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테크노밸리 배제된 멱절마을 주민 인터뷰


하수처리장, 문화재, 자유로 고통
기피시설과 재산권 제한 등 이중고
마을이전, 또는 상업지구 지정 원해

[고양신문] 일산테크노밸리 부지에서 일산서구 대화동 멱절마을이 빠졌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들은 크게 낙담하고 있다. 수년간 마을정비와 이주를 고양시에 요청했으나 철저히 무시당해 왔기 때문에, 이번만은 주민들의 숙원이 이뤄질 거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은 더 컸다.

“‘JDS가 개발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 지가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이번 일산테크노밸리 사업에 우리 멱절마을만 쏙 빠졌습니다. 하수종말처리장이 생기고는 악취에 시달려왔고, 멱절산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졌고, 이후에는 제2자유로가 개통되면서 주변과 단절됐어요. 이보다 더 최악이 어디 있습니까.”

멱절마을은 45가구에 주민 20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동네다. 한국전쟁 당시 북에서 피난 온 이주민들의 피난촌이었다. 주민들은 갈대밭을 힘들게 개간해 농토로 만들었고, 집터와 농토를 국가로부터 불하(국유지를 개인에게 파는 것)받았다. 하지만 모든 주민들이 토지를 사들인 건 아니다. 그나마 돈이 있는 사람들만이 국유지를 사들일 수 있었다. 지금도 일부 주민들(약 10가구)은 농토는 물론 택지마저 불하받지 못하고 국유지에 지어진 폐가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 또한 마을 주변 농토의 40%는 국유지로 남아있다. 땅 없이 농사짓는 주민들은 국유지에서 소작농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멱절마을 주민인 김영수(전 송포3통 통장)씨를 만나 이번 테크노밸리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심정을 들어봤다.


 

멱절마을 주민인 김영수(전 송포3통 통장)씨

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농지는 개발부지에 포함됐고 마을만 쏙 빠졌다. 집만 남겨두고 생계 터전은 빼앗아가는 꼴이다. 다들 집 옆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인데 농지를 가져가고 집만 남겨두면 우리는 뭘 먹고 살란 말인가. 수십년간 피해를 받아온 주민들이 또다른 피해를 입게 됐다.

관계기관이 테크노밸리 부지를 확정하면서 멱절마을을 포함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은 알고 있었나.
마을이 포함되면 보상비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질 거란 얘기는 들었지만 마을이 테크노밸리 부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마을을 포함해 개발할 거란 기대가 컸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제는 대화동 인근에 택지를 분양받고 나가서 살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테크노밸리와 관련해 고양시나 경기도 공무원이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마을주민들과 접촉했던 적은 없었나.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금까지 행정기관으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멱절마을에 대한 어떤 후속조치를 기대하고 있나.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마을을 이주시켜달라는 것이다. 마을이 조성되고 나서 주변에 하수처리장이 생겼고, 문화재가 발굴됐고, 제2자유로가 건설됐다. 주민들이 정착해 개간한 땅에 기피시설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문화재가 지정되면서 재산권 행사마저 제한됐다. 고도제한으로 건물을 4층까지밖에 지을 수 없다. 마을을 이렇게 파괴해 놨으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이주시켜달라고 10여년 넘게 요청했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상업지역으로 지정해 주변 테크노밸리 근무자들이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하게 해 달라. 농사를 못한다면 식당이라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하지 않겠나.

멱절산 문화재가 발굴된 게 2003년이다. 그 뒤 아무런 조치가 없었나.
다음해인 2004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되고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돼 있다. 아이들이 견학 올 수 있는 시설을 만들든지 해서 뭔가 개발될 것으로 생각했다. 문화재를 경기도가 발굴했고, 테크노밸리도 경기도가 하는 것이다. 경기도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 이것 때문에 마을 주민들만 고통 받고 있다.

농지 보상을 통해 다른 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지 않나.
앞서 말했듯 모든 주민들이 자기 땅에서 농사짓는 것은 아니다. 또한 주변은 다 개발되는데 마을만 개발되지 않고 70~80년대 모습으로 남아있게 되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주민들은 마을을 이전해 주든지, 아니면 확실한 정비가 되든지 하는 변화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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