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구 행주어촌계 어민들이 실뱀장어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 끈벌레(붉은색)만 한가득 잡히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끈벌레와 함께 올라온 실뱀장어(흰색)가 대부분 폐사하자 아예 어업을 중단한 상태다.

 

‘끈벌레’ 출몰, 작년보다 더 심해
실뱀장어 잡히는 대로 거의 폐사

[고양신문] 한강 하구에서 실뱀장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행주어촌계 어민들의 시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실뱀장어의 폐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끈벌레가 지난해에 비해 더 늘었기 때문이다.

행주어촌계는 30일 그물에 잡힌 끈벌레를 공개했다. 그물에는 붉은색의 끈벌레가 가득했고, 폐사한 흰색의 실뱀장어(민물장어 치어)가 몇 마리 보일 뿐이다. 처음 그물에 포획되는 실뱀장어의 색상은 원래 검회색이지만 죽으면 흰색으로 변한다.

어민들은 “보통 3월말부터 4월말까지가 실뱀장어를 잡는 철인데, 그물을 걷어 올리면 온통 끈벌레뿐”이라며 “지난해에는 그물에 잡힌 실뱀장어 중 일부는 살릴 수 있었는데, 올해는 끈벌레가 너무 많아서인지 실뱀장어가 잡히자마자 대부분 죽어버린다”고 말했다.

최근 어민들의 그물에서 한 번에 올라오는 끈벌레 양은 20리터 정도다. 그중 실뱀장어는 100~200마리 정도가 섞여있다. 어민들은 “실뱀장어가 끈벌레 때문에 죽을까봐 재빨리 선별해 깨끗한 물로 옮겼지만 모두 죽고 말았다”고 말했다. 한 마리에 3000원 하는 실뱀장어는 어민들의 가장 큰 소득원이었지만 올해 어민들은 전혀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 어민은 “잡히는 대로 다 죽는데 뭐 하러 잡냐”며 “아예 실뱀장어 잡는 걸 포기한 어민도 있다”고 말했다. 한강 하류 어민들은 끈벌레의 발생 원인으로 어업지점 상류 6∼7㎞ 지점에 있는 서울시 서남물재생센터와 난지물재생센터를 지목하고 있다. 한강 하구에 오염된 물이 유입되면서 끈벌레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어민들은 “하루빨리 끈벌레의 발생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어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줄 것”을 주장했다. 고양시는 끈벌레의 실체와 발생원인을 밝히는 연구용역을 지난해 11월에 발주했지만 내년 6월에야 최종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끈벌레는 몸길이 20∼30㎝로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9년 전 한강 하류에서 처음 발견된 뒤 해가 지날수록 개체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그물에서 통 속으로 옮겨진 끈벌레(붉은색)와 폐사한 실뱀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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