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 '최훈근의 지렁이과학관'의 최훈근 관장

'최훈근의 지렁이과학관' 을 운영하고 있는 최훈근 관장이 건강하게 키운 지렁이흙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양신문] “지렁이는 흙을 살리는 무경운(기계를 쓰지 않는 농사) 유기농의 만능일꾼이에요. 이거 보세요. 사육장에서 겨우내 살이 통통하게 올랐어요.”

화정도서관 건너편 언덕에 있는 ‘최훈근의 지렁이과학관’의 최훈근(62세) 관장이 지렁이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최 관장은 지난 겨울 내내 지렁이를 알뜰살뜰 보살폈다. 축분과 음식물찌꺼기로 먹이를 주고 낙엽과 비닐로 따뜻하게 덮어줘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최 관장의 정성을 알아줬는지 이달 들어 사육장 땅을 파보니 새끼지렁이들이 꼬물꼬물 무리를 지어 있었다.

그동안 지렁이가 배출한 분변토도 올 농사에 충분히 도움이 될 만큼 넉넉하게 쌓였다. 지렁이 분변토는 유기물이 풍부한 천연비료여서 농사에 여간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꼬물꼬물 지렁이가 살아있는 지렁이 분변토.



최 관장은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으로 30년 근무하다 2014년 6월 퇴직 후 지금껏 지렁이 활용법 연구와 보급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근무하던 1990년 무렵 그에게 한 중년부부가 찾아와서는 지렁이를 키우는 데 따르는 애로사항을 3시간에 걸쳐 하소연했다. 이들 부부는 화장품·의약품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지렁이를 키워 수출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엔 지렁이 먹이인 인분·가축분·음식물찌꺼기 등을 개인이 수거할 수 없어 지렁이를 키우는 데 애를 먹고 있었던 것. 최 관장은 이후 지렁이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면서 지렁이의 유익함과 유용함을 하나씩 과학적으로 증명해나갔다. 1991년엔 남은 음식물 자원화를 명시하는 법령이 통과되면서 전국 150여 지렁이 사육농가에서 80여 톤의 음식물찌꺼기를 지렁이가 처리하게 됐다.

2004년엔 지렁이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축산업농가와 마찬가지고 보상을 받도록 농림부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데도 힘을 쏟았다.

‘지렁이박사 1호’로 불리는 최 관장은 1990년부터 매년 지렁이 관련 심포지엄도 열고 있는데, 지렁이 키우는 데 필요한 최신정보와 기술을 제공해 외국인 참가자들도 꽤 많다.

2010~2011년에는 한국 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과 중국정부의 초청으로 중국환경과학원에 지렁이로 음식물을 처리하는 기술을 보급하기도 했다. 4년 전부터는 ‘최훈근의 지렁이과학관’을 마련해 지렁이 관찰교육, 사육장 만들기 등의 체험교육도 실시한다.

그 밖에도 농협대, 인천계양도서관, 국립환경인력개발원, 대전인재개발원 등에서 1년에 100회 이상 강의도 하고 있다.

“몇년 전 단팥빵에서 지렁이가 나왔다는 방송이 나온 적이 있는데, 관련기관의 요청으로 이와 관련한 실험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는 그는 “지렁이와 관련한 과학수사 자문과 감수도 맡고 있다”며 웃었다.

최근엔 『흙속의 보물 지렁이』란 책도 낸 그는 “5억년 역사를 지닌 생명체인 지렁이를 연구하는 이곳 과학관이 고양시의 자랑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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