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두 가지 큰 깨달음을 주고 감옥으로 갔습니다. 하나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정말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절대 권력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언제든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는 대리 통치자인 것입니다.

우리가 인식하거나 혹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주권은 국민에게 있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한 나와 우리, 국민이 깨어있지는 못한 틈, 그 틈을 타고 대리 통치자들이 마치 스스로가 권력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준 충격은 나와 우리, 국민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내 삶을 좌지우지하는 국가 권력, 정치를 그리 방관하다가는 우리 삶이 점점 비참해질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정치는 썩었다’고 외면하는 만큼 그 썩은 정치가 우리 삶을 괴롭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가 국가안에 사는 이상 국가를 움직이는 정치 문제는 곧 내 삶의 문제입니다. 국민주권을 대리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과 시의원이 늘 국민의 눈치를 보며 국민의 뜻을 중심으로 통치하도록 그들을 다스려야 합니다.

이번 선거처럼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갈망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갈망은 오직 유권자, ‘나의 선택’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나의 선택’을 가로막는 모든 논리에 저항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마치 시장의 유행처럼 후딱 넘기려고 합니다. 대세가 누구냐, 민주 진영에 또는 보수 진영에 표를 몰아야 한다, 사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소몰이처럼 표를 몰려고 합니다. 

TV토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더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자 다음 날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더민주당 대변인은 ‘아군을 공격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문자폭탄을 날렸습니다. 정의당 당원들도 심상정 후보에게 비난을 보냅니다. 정의당이 더민주당과 차별성을 선명히 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의 표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이나 해본 걸까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나를 공격하면 어떻게 하느냐, 내가 적이 아니다’라고 몇 번을 강조합니다. 국민의당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하지 않습니다.

표를 의식할 때마다 가볍게 바뀌는 공약, 어느 계층, 어떤 가치를 옹호하고 있는지 알 수없는 정책. 이게 정당인가, 집권을 위한 임시 연합인가 분간조차 곤란합니다. 제발, 각각의 이념과 정책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그 이념과 정책을 지지하고 실현하는 동지로서 유권자를 존중하고 설득하길 바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보수 대세 흐름을 타고 대통령이 됐습니다. 진짜 사표는 ‘나의 선택’을 포기하고 대세에 던지는 표입니다. 박근혜 탄핵정부를 거치며 유권자는 대통령이 절대 권력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국회의원도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권자가 깨어있지 않으면 그들은 스스로를 절대 권력인 듯 착각하고 오만하게, 한없이 추락할 것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대통령이 선출된다고 해도 주권의 주인이 그와 그 주변의 정치인들을 다스리지 않으면 다시 고이고 썩을 것입니다. 대통령 한 명보다는 다수 깨어있는 우리의 힘을 신뢰하며 ‘나의 한 표’를 소신껏 선택해야 합니다. 대세보다는, 진영보다는 ‘나의 대통령’에 한 표를 당당하게 던져봅시다. 그가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우리의 주권은 실현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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