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인 김준태, 귀가쫑긋 초청으로 ‘생명·평화·하나됨’ 강의

[고양신문]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로 유명한 ‘5월의 시인’ 김준태 시인이 지난 12일 고양을 찾아와 일산의 대표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강연을 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일주일 앞두고 진행된 특강이어서 의의를 더했다.

시인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참깨를 털면서’로 등단했고,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를 신문에 게재한 후 많은 작품을 썼다.

그는 독일의 시인 괴테가 “체험에 상상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문학”이라고 말했다며,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의 최대 화두가 “생명이고 평화이고, 하나됨(통일)”이라고 전했다.

6·25전쟁 3년 전에 태어난 김 시인은 1969년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과 1980년 광주에서의 기억을 이야기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 겪었는데 마치 전쟁과 같았습니다. 총을 마구 쏘아대는 통에 월남전 때보다도 더 무서웠지요. 심지어 하늘에 폭격기까지 떠 있었습니다. 그런 어마어마한 일들과 세월호 참사까지 겪고 나니 생명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많은 비극을 겪다보니 오히려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저는 한 사람의 목숨은 천 명의 목숨과 같다고 봐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보다는 왜 사람이 죽었느냐가 아닐까요.”

시인이 생명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평화다. 그는 “어떠한 전쟁도 평화를 대신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는 칼을 꽃으로 만들고, 시는 총을 녹여서 쟁기나 호미, 삽 등의 농기구로 만들 수 있다”며 “죽을 때까지 나는 생명과 평화, 하나됨을 위해 살 것”이라고 전했다.

"시는 총칼을 녹여 쟁기나 호미, 삽을 만들게 합니다."

스페인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의 곡 ‘Song of the Birds’와 자신이 쓴 ‘파블로 카잘스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라는 시를 통해서 평화를 설명했다. 하늘을 나는 새들과 음악은 평화(peace)를 상징한다.

‘…새가 / 날아오네 / 아 코리아의 하늘에 / 길게 놓인 / 첼로를 퉁기며 / 바람과 구름의 / 눈썹에 매달린 // 새가 / 날아오네 / 사랑과 눈물 / 음악의 부호들… // peace, peace, peace!’

또한 ‘이 세상에 나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를 통해서는 ‘나는 너다(A=B), 그리고 너는 나다’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을 설명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자궁 한 곳에서 나왔으며, 서울이나 일산, 각자의 집도 크고 작은 하나의 자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크고 작은 자궁이 모여서 커다란 세계를 만들고, 결국 세계와 나는 하나라는 것.

특히 하나됨에 대해 말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라는 시를 들려주었다.

‘한 놈을 업어주니 또 한 놈이 / 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 / 그래, 에라 모르겠다! / 두 놈을 같이 없어주니 / 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 / 남과 북도 그랬으면 좋겠다.’

시인에 따르면 모든 문학의 길은 사랑과 평화, 끊임없는 생명존중의 노래와 마찬가지다. “시인 한 명이 사라진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광주에서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올라와 2시간 동안 열정적인 강의를 한 시인. 하나의 커다란 세계가 사라지기 전에 시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SNS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있다는 시인. 앞으로도 그의 시와 글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귀가쫑긋이 개최한 강좌에 참석한 청중들이 김준태 시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은 매달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청해 월례강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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