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수 소설가
봄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춘분에 맞춰 감자를 심기 위해 농장마다 퇴비를 넣고 밭을 일구느라 분주하다. 열 평 내외의 텃밭을 일구는 도시농부들은 이맘때쯤이면 경작을 앞둔 텃밭을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궁리에 마음이 달뜨기 마련이다.

동시에 적잖은 사람들이 막막해하기도 한다. 뭘 언제 어떻게 심어야할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텃밭농사를 시작한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두어 해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도 감자는 언제 심고, 상추씨앗은 언제 뿌려야 하느냐고 물어오기 일쑤다. 농사에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잠깐만 해도 차고 넘친다. 그런데 적잖은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로 텃밭에 나온다.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텃밭농사는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서서 생명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물별 특성을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흙과 풀과 벌레와 날씨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한다. 물론 바쁜 일상에 치이다보면 이래저래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우리는 다른 취미활동에는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시간도 아낌없이 쓰면서 텃밭에서만큼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텃밭농사는 얼핏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해마다 기후와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평생 농사를 지어온 노인들도 애를 먹는다. 작물을 심는 건 사람의 영역이지만 작물을 키우는 건 하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지난 십년간 열심히 공부하면서 농사를 지어왔지만 이제 갓 걸음마를 뗀 기분이다. 요리나 목공이나 운동은 매일 똑같은 경험을 반복할 수 있지만 농사는 일 년에 딱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 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어렵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농사가 서툴러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는 건 얼마든지 괜찮지만 쉽게 생각하는 건 문제가 다르다. 쉽게 달려든 사람들의 상당수는 장마철이 되면 텃밭을 방치하고 떠나버린다. 버려진 텃밭을 보면 유기견을 보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작물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즐기면서 작물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잘 모르는 것들은 주변에 자문을 구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같은 농장 안에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밭을 잘 관찰해서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해도 낭패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농사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작물을 생명이 아닌 수확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작물이 수확의 대상이 되는 순간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고, 책임져야할 많은 일들은 귀찮아진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세상은 자꾸만 편리함을 추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세태에 길들여져 왔다. 편리함을 좇다보면 사람은 서서히 무능해질 수밖에 없다. 농사가 힘든 건 우리가 그만큼 무능해졌다는 반증이다. 농사가 몸에 익다보면 힘겨움은 점차 줄어들고 즐거움은 배가된다. 텃밭에 나갈 때마다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을 스승 삼아 배우기 때문이다.

참고로 올해 텃밭농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도시농부학교에 입학해서 농사를 배운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청은 http://cafe.naver.com/godonet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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