고 있다. 주변에는 귀여운 물고기들도 헤엄치고 있다. 방에 들어서는 이들은 물속 세상에 초대라도 받은양 흥미진진한 눈빛이 된다.

주엽어린이도서관이 올해 첫 그림책 작가의 방을 열었다. ‘여름이네 집에 놀러오세요’라는 테마로 방을 꾸민 주인공은 최덕규 작가다. 방의 주요 디자인 콘셉트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헤엄치는 방』의 등장인물들을 소재로 했다. 물안경 꼬마의 이름은 여름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개구쟁이 여름이는 그의 또 다른 책 『나는 괴물이다』에서도 스스로를 우주 괴물이라고 믿는 엉뚱한 꼬마로 등장한다. 알고 보니 여름이의 모델은 바로 최덕규 작가의 아들이다. 아들을 키우며 경험했던 따뜻하고 즐거운 기억들이 최덕규 작가의 멋진 글솜씨 그림솜씨와 만나 재미있는 그림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림책 작가의 방’은 주엽어린이도서관이 지난해 시작한 기획으로, 그림책 작가 스스로 자유롭게 꾸민 방에서 독자들과 함께 하는 유쾌한 만남을 이어왔다. 작가의 방 첫 번째 손님이었던 김중석 작가를 시작으로 최향랑 작가, 유준재 작가가 바통을 넘겨받으며 개성 넘치게 자신의 방을 꾸며왔다. 2017년 첫 번째 주자인 최덕규 작가 역시 앞선 입주자들 못잖은 매력을 선보이며 공간 구석구석을 창작의 흔적들로 채워 넣었다. 

최덕규 작가가 만든 책들. 초기에는 만화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그림책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나는 괴물이다'를 만들기 위해 사전에 제작한 미니북.

 

최덕규 작가는 『여름이네 병아리 부화일기』, 『나는 괴물이다』, 『우리집에 배추흰나비가 살아요』 등의 책을 펴냈다. 일상에서 발견해 낸 소소한 소재를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풍부한 이야기속에 담아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작가의 방에 걸린 그림 액자들도 하나같이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연상케 한다. 유리로 된 진열장 안에는 한 권의 그림책이 태어나기까지의 지난한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 다양하게 놓여있다.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책에 작품의 구성을 미리 담아보는 미니북도 보이고, 아이디어의 원천인 아들 여름이의 실제 생활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만날 수 있다.

벽면 한쪽에는『헤엄치는 집』의 더미북(완성 전 미리 만드는 책)도 보인다. 책의 아이디어 스케치에서부터 원화, 만화, 완성된 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방 프로그램이 안겨주는 매력이다. 

 

'헤엄치는 집'의 더미북(사전에 만드는 예비책)과 최종 출간물. 

작가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하는 아들 여름이의 모습. 작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소중한 존재다.


지난 21일에는 최덕규 작가가 꼬마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1인 공연극도 진행됐다. 최덕규 작가는 아이들에게 『거북아 뭐하니』를 읽어주는 것으로 가볍게 워밍업을 마친 후, 『나는 괴물이다』 이야기를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가며 연기, 성대모사, 배경음악을 총동원한 종합 장르 1인극 공연을 선보였다.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최덕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전시장을 찾으면 보물찾기, 퀴즈풀기 등의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열린다. 문의 031-8075-9161 

 

 

꼬마 독자들 앞에서 그림책 1인극을 펼치고 있는 최덕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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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누군가와 함께 볼 때 가장 재밌지요”

인터뷰 - 최덕규 그림책 작가

 

최덕규 작가가 자신이 그린 그림책 속 주인공 앞에 섰다.
 

 

그림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는 아내와 함께 만화 작업을 했는데, 여름이(작가의 아들)를 키우며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그림책이 가진 매력에 눈을 떴다. 시작하고 보니 그림책이라는 장르가 갖는 감수성이 내 성향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이야기는 짧고 간결하지만, 그 안에 작가의 성격과 내면을 담아낼 수 있다. 거북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거북아 뭐하니?』만 봐도 다른 이들을 의식하는, 조금은 소심한 내 성격이 은연 중에 드러난다. 개구쟁이 여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나는 괴물이다』 역시 ‘남들이 안 알아줘도 나는 나야’ 라고 말하고픈,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내 욕구가 투영됐다.

작가가 생각하는 그림책의 매력은 뭔가.
그림책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되씹어보고 음미할 수록 그 안에 층이 아주 많은 책이다. 마음을 열고 능동적으로 다가서려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비로소 그림책이 품은 함축적인 매력에 다가설 수 있다. 또 하나는 누군가와 함께 보기에 가장 좋은 매체라는 것이다. 아이와 몸을 부비며 즐기기에 그림책만큼 좋은 매체가 어디 있겠는가.

그림책을 잘 보는 방법이 있을까.
그림책은 장난감이다. 뭔가를 얻으려고 그림책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그림책을 가지고 놀겠다는 태도가 가장 바람직하다.

1인극 공연이 인상적이다. 
재작년 국립극단에서 그림책 작가 5명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로 1인극을 만들어 발표하는 위크숍을 했다.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경험의 영역이 확장되는 놀라운 기회가 됐다. 1년가량 공연을 하고 나니 비로소 나도 아이들도 즐거운 공연이 가능해졌다. 내 아이에게 책 읽어주던 경험이 확장돼 열린 공간에서 불특정의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얻은 셈이다.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
생명에 대한 관찰은 늘 이어오는 관심의 한 축이다. 예를 들어 국가의 프로그램에 의해 방사된 지리산 반달곰은 귀하게 관리되고 있는 반면, 오래 전에 웅담채취용으로 들여왔다가 방치되고 있는 1000여 마리의 사육곰들은 너무도 열악하게 관리되고 있다. 생명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담아 사육곰 이야기를 편안한 그림책으로 풀어보고 싶다. 다른 한쪽으로는 『거북아 뭐하니?』처럼 내 안에 잠재돼 있지만 말로 잘 설명이 안 되는 감정들을 포착해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작업도 지속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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