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해외 도심공원 살펴보기(홍콩 구룡공원·홍콩공원)

홍콩공원의 대형 조류관 안에는 지상 10m 높이에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 밀림 위를 걸으며 새를 관찰한다는 느낌을 준다.


일산호수공원, 녹지·생태공원으로의 성장 가능성
① 일산호수공원,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② 국내 도심공원 살펴보기(광교호수공원)
③ 해외 도심공원 살펴보기(홍콩 구룡공원·홍콩공원)
④ 해외 생태공원 살펴보기(홍콩습지공원)
⑤ 일산호수공원, 생태공원으로의 성장방향 제안


[고양신문] 일산호수공원의 성장방향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은 ‘녹지를 늘리고 콘크리트광장을 줄이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편의시설 신설 등에 대한 물음에 대해선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설문 대상자의 절반 이상이 ‘아무 시설도 원치 않는다’를 선택했다. 일부는 도서관, 카페, 갤러리 등의 신설을 원하긴 했지만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일산호수공원의 수목을 더 울창하게 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편의시설에 대해서는 조금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도 있다. 대체로 ‘편의시설’하면 소음을 유발하는 위락시설, 또는 행락객들을 집결시키는 이벤트 행사장 등을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편의시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다. 숲속 같은 도심공원에 10여 개의 편의시설이 다양하게 배치돼 있지만 시민들에게 충분히 사랑받는 공원도 있다. 인근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그런 도심공원이 홍콩에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콘크리트 바닥과 수많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홍콩은 크고 작은 도심공원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공원이 홍콩공원과 구룡공원이다. 이 공원들은 생태녹지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지만 시민들이 단지 울창한 나무숲을 구경하기 위해 도심공원을 찾지 않는다. 홍콩시민들은 도심공원을 어떻게 이용할까.

 

구룡공원을 산책하는 시민.


빌딩 숲속 녹지 공간
홍콩의 도심은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마주보고 있다. 홍콩해협 양쪽으로 수많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고, 쇼핑몰과 금융타운이 혼재한다. 빌딩 숲속에는 오피스맨과 관광객,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홍콩의 도심공원은 이런 빌딩 숲 사이에 존재한다. 도심 외곽에 대규모로 조성하지 않고 도심 한가운데에 규모를 작게 해서 만들었다.

홍콩 도심공원의 가장 큰 미덕 세 가지를 꼽으라며 울창한 나무, 높은 접근성, 다양한 편의시설이다.

공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울창한 나무 숲 때문에 주변의 초고층 빌딩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시각적으로 완전히 수목에 둘러싸여 있다. 평일 낮 이용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일산호수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일부러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라면, 홍콩의 도심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도심을 관통하는 길, 즉 지름길로 공원길을 선택했다. 하교시간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볼 수 있고, 퇴근길에는 집으로, 또는 약속장소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공원에서 볼 수 있다.

공원 내 스포츠시설을 찾은 현지 시민들,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도 많지만 혼잡할 정도로 붐비지는 않았다.

 

공간 효율성 극대화한 홍콩공원
1991년 조성된 홍콩공원은 구룡반도가 아닌 홍콩섬에 있다. 홍콩섬은 높은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금융가는 평지에, 주택가는 비탈면에 자리하고 있다. 구룡공원은 주택가와 빌딩 숲 사이에 조성됐다.

홍콩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큰 나무들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빌딩 숲 바로 뒤에 오아시스처럼 자리한 공간이다. 빌딩 숲을 벗어나 이곳에 들어오면 진짜 ‘숲’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나무들이 울창하다. 

규모는 일산호수공원과 비교해 약 10분의 1로 매우 작지만 알차게 꾸며졌다. 큰 수목들 때문에 공원이 한눈에 들어오질 않지만 공원 곳곳을 누비다 보면 공원이 주는 수많은 표정을 느낄 수 있다. 공원 내에는 연못과 폭포, 수목원, 카페, 박물관과 갤러리, 대형 조류관, 2개의 스포츠센터, 카페테리아, 어린이 놀이터, 결혼등기소 등이 있다. 작은 공간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시설들이 아기자기 모여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산책길 또한 훌륭하다. 비탈길 사이로 수많은 오솔길이 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시야가 확 트여있지 않은 것은 단점이지만 30분 정도만 걸으면 멋진 스카이라인을 구경할 수 있는 바다 공원으로 걸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인지 이곳은 오직 나무들과 편의시설로만 꽉꽉 채워 넣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구룡공원의 홍학. 홍콩의 도심공원은 규모는 작지만 새들과 매우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썼다


공원 내 대표적 볼거리, 대형 조류관
홍콩공원은 박물관과 조류관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규모는 작지만 공원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곳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큰 ‘새장’인 조류관이다.

조류관에 가면 돈을 꽤 많이 투자해 조성과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조류관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새장 안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큰 나무들 사이에 스카이데크를 설치했다. 사람들이 나무 숲 사이를 공중에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곳에서는 동남아시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종류의 새들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앵무새과의 대형 새들이 사람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아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될 정도다. 공중으로 이어진 수십 미터의 나무데크는 다양한 조류를 관찰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일산호수공원의 두루미(단정학)가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지내고 있지만 이곳의 새들은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면 밀림에서의 생활환경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자라고 있었다. 동물복지와 생태친화적 환경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설이다.

 

구룡공원의 박물관.

 

“작아도 좋아”, 박물관과 갤러리
홍콩의 공원을 쉽게 표현하면 나무들은 크고 울창하지만 편의시설과 건물들의 규모는 매우 작다. 물론 조류관과 같은 자연친화적인 시설은 규모가 상당하지만 그에 비해 인공적 시설인 박물관과 갤러리는 소박할 정도로 작다.

작다고 해서 콘텐츠가 약한 것은 아니다. 영국 식민지풍 건물의 다기 박물관에는 다양한 차문화를 느껴볼 수 있게 꾸며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두 곳의 박물관과 갤러리는 원래 1800년대 중반 영국군 지휘관의 사택으로 건립된 것으로 식민지 시절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중국의 다기 수집가인 로콰이청 박사의 기부로 1984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돼 왔고 공원이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공원 내 부지로 편입돼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었다. 박물관과 갤러리는 상설전시관과 함께 분기별로 특별전을 열어 다양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인근 빌딩과 바로 연결된 구룡공원 출입구. 길 아래로 도로가 있다.

 

도심 지름길로 사용되는 구룡공원
구룡반도의 가장 큰 번화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구룡공원은 쇼핑스트리트와 주거공간들 사이에 자리한다. 이 공원도 홍콩공원과 비슷한 규모로 크기는 일산호수공원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이용객들의 요구에 아주 잘 맞춰진 공원이다.

무엇보다 공원의 접근성이 높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차를 타고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 수가 없는 위치다. 공원 사방으로 빌딩들이 둘러싸고 있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도로들은 대부분 왕복 2차로로 시민들이 공원으로 접근하는 심리적 거리감이 없다.

공원 주변으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오피스와 쇼핑거리, 아파트가 혼재하기 때문에 당연히 공원은 도심을 지나는 지름길로 사용된다. 공원을 가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원을 즐길 수 있는 녹지통로로 활용된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지름길로 활용되기 위해 당연히 입구도 많이 만들어 사람들이 쉽게 공원 안으로 진입할 수 있게 했다. 입구는 10여 개.

 

홍콩 구룡공원과 쇼핑상가와의 접근성은 도로의 크기에 있다. 왕복2차선인 도로 때문에 시민들은 쇼핑지역과 공원과의 거리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공원의 큰 나무들이 길건너 상가 앞까지 그늘을 드리운다.

 

섬과 같은 일산호수공원과의 차이
구룡공원을 둘러보니 일산호수공원은 주거·상업시설과의 사이에 왕복 6차선의 도로가 존재해 큰 강을 건너야 한다는 거리감이 약점임을 깨닫게 했다. 홍콩의 공원들이 도시의 혈관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면, 일산호수공원은 도심 한쪽의 커다란 섬이란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일산호수공원은 한쪽 방향에서만 접근이 가능했고 그마저도 6차선 도로를 건너야만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앞으로 호수 서쪽이 개발되면 호수가 주거상업 시설에 둘러싸이게 되므로 도심공원으로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하지만 호수공원 서쪽라인에 조성된 6~8차선 도로는 호수공원과 도시를 여전히 분리시키는 느낌을 줄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과 교수는 “호수공원 도로를 2차선으로 좁게 만들고 공원 맞은편 거리를 활성화 하는 게 도심공원의 핵심”이라면 “시민들의 접근성,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조성될 호수공원 서쪽의 도시계획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구룡공원 야외수영장. 입장료는 우리나라 돈 2500원 정도다.


도심공원에 워터파크가?
홍콩공원의 볼거리가 스카이데크가 설치된 조류관이었다면, 구룡공원의 편의시설 중 가장 눈의 띄는 곳은 체육관과 야외 수영장이다.

도시 숲으로 훌륭한 기능을 하기는 구룡공원도 마찬가지지만 홍콩시민들은 단지 녹지를 구경하기 위해 공원을 찾지 않는다. 대부분 체육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공원을 찾고 있었다. 홍콩공원과 구룡공원에는 배드민턴, 탁구, 스쿼시, 배구 등을 즐길 수 있다. 구룡공원은 실내와 실외에 수영장 시설이 구비돼 있는데 야외 수영장이 워터파크처럼 예쁘게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이 야외 수영장은 장소의 특수성 때문인지 고가의 호텔 수영장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야외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주변을 바라보면, 높은 나무들 뒤로 유명 호텔건물과 초고층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매우 이국적이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야외 수영장의 규모는 공원 전체 규모에 비해 꽤 큰 편인데 놀라운 점은 이용가격이다. 한화로 2500~3000원이면 훌륭한 워터파크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선베드가 무료로 제공된다. 해외 관광객들도 이용할 수 있다.

구룡공원 관계자는 “스포츠 센터를 포함한 다양한 볼거리와 편의시설 등은 홍콩공원과 구룡공원의 특징”이라며 “녹지를 유지하면서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