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고 아동출판사상' 수상한 보림출판사 권종택 대표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 최고 아동 출판사상’
국내 출판사 중 최초로 수상 영예

30년 동안 이어진 창조적 도전 통해
창작 그림책의 예술성 꾸준히 확장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최고의 아동출판사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보림출판사의 권종택 대표가 자신이 아끼는 책 중 하나인 『나비부인』을 펼처보이고 있다. 병풍처럼 이어진 책은 펼처놓으면 길이가 10m에 달한다. 

 


[고양신문] 예술성 높은 어린이책·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 온 보림출판사(대표 권종택)가 세계 최고 권위의 어린이 도서전인 ‘2017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 최고의 아동 출판사상(BOP)’을 받았다. BOP상을 국내 출판사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새로운 도전으로 어린이책의 경계를 넓혀온 보림출판사 권종택 대표를 만났다. 자신이 만든 그림책들을 펴 놓고 꿈과 상상력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망울에는 어린아이처럼 생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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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축하한다.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어떤 행사인가.
60년 역사를 지닌, 어린이 책 분야에선 가장 중요한 책박람회다. 세계 그림책의 최신 경향을 살피고 주요 도서의 판권이 거래되는 전시라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도 20여 개 부스를 운영하며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올해 최고의 아동출판사상'
‘올해 최고 아동출판사상(BOP 볼로냐상)’을 소개해달라.
책이나 작가가 아닌 출판사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유일한 상이다. 규모나 매출보다는 창조성과 도전정신이 평가 기준이다. 대륙별로 한 곳씩을 선정하는데, 올해엔 아시아대륙에서 5개 출판사가 후보에 올라 영광스럽게도 우리가 최종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선 최초 수상인데.
보림출판사의 창의적인 도전이 평가를 받아 기쁘다. 1976년 창업 이래 남들이 만들지 않는 새로운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정진해 온 노력이 세계인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

출판사의 발자취를 간단히 들려달라.
우리나라의 그림책 역사는 30년에 불과하다. 보림출판사는 그림책의 태동기인 80년대 후반부터 번역서보다는 우리의 전통문화나 옛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그림책들을 꾸준히 펴냈다. 2000년대부터는 창작그림책 공모전을 통해 혁신적이고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신진 작가를 꾸준히 발굴했다. 기획과 기법, 형식면에서 늘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해외 작품들을 저작권을 구매해 국내에 꾸준히 소개했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열망과 전위적인 가치를 찾다 보니 그런 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보림출판사에서 낸 창작 그림책 중 정식으로 해외에 번역된 책도 40종, 70여 건에 이른다.

 

볼로냐 아르키기나시오 도서관에서 열린 시상식 현장.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의 현황은.
짧은 역사에 비해 무척 빠르게 성장했다. 자녀들에게 올바른 가치 중심의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높았던 386세대가 양질의 그림책 시장의 주요 수요층을 형성했다. 자연스레 공급 측면에서도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국제적인 상을 받는 작가들도 이어질 만큼 역량과 위상이 성장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그림책을 바라보는 경향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학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실용성이 중요시되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에 저항하고 싶었다. 그림책이야말로 아이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최초의 인문서이자 예술서인데 학습과 실용의 가치만으로 평가받아서야 되겠는가. 보림출판사만이라도 그림책의 순수한 예술성을 고수하려고 애썼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힘든 만큼 보람도 컸다. 2010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BIB상에서 그랑프리(『달려 토토』)와 황금사자상(『어느날』)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즈음부터 보림출판사에서 나오는 그림책들은 소장 가치가 있는 ‘컬렉션’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성인들 중에서도 그림책을 ‘예술작품’으로 인식하는 향유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그림책의 역사가 비로소 새로운 ‘예술성’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 첨단의 자리에 보림출판사의 책들이 늘 놓인다.

 

보림출판사가 펴낸 '아티비티' 시리즈.

 

새로운 시도를 한 책들을 몇 권 소개해달라.
『레베카의 작은 극장』은 소름끼칠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된 레이저커팅북이다. 첨단의 테크놀로지와 결합돼 그림책에 대한 일반의 선입견을 훌쩍 뛰어넘는다. 『나비부인』은 병풍처럼 길게 펼쳐지는 책이다. 펼쳐놓으면 길이가 무려 10m에 이른다. 『내손으로 만드는 동물』은 책을 뜯어 직접 모형을 만들 수 있도록 꾸몄다. 『해저탐험』은 3D 안경을 쓰고 입체로 감상하는 책이다. 그밖에도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놀라운 시도들을 여러 책 속에 담았다. 그림책이 예술작품의 한 장르라는 사실을 이론이나 주장이 아니라, 실물로 보여주려는 노력의 산물들이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은.
그림책을 콘텐츠로 삼아 감상과 체험, 창작이 어우러지는 예술적 놀이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보림출판사에서 인형극 전문 공연장 ‘보림인형극장’과 홍대앞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을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전초 작업들이다.

 

『레베카의 작은 극장』- 극도로 정교한 레이저 커팅으로 만든 책. 절단면이 신비하면서도 아름답게 중첩된다.

 

『파리에서 보낸 하루』- 한 권의 그림책이 어느만큼의 예술성을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아름답고 유쾌한 팝업북. 보림출판사의 책 중에는 유희적 창의성이 풍부한 책들도 많다.  

 

 

보림출판사의 '컬렉션 1'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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