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동 녹지 많아도 오염 심각
마두역 도로변인데도 수치 양호
신뢰성 의심되어 교체하기로

[고양신문] 고양시에 설치된 대기오염 측정소의 일부 장비가 내구연한을 넘긴 노후장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여전히 각종 홈페이지에 공식적인 자료로 쓰이고 있어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고양시에는 4개의 대기오염 측정소가 설치 운영 중이다. 그 중 세 곳은 건물 옥상과 공원에 설치돼 있고 한 곳만이 도로변에 설치돼 있다. 그런데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은 마두역 도로변 측정소 장비는 2004년에 설치된 것으로 내구연한 10년을 훌쩍 넘긴 노후장비로 확인됐다.

실제 결과치도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상식적으로 도시외곽 건물옥상과 비교해 도심 도로변 미세먼지 측정 결과가 좋게 나올 리 없다. 하지만 측정결과를 보면 마두역 노후장비 측정결과가 고양시 외곽 측정소보다 미세먼지량이 낮게 나오고 있다. 


대체로 미세먼지 ‘나쁨’수준(81 이상)을 기록한 지난달 12일 자료를 확인해 보니, 신원동과 행신동 측정소는 102와 94의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마두역은 73으로 미세먼지 ‘보통’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치가 기록됐다.

고양시 미세먼지대책촉구모임(이하 미대촉)의 고경화 대표는 “마두역 측정소가 도로변임에도 외곽 측정소들보다 수치가 낮게 나오는 이유는 장비 노후화로 미세먼지 측정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한 수준인데도 노후장비로 인해 좋은 수치로 둔갑해 발표된다면 시민들은 다른 측정소의 결과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측정결과가 이상하다면 측정을 중단하든가 새 장비를 투입하든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마두역 측정소의 경우 내구연한을 넘긴 건 맞지만 매년 실시하는 평가테스트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공식자료로 쓰이는 데는 문제가 없으며, 마두역 장비는 올해 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측정결과가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측정소 위치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일산서구는 측정소 아예 없어
고양 미대촉은 인구 30만 명이 넘는 일산서구에는 아직까지도 측정소가 설치돼 있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양 미대촉 고경화 대표는 “일산서구에는 대기오염 측정소가 아예 없고, ‘초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된 측정소도 단 2곳(신원동, 행신동)뿐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양 미대촉은 지난해 말부터 서명운동을 해오며 일산서구 측정소 설치를 끊임없이 요청한 끝에 대화동주민센터 옥상에 측정소를 설치하겠다는 답변을 시로부터 받아냈다. 시는 국비지원 없이 긴급 자체예산 약 2억원을 투입해 올해 안에 측정소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초미세먼지’도 비상이다. 하지만 고양시 4곳의 측정소에서 초미세먼지 측정 장비는 2개뿐이다. 특히 식사동 양일초 초미세먼지 측정기는 기기만 있었을 뿐 오랜 기간 측정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최근 폐기됐다.

고양 미대촉은 “식사동 초미세먼지 측정기는 그동안의 평가기준에 불합격돼 얼마 전 결국 처분됐고 새로운 장비를 기다리는 실정”이라며 “그동안 관리 비용을 들여 장비를 보유했음에도 쓰지 못하고 폐기한 것은 대표적 예상낭비 사례”라고 주장했다.  


도심 외곽 신원동 미세먼지 비상
고양시 미세먼지 측정소 중 가장 안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신원도서관 옥상에 설치된 측정소다. 최근 한 달간 하루 평균치를 확인해 본 결과 미세먼지 100을 넘긴 측정소는 신원동이 유일했다. 신원동은 4월 3일과 4일, 12일 세 차례나 100을 넘겼다.

고양시 신원동의 미세먼지 수치는 인근 서울시 은평구 수치보다도 나쁘게 나타났다. 신원동 주민들은 인근에 녹지가 충분한데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공사장 불법 소각’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신원동 아파트에 사는 한 입주민은 “시간대별로 확인해 보면 새벽시간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새벽에 일부 공사장에서 몰래 불법소각을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집에 있으면 플라스틱 태우는 냄새가 나서 창문을 꼭꼭 닫고 산다”며 “고양시가 불법소각 특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청에 불법소각을 신고해도 현장 단속을 하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인지 단속 다음날 곧바로 불법소각이 자행되는 일이 빈번하다”며 “고양시가 인력을 충원해서라도 단속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고양시는 지난달 24일 제2부시장 주제로 고양 미대촉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세먼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봉순 부시장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한계가 있겠지만 시에서 할 수 있는 예산 검토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화 미대촉 대표는 “시에서 내놓은 대책은 환경부 대책을 일부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며 “각 측정소별 대기오염 발생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기초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무엇보다 지차체가 행정력을 발휘할 ‘의지’가 있어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 대표는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선후보의 공약에 대해  “심상정, 문재인 대선후보의 미세먼지 대책을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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