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력부족으로 감사 일정 지연

고양시 일산의 아파트단지 모습. 현재 고양시는 공동주택(아파트·빌라)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524단지, 약 23만9000세대)로 아파트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시는 상시 운영되는 전담 감사팀을 아직 신설하지 않고 있다.

시 인력부족으로 감사 일정 지연
“상시 운영되는 감사팀 필요”
2년간 15단지 행정처분 227건

[고양신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의 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지난달 말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회의)가 심각한 입찰비리를 저질러 왔다며 고양시에 감사를 청구했다. 주민대책위 대표는 전체 세대 30% 이상(조례 기준)의 서명을 얻어 어렵게 감사청구를 했지만, 해당 구청에서는 감사를 곧바로 진행하기는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담당 공무원은 고양시의 다른 단지에서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이라 한꺼번에 두 곳을 실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양시는 상시 감사기능을 수행할 감사팀이 따로 조직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감사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감사팀을 새로 조직해야 하는데, 감사팀의 필수 구성원인 고양시 소속 주택관리사가 1명뿐인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감사를 청구한 주민대책위 측은 “아파트 도시인 고양시는 비리 문제로 수많은 단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시가 인력이 부족하다며 감사를 미루는 게 말이 되냐”며 “당장 조직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고양시의 아파트 감사에 대한 조례 내용도 부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타 지자체의 경우 주민 30%가 동의해 감사를 청구하면 ‘15일 이내에 감사여부를 알리고, 30일 이내에 감사를 착수해야 한다’는 감사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조례에 포함돼 있지만, 고양시는 감사청구 후 감사를 며칠 내에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은 조례에 없기 때문에 공무원의 의지가 부족하면 감사가 지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2년간 감사진행, 비리 끊이질 않아
현재(2017년 1월 기준) 고양시는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아파트·빌라)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524단지, 약 23만9000세대)에 이른다. 10명 중 8명이 아파트나 빌라에 거주하고 있는 것. 여기에 대부분의 아파트가 건설된 지 20여년이 지나면서 각종 유지·보수공사로 입대회의가 지출하는 돈도 많아졌다. 일부 단지에서는 1년에 아파트관리비로 모이는 돈이 100억원이 넘기도 한다.


지금까지의 고양시 아파트비리 감사 사례를 보면, 아파트비리 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5년부터 작년까지 2년간 감사가 진행된 단지는 총 15개 단지로 과태료 36건, 시정명령 75건, 행정지도 116건 등 15개 단지에서 총 227건의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작년 관산동의 한 아파트단지 입대회의 측에는 하자보수금 유용, 입찰과정 부정지출 등으로 과태료 2000만원이 부과되기도 했다.

적발된 부당사례 주요 유형으로는 ▲사업자선정 지침위반 ▲수선유지비 집행 부정 ▲입대회의 운영비 사용 부정 ▲장기수선충당금 과소적립 ▲계약서 등 공개사항 미이행 ▲지출증빙 부적정 등이다.

이렇게 아파트비리가 끊이질 않음에도 고양시는 아직까지 상시 운영되는 감사팀을 꾸리지 않고 있다. 김운남 시의원(건설교통위원회)은 “아파트 규모가 고양시에 못 미치는 타 지자체도 현재 상시 감사팀을 시청과 구청에 꾸리고 있다”며 “고양시도 앞으로 조직을 개편해 ‘주택감사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남·용인·김해 상시 감사팀 운영 중
현재 상시 운영되는 아파트 감사팀이 조직된 곳은 성남시, 용인시, 김해시 등이다. 성남시와 김해시는 ‘공동주택감사팀’이, 용인시는 ‘주택감사팀’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 각 지자체 모두 3명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고, 주요업무는 아파트비리 감사와 주민 갈등조정 등이다. 2015년 감사팀이 시설된 용인시는 시청뿐 아니라 구청에도 ‘아파트관리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며, 김해시는 올해 감사팀을 신설하고 공동주택 감사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연간 30개 단지의 감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더욱 파격적이다. 비리 아파트로 지목되면 서울시가 직접 아파트 관리소장을 파견해 입대회의 측을 견제하는 제도를 지자체 최초로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자치단체가 주택관리를 공공위탁하는 방식으로 올해 2월부터 시범운영되고 있다. 입대회의가 의결하거나 입주민 과반수가 ‘공공위탁관리’를 신청하면 서울주택공사 소속 주택관리사(관리소장)를 파견해 최대 2년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고양시가 타 지자체처럼 상시 감사팀을 조직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고양시는 지난해에 경기도로부터 아파트감사팀을 만들라는 권고까지 받았다. 게다가 얼마 전 있었던 인사이동에서 고양시는 14명의 인원으로 ‘통일한국실리콘밸리추진단’을 신설한 바 있다. 불과 3명의 팀으로 구성되는 아파트감사팀은 이에 비하면 큰 조직도 아니다.

고양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감사팀 신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가 팀을 신설했다면 고양시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