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군 의문사 유족 엄마들의 한을 담은 연극 <이등병의 엄마>가 성황속에 끝났습니다. 공연 이틀 만에 모든 표가 매진되는 등 이 연극을 창작하고 대본을 썼던 제작자로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고마웠던 점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께서 관람해 주신 사실입니다. 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 “같은 엄마의 심정으로 여사님이 연극을 봐 주셨으면”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언론에서 제 말을 담아 기사로 내 주셨으나 정작 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자살 등으로 ‘처리되어’ 죽어간 군인에게 국가가 위로해 준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정숙 여사께서 거짓말처럼 이 연극을 찾아오신 겁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관람하고 돌아가신 사실을’ 뒤늦게 알고 조금은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그럴 수밖에 없는 여러 사정을 알기에 유족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제작자인 저 역시 ‘군 의문사 유족들도 국가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며 제 페북에 짤막하게 썼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동의 채 가시지도 전에 뜻밖의 보도를 접했습니다. 문제의 보도는 조선일보‘뉴스를 쪼다’입니다. ‘김정숙 여사, 영부인 정치 시작하나’라는 제목하에 “김 여사가 연극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걸 두고 많은 언론은 김 여사의 정치적 행보가 좀 더 적극적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며 비판성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연극을 보러간 여사의 미담이 4가지인데 ‘첫째는 몰래 보러갔다, 둘째는 표를 사서 갔다, 셋째는 알리지 않고 갔다, 넷째는 연극을 보며 펑펑 울었다’인데 아니, 알리지 않고 갔는데 어찌 알았으며, 그렇게 간 연극에서 울었는지 어찌 아냐?”며 조롱하듯 웃었습니다.

여사가 오신 사실을 처음 알린 당사자로서 이러한 추측 보도가 개탄스러웠습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연극 일정이 끝나 가는데도 연락이 없자 내심 포기하던 그때 기획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방금 전 청와대에서 돈을 낼테니 표 4장만 달라는 전화가 왔다”는 겁니다. 저는 “여사님이 오셔도 되는 연극인지 점검하기 위한 것 같으니 표를 드리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공연. 저는 공연중 청와대에서 온 분들을 지켜봤습니다. 저 분들이 좋게 보고해야 여사님이 오실테니 그 반응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일행중 한 분이 유독 눈물을 많이 보이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내심 누구실까 궁금했는데 진실을 알게된 것은 공연이 끝난 후였습니다. 유족단체 회장님이 흥분된 목소리로 “오늘 여사께서 다녀가신 것을 아냐?”며 묻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아니예요. 오늘은 점검하러 오신 것 같은데요?”라며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회장님은 자랑하듯 “상만씨. 속았지? 나는 봤네. 여사님 오신 거”라며 말씀하셨는데 사연은 이랬습니다. 관객이 많아 입장하지 못한 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거의 오열하며 계단을 올라오더랍니다. 그래서 누구시길래 저러시나 싶어 사람들이 바라보는데 평소 여사님의 얼굴을 알고 있었던 회장님 눈에 여사님 모습이 보인 것입니다. 그제야 저도 “아. 공연 내내 많이 우시던 그 분이구나”라며 깨닫게 된 것이고 그 사실을 SNS에 올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두고 “모르게 왔다면서 어떻게 알았고 우는 것은 어찌 봤냐?”며 마치 ‘짜고 친 뭐처럼’ 몰아가면서 그 위로를 정치적 행보 운운하니 기가 막히지 않을까요? 군 의문사 유족을 위로해 준 행보가 ‘영부인 정치’운운하는 말로 공격하다니 이럴 수 있나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항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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