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상만 인권운동가
대한민국을 이끌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개시되었다. 그리고 각 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들이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렇게 바꾸겠다는 공약이 분출하고 있다. 그런 공약 중에서 최근 사회적 논란이 크게 불거진 사안이 있었다.

바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 공약’이다. 발단은 지난 11일에 열린 한국 유치원 총연합회 사립유치원 유아교육자대회에 참석한 안철수 후보의 발언으로 비롯되었다. 이날 안 후보는 자신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 앞에서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에 대해 독립운영을 보장하여 시설 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자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반응은 가히 극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안 후보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국민적 여론은 달랐다. 분노와 실망으로 들끓었다. 특히 유치원에 다닐 나이대의 아이를 키우는 20~30대 젊은 엄마들의 분위기는 더욱 그러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유치원 아동을 둔 부모들은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를 원하고 있다. 방학 기간이 긴 병설유치원보다 집과 가까운 단설 유치원을 더욱 선호한다.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는 국공립 유치원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년 국공립 또는 시립 등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젊은 부모들은 적지 않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 지경에 국공립 유치원의 신설을 자제하겠다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 발표는 그야말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 외에도 필자가 가지고 있는 우려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것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독립운영을 보장하여 시설 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한다’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었다. 과연 안 후보가 사립유치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부정 사례를 알고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경기도내 대형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최초로 실시한 바 있다. 2012년 누리과정 도입에 따라 사립유치원에도 국고 보조금이 지급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보조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재정 교육감 체제 이후 처음 시행된 대형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설마 이 정도까지일 줄이야’ 하는 개탄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비리 유형은 그야말로 다양했고 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지난 2016년 12월 20일 사립유치원의 실태를 감사한 후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때 공개된 일부 사례를 언급하면 이렇다.

‘유치원비로 사립 유치원 운영자나 원장의 가족들이 개인적인 여행을 다녔다. 고가의 사치품이나 사적 용도의 냉장고와 침구류, 각종 전자 제품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체력 단련비라면서 사립유치원 운영자의 골프장 이용료와 호텔 투숙비, 심지어 정치인을 위한 후원금까지도 냈다. 어느 운영자는 여러 대의 고가 수입 외제차 보험료를 유치원 예산으로 지불한 사례도 있었다.’

부도덕한 사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도 하지 않는 아버지를 직원으로 등재하여 월급을 지급한 사례는 약과에 속한다. 월 1000만원이 넘는 고액 급여를 받는 일부 사립유치원 운영자와 원장들이 사적으로 쓰는 비용조차 유치원 명의의 신용카드로 대신 결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유치원 아동들을 위해 지원한 혈세가 일부 대형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쌈지돈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태에서 ‘사립유치원의 독립운영을 보장하여 시설 특성과 그에 따른 운영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공약을 제시했으니 그들은 얼마나 기뻤을까. 그들의 환호가 내게 무서웠던 이유였다. 사립유치원이 현재와 같이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다면 부패한 일부 대형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환호 뒤에서 흘리게 될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의 피눈물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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